공화당 지도부는 우리가 앞서 "독재의 평범성"이라고 언급한 개념의 완벽한 사례를 보여줬다. 매코널과 매카시는 적극적으로민주주의를 허물어뜨리고자 했을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존폐보다 개인의 정치적 경력을 더 중요시했다. 두 지도자는 트럼프독재에 맞서기보다 거기에 편승하는 것이 앞으로의 정치 경력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매코널은 1월 6일 공격을 조사하기 위한 독립위원회가 꾸려진다면 2022년에 공화당이 상원 다수를 회복하기가 더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매카시는 무엇보다 하원 의장이 되고자 했다. 공화당 하원 간부회의에는 트럼프측근들이 많았다. 탄핵이나 1월 6일 위원회를 지지한다면, 매카시는 트럼프 측근의 지지를 잃고 하원 의원이 될 가능성이 위험에 처할 것이었다. 조너선 칼Jonathan Kart 기자는 기념비로 가득한 내셔널 몰National Mall에서 했던 인터뷰에서 매카시에게 1월 6일 폭동에 대해 왜 원칙대로 트럼프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는지 물었다. 그러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올바른 선택을 했다면 언젠가 이곳에 당신의 동상이 서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매카시는 미소를 지으며 트럼프에게 반기를 들었다가 일찍 정계를 은퇴해야 했던전 애리조나 상원 의원의 이름을 들먹이며 이렇게 대답했다. "제프 플레이크Jeff Flake 동상은 어디 있나요?" 그렇게 매카시는 정치적 편법이라는 제단에 민주주의를 희생양으로 갖다 바친, 내전중 유럽, 냉전 중 라틴 아메리카, 그리고 오늘날 헝가리와 태국 및 베네수엘라의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들의 긴 대열에 합류했다. - P186
그러나 2013년에 대법원의 보수적인 다수는 이러한 양당 합의는 물론, 미국인 대부분이 여전히 투표권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여론조사 결과마저 무시하면서 투표권법의 핵심 조항인 제4조 ‘범위 규정 coverage formula‘을 폐지했다. 대법원은 어느 관할권이 투표 절차에 관한 수정 사항을 실행하기 이전에 연방 법무부에 그 내용을 보고("사전 승인 preclearance" 으로 알려진규정)해야 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준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존 로버츠 John Roberts 대법원장은 ‘셸비 카운티 대 홀더 Shelby County v. Holder‘ 판결에서 보수주의 다수 의견을 대변해 이렇게 썼다. "법령의 ‘현재 부담‘은 ‘현재 필요성‘으로 정당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범위 규정은 1965년에 요건을 충족했지만 더 이상 그렇지 않다." 로버츠 판사는 투표권법에서 사전 승인 요건은 더 이상 필요치 않다고 판단했다. 반면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Ruth Bader Ginsburg 대법관은 소수 의견을 대변해 이렇게 썼다. "효과가 있고 차별적인 변화를 막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전 승인을 폐지하는 것은 비에 젖지 않았다고 폭풍우 속에서 우산을 버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긴스버그의 비유는 나중에 선견지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 판결 이후로 이전에 연방 정부의 감시를 받았던 주와 카운티들이선거인 명부를 공격적으로 폐기하면서 수백 곳에 이르는 투표소가 폐쇄됐고, 이러한 모습은 특히 흑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리고 ‘셀비‘ 판결 이후로 8년에 걸쳐 예전에 연방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았던 10개 주를 포함한 총 26개 주들이 제한적인 투표법을 통과시켰으며, 그중 많은 법은 특히 백인이 아닌 유권자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 P198
투표권법의 폐지는 명백한 사실을 보여준다. 그것은 존경받는 미국의 많은 정치 제도가 그다지 민주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 제도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다." 국민이 뽑지 않은 다섯 명의 대법관이 명백하게 민주화를 뒷받침하는, 그리고 의회 내 양당의 다수에 의해 수차례에 걸쳐 통과되고 수정된 투표권법을 없애버렸다. 2019년에 공화당 상원 다수가 투표권법을 되살리려는 시도를 가로막았을 때, 그들이 대변한 유권자수는 그 법안을 지지한 상원 민주당 소수가 대변한 유권자보다 7백만 명이나 더 적었다." 2022년 1월에 상원과 하원의 다수, 그리고 60퍼센트가 넘는 미국인이 투표권 입법을 지지했을 때에도 상원 내 소수가 이를 가로막았다. 미국 사회는 어쩌다가 정치적 소수가 그러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도록 허용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을까? - P202
이 질문에 대한 한 가지 대답은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다수의힘을 제한하는 규칙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늘날 민주주의는 그저 다수가 지배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다수의 지배와 ‘동시에‘ 소수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과거에 정부 권력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들은 왕의 손이든, 혹은 국민 다수의 손이든 간에 권력이 과도한 형태로 집중되는 상황을 경계했다. 이러한 점에서 18세기 말에서20세기에 이르기까지 서구 사회에서 등장한 민주주의(오늘날 자유민주주의라고 부르는")는 두 가지 기둥이 떠받치고 있다. 그것은집단적인 자율 통치(다수의 통치), 그리고 시민의 자유(소수의 권리)를 말한다. 자유 민주주의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없이 존재할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선거를 통해 얻을 수 있거나, 혹은 얻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전 대법관 로버트 H. 잭슨RobertH. Jackson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회적·정치적 삶에서 일부 영역은 "다수결의 범위를 넘어서" 존재해야 한다." 다시 말해 정치학자들이 언급하는 "반다수결주의 제도counter-majoritarian institutions"가 그기능을 해야 한다. - P203
새로운 헌법질서를 창조한 이들은 종종 강력한 도전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들은 다양한 집단으로부터 협력을 끌어내야 한다. 여기서 일부 집단은 그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판을 깨버릴 만큼", 그리고 게임을 갑자기 끝내버릴 만큼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작지만 영향력 강한 집단이 어려운 변화의 과정에서 탈퇴하겠다고 협박할 때, 건국 지도자들은 이들 집단에 상당한 특권을 내어줄 수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린다. 예를 들어1989년에 공산주의 정권에서 해방되는 과도기에 있던 폴란드의경우, 반공주의 여당은 권력을 이양하는 공산당에게 첫 번째 선출 의회에서 의석의 65퍼센트를 보장하는 협정에 동의했다. 그리고 칠레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는 자신이 군사지휘권을 그대로 갖고, 무장 병력이 상당한 수준의 권력을 유지하고, 인권 재판에 관한 논의를 하지 않고, 정권을 이양하는 독재 정부가47명의 상원 의원 중 9명을 임명한다는 확답을 받은 후에야 권력을 내려놓는 데 동의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여당인 국민당 National Party은 첫 번째 선출 정부에서 내각 대표 및 부통령을 포함해서 백인 소수를 위한 보호의 범위를 보장받고 나서야 인종차별 정책의 폐지에 동의했다. 이들 사례에서 반다수결주의는 다수의 지배와 소수의 권리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한 숭고한 노력의 결과물이라기보다 변화를 가로막겠다고 위협하는 강력한 소수를 달래기 위한 일련의 구체적인 양보의 타협안이라 하겠다. - P221
미국인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헌법은 신성한 문헌이며, 그래서 존경의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배운다. 그리고 미국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여러 제도는 거대한 설계, 즉 공화국이 효율적으로 기능하도록 만들기 위해 치밀하게 구성한 청사진의 일부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은 타협과 양보, 그리고 이를 위한 차선책의 역사를 흐릿하게 만든다. 또한 민주주의를 뒷받침하는 핵심 제도,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해 중요하지 않으며 심지어 반민주적이기까지 한 제도를 혼동하게 만든다. 근본적인 다양한 제도를 견제와 균형을 위한 일관적이고 고정된 하나의 집합으로 바라볼 때, 우리는 시민의 자유를 보호하고 경기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규칙, 그리고 특권을 지닌 정치적 소수가 선거와 입법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도록 힘을 실어주는 규칙을 혼동하게 된다. 전자는 민주주의를 위해 꼭 필요하지만, 후자는 민주주의와 모순을 이룬다. 여론조사 결과는 미국인 다수가 대단히 포괄적인 가치를 인정하며, 다인종 자유 민주주의 원칙을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분명히보여준다. 그러나 미국의 제도는 이러한 다수를 좌절시키고 있다. 한 유명 정치평론가는 약 75년 전 이렇게 지적했다. "미국인다수는 사자의 목줄에 영원히 묶인 채 살아가는 순한 양치기 개다. 오늘날 우리를 위협하는 것은 해방된 다수가 아니다. 그것은 ‘족쇄를 찬 다수‘다.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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