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책 쓰기는 혁명이다!
책이 중심에 있는 사회

히키타 사토시의 《즐거운 자전거 생활》이라는 책을 행복한 기분으로 읽었다. 방송 프로듀서인 저자는 자신이 자전거 전문가도 레이서도 아니지만 자전거의 즐거움만큼은 남들보다 많이 안다며 이렇게 썼다. "모든 분들이 자전거를 타는 즐거움과 감동을 느끼고, 자전거가 우리 사회에 아주 이롭다는 것을 알아준다면 정말로 좋겠다."
이 책에는 초심자에게 유용한 조언들이 가득하다.
오른쪽 브레이크와 왼쪽 브레이크가 어떻게 다른지, 버스나 스쿠터가 옆에 있으면 어떻게 피하는 게 좋은지,
도난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은 어떤 게 있는지 등등.
그런 팁도 좋았지만 나는 무엇보다 저자의 비전에감탄했다. 히키타는 21세기를 헤쳐나갈 희망은 자전거에 있다고 단언한다. 그는 자전거는 우리의 마지막 교통수단이며, 자전거를 타서 환경을 살리고 인간성을 회복하자고, ‘자전거를 가운데 핵(核)에 둔 어떤 사회‘를 만들자고 주장한다. - P10

지식의 전파와 의사소통이라는 부문에서도 마찬가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사건의 얽히고설킨 배경과 이면을 이해하는 데 에너지를 들이고 싶어 하지않는다. 짧고 명쾌한 설명과 즉각적인 즐거움을 원한다. 책 한권은 고사하고 다소 긴 탐사보도 기사조차 읽기 버거워한다. 그래서 카드뉴스와 인공지능의 기사요약 서비스가 나왔다. 그마저도 동영상으로 넘어가는 추세다. 이제 곧 5분짜리, 아니 50초짜리 핵심 요약 동영상들이 글자를 대체할 것이다. 가만히 놔두면.
그런 ‘스낵 정보들은 여러 사연을 생략하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단순화한다. 스낵 정보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횡행하고 음모론과 반지성주의가 퍼지기도 쉽다. 어떤 정보가 궤변인지 아닌지, 그정보를 어느 정도 중요성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판단하려면 머릿속에 지식의 구조와 맥락이 먼저 있어야한다. 그런데 제대로 된 지식의 구조는 스낵 정보들만으로는 만들 수 없다. - P13

다시 말해 ‘작가‘가 아니라 ‘저자‘를 목표로 삼으라는 게 내 조언이다. 저자를 목표로 삼으면 무엇을 연습해야 할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작가의 작업에 대해 책상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글을 쓰는 것이라고, 한 문장을 쓰고 다음 문장을 쓰고 또 다음 문장을 쓰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오해한다. 그것은 다른 훈련 없이 슈팅 연습만 계속했더니 축구선수가 됐다거나, 부품을 하나하나 이어 붙였더니 어느새 비행기가 조립돼 있더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작가의 일에는 주변을 둘러보고 무엇을 쓸지 고민하는 것이 포함된다. 소설이든 에세이든 실용서든 마찬가지다. 이런 기획력 역시 훈련해서 길러야 한다. 반응하는 글(때로 배설하는 글)과 기획하는 글은 다르다. 그차이를 느껴봐야 한다. 에세이 열아홉 편의 글감은 있는데 추가로 써야 하는 한 편의 아이디어가 떠오르지않아 속을 썩이는 경험을 해봐야 한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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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ㅍ1976년 워싱턴주 셔헤일리스

나는 다섯 살, 가족과 메인가를 걷는다. 평소 별일 없이 조용한시내인데 오늘은 풍선과 깃발로 떠들썩하다. 천둥 같은 소리로 행진곡을 연주하며 악대가 지나간다. "오늘은 미국의 이백 번째 생일이란다." 짧은 곱슬머리 노부인이 내게 붉은색, 흰색, 푸른색 성조기 색깔의 아이스바를 건네며 말한다. 나라를 위해 생일 파티를 하다니 우습다는 생각이 들지만, 애국심이 무슨 뜻인지, 미국인이라는 것 혹은 미국에서 아시아인으로 산다는 것이 무슨뜻인지 알기에 나는 너무 어리다. 나는 동남아시아에서 벌어지는 격전들에 대해서도, 휴전 상태인 한국전쟁에 대해서도, 아시아인들의 이민이 미국 제국주의나 반공주의의 이름으로 700만명의 무고한 사람을 학살하고도 [마치 전쟁으로 인한 사상자가없다는 듯 ‘냉전‘이라는 잘못된 이름으로 불린 국제질서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모른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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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람들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점이 여럿 있었다. 먼저, 프랑코는 엄밀히 말해서 히틀러나 무솔리니와 비견되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는 귀족계급과 가톨릭교회를 등에 업은 군사 반란을 통해 일어섰고, 특히 처음에는 파시즘을 실현하기보다 봉건주의를 되살리려고 시도했다.
노동계급뿐만 아니라 자유주의 부르주아의 다양한 집단.
즉 현대화된 파시즘의 지지자들 역시 프랑코에게 반대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페인 노동계급이 우리 영국 사람들과는 달리 ‘민주주의‘와 현체제의 이름으로 프랑코에게 저항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들의 저항에는 확실한 혁명적 분출이 동반되었다. 어쩌면 그런 분출로 구성된 저항이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을지 모른다. 농민들이 토지를 차지했고, 공장과 대부분의 교통수단은 노조의 차지가 되었다. 교회는 엉망이 되고 사제들은 쫓겨나거나 목숨을 잃었다. <데일리 메일>은 가톨릭 성직자들의 환호 속에서 프랑코를 악마 같은 ‘빨갱이‘ 무리에게서 나라를 해방시키는 애국자로 묘사한 기사를 쓸 수 있었다. - P288

여러 당파가 서로를 향해 쏟아내는 중상모략과는 별도로, 전쟁 때흔히 들을 수 있는 말들, 열변, 영웅을 찬미하고 적을 비방하는 말, 이 모든 것이 여느 때처럼 싸우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나왔다. 여러 면에서 적과 맞서 싸우기보다는 100마일쯤 도망칠 사람들이었다. 이번 전쟁의 서글픈 결과 중하나는 좌익 언론이 우익 언론과 똑같이 거짓을 일삼는다는 사실을 내가 배웠다는 점이다. 우리 편, 즉 정부 편에게 이번 전쟁이 평범한 제국주의 전쟁과 달랐다고 나는 진심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전쟁 선전만 보면 그 점을 전혀 짐작할 수 없다. 싸움이 아직 제대로 시작되지도 않았을때 좌우 신문 모두가 동시에 똑같은 욕설 구렁텅이로 뛰어들었다. <데일리 메일>의 포스터를 우리 모두 기억한다.
"빨갱이들이 수녀를 십자가에 못박다." <데일리 워커>는 프랑코의 외인 군단이 "살인자, 백인 노예를 거래하는 자,마약중독자, 유럽 모든 나라의 찌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고 말했다. 1937년 10월에도 《뉴 스테이츠먼》은 파시스트군대가 살아 있는 아이들의 몸으로 바리케이드를 만든다는 이야기(바리케이드를 만들기에는 가장 불편한 재료다)를 우리 앞에 내놓았고, 아서 브라이언트 씨는 "보수주의 상인의 다리를 톱으로 썰어내는 것"이 스페인의 프랑코 반대 세력 사이에서는 "흔한 일"이라고 단언했다. 이런 글을쓰는 사람들은 싸움에 나서는 법이 없다. 어쩌면 이런 글을 쓰는 것으로 싸움을 대신할 수 있다고 믿는 건지도 모른다. 어느 전쟁이나 똑같다. 군인은 싸우고, 기자는 소리치고, 진짜 애국자는 짧은 선전용 견학을 제외하면 전선의 참호 근처에 가지 않는다. 비행기가 전쟁의 조건을 바꿔놓고 있다는 점이 때로 내게 위안이 된다. 다음 세계전쟁 때어쩌면 역사상 유례가 없는 광경, 즉 강경파 애국자의 몸에 총알구멍이 난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 P313

스페인 상황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어야 마땅한 사람들이, 스페인에 대해 진실을 말한다면 그 말이 파시스트 선전 활동에 이용될 것이라는 이유로 스스로 기만에 몸을 맡겼다.
이런 비겁함이 어디로 이어지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 만약 스페인 내전에 대한 진실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면, 영국 국민은 파시즘이 무엇이고 거기에 맞서 어떻게싸워야 하는지 배울 기회를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파시즘을 경제적인 진공 속에서 윙윙거리는 블림프 대령‘ 특유의 살인적 광증으로 묘사한 <뉴스 크로니클>류의설명이 그 어느 때보다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이렇게 해서우리는 ‘파시즘에 맞선‘(1914년 전쟁의 ‘군국주의에 맞선 참조) 위대한 전쟁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그 전쟁에서 영국판 파시즘은 일주일도 채 지나기 전 우리 목에 씌워진 굴레가 될 것이다. - P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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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목소리가 호텔에 둥둥 울린다. 아주 오래전, 사람들로 가득했던 커다란 홀. 뜨거운 닭 국물과 향긋한 고수 냄새로 가득했던 오래된 벽돌 건물, 그들의 대답이 피아노 음처럼 건물 안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어디선가 또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지나간시간, 역사, 그곳을 거쳐간 사람들의 기억으로 남아 건물 자체가된 모든 이들의 목소리. 그리고 그 이야기를 상상하는 사람의 목소리. 그들이 행복하기를 바라고, 원하는 것을 이루기를 바라고, 그리하여 원한을 사랑으로 바꾸는 삶으로 걸어들어가기를 바라는 사람의 목소리. 그 이야기를 짓고, 계속 이어가는 사람의 이야기. 대불호텔 터를 떠나지 못하고 끊임없이 그 건물을 고쳐가며 남아있는 사람의 이야기. 그 이야기 속에서 네 사람은 다 같이 나란히서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본다. 그들은 안다. 언제 어디에 있든, 빛은 이렇게 따라올 것이다. 절대 잊지 않고 싶은 기억. 보물처럼 사랑스러운 마음. 그들은 그 한마음으로 조용히 오래도록...... 안심한다. -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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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3년, 인천 제물포항이 개항장이 되면서 서양의 외교관, 선교사, 상인 등 많은 사람들이 조선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당시 인천에서 한성까지 가는 방법은 걷거나 우마차를 타는 것뿐이었다. 못해도 열두 시간이 소요되는 길이었기에 사람들은 인천에서 하루 머물고 다음날 이동하곤 했다. 이에 눈치 빠른 무역상 호리 히사타로繼久太郞가 제물포항 근처에 이층짜리 목조건물을 세우고 숙박영업을 시작했다. 주위에 별다른 숙박시설이 없던 터라 그의 건물을 찾는 사람이 많았다. 성황에 힘입어 호리 히사타로는 1888년 목조건물 옆에 붉은 벽돌의 삼층짜리 서양식 건물을 신축한다. 이것이 바로 다이부쓰, 그러니까 대불호텔이다. - P59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나는 이야기를 왜 하는 걸까. 이야기라는걸 굳이 왜 하고 싶어하는 걸까. 누군가가 들어주기를 바라서? 왜? 잘 모르겠어요. 불가능하다는 걸 알기 때문은 아닐까요? 그러니까 이해받는 거요. 온전히 이해받고, 사랑받고, 그래서 편안한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 아닐까요. 아아. 그래서 옆에 있는 가까운 사람에게 집착하게 되는 건 아닐까요? 내 마음을 알아줄 것 같은, 실체를 가진 사람이니까요. 그 실체를 계속 느끼고 싶으니까요.
하지만 대불호텔은 사람들을 떨어뜨려놓아요. 하나씩, 하나씩, 찢어놓죠. 현실을 알려주는 거예요. 우리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을 드러내는 거예요. 혼자 남게 되는 것. 나의 이야기를 오직 나에게만 하게 되는 것. 그리하여 바다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무너지는것. 아득한 꿈이 되어버리는 것. 나는 당신들이 익숙합니다.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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