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바닥인 상태에서 스스로 만든 고치 속에 들어 있으면 우울증은 심해질 뿐이다. 환자 본인도 가능한 혼자 있는 걸 피해야 한다는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내가 우울증 환자의 가족과 친지들에게 해주고 싶은 또 하나의 조언은, 우울증을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이지 말라는 것이다. 타인의 두려움은 그것을 유발한 사람에게 끔찍한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 우리 우울증 환자들은 그리 무서운 존재들이 아니다. 나는 우울증 환자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기분은 성격이 아니다.
우울증 환자를 아는 게 충격적인 일이라면, 우울증 환자를 몰라보는 건 더 충격적인 일일 수 있다.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우울증을 알아보고 그들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싶어 하지만, 우울증은 그것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철저한 비밀의 형태를 띠는 경우가 많다. 2009년 10월 17일, 나의 대학 기숙사 룸메이트이자 평생 친구였던 테리 로시 커크가 자살했다. 그 이후 나는 친구를 잃은 슬픔과, 늘 쾌활했던 테리의 모습을 보면서 그는 우울증에 시달릴 수 없다고 여긴 나자신의 순진함에 대한 애석한 마음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나는 우울증 전문가를 자처하면서도 테리가 보내는 신호들을 잘못 읽은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살을 하면 죄책감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애쓴다. 하나의 자살은 천 번쯤 되는 도움의 기회를 모두 놓쳐 버린것,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죽은 이를 구하지 못한 것으로 느껴지기때문이다. - P746

불면증을 해결하면 우울증 치료의 효과가 높아진다는 결과를내놓은 연구들도 있다. 한 소규모 연구에서는, 불면증을 해결한사람들의 87퍼센트가 항우울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이는불면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의 경우보다 두 배나 높은 수치였다. 우리는 우울증이기 때문에 잠을 잘 못 자는 것일 뿐만 아니라 불면증 때문에 우울한 것이기도 한 것처럼 보인다. 수면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들에서 사람들은 불면증 해결을 위해 인지행동 치료를 받고, 수면 시간과 깨어 있는 시간을 규칙화하는(낮에는 침대를 멀리하고, 침대에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책을 읽지 않고, 낮잠을 자지 않는 등) 법을 배웠다. 이 연구들 다수를 듀크대학교 앤드루 크리스털이 지휘했다. 그는 잠에 대해 "아직 미답 상태의 거대한 정신의학의 변경지대"라고 표현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신체는 복잡한 생물학적 주기를 지니고 있으며, 정신의학에서는 대부분 그 주기를 무시한다. 우리의 치료들은 편의에 쫓긴다. 우리는 낮 동안 치료하고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내려는 노력은 거의 기울이지않는다." - P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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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런 환상은 환상의 대상보다는 환상을 품는 사람을더 규정한다. 그들은 그녀가 찬란한 과거 또는 가상의 현재에서 실제로 살고 있는 삶에 대한 보상을 구한다고 가정하고, 나아가서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녀도 현재 어떤 식으로든 결핍과 불만이 있다고 가정했다. 그러나 이것은사실이 아니었다. 우리 앞에 선 엘리자베스 핀치는 완성품이었다. 그녀 스스로 만들어낸 것, 그녀가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낸 것, 세상이 제공한 것의 합이었다. 단지 현재 표현된 세상만이 아니라 오랜 역사 속에 존재하는 세상이 제공한 것. 점차 우리는 우리의 엉성한 공상이 그녀의 독특함에 대한 초기의 불필요한 반응임을 이해하고 옆으로 밀어놓게 되었다. 그러자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그녀는 우리를 모두 정복했다. 아니, 그건 딱 맞는 말이아니다. 그보다 더 깊은 수준의 변화였다. 그녀는 단지 모범을 보임으로써-우리가 우리 내주에서 진지함의 중심을 구하고 찾게 했다. - P35

세월이 흐른 뒤 나는 점심을 먹으면서 그녀에게 이른바 모차르트 딜레마에 관해 물었다. 삶은 아름답지만 슬픈가요, 아니면 슬프지만 아름다운가요? 오늘의 파스타 두 접시를 사이에 놓고 그녀 맞은편에 앉아 있자니 마치 신탁을 구하고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삶은 필연적인 동시에 불가피하죠." 그녀가 대답했다. 그 유명한 질문은 현혹하는 망상에 불과하다는 뜻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닐 수도 있다.
나는 엘리자베스 핀치만큼 자기 연민이 없는 사람은 안적이 없었다. 그녀는 자기 연민을 천하다 이것은 그녀가 도덕적 의미로만 사용하지 사회적 의미로는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형용사였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녀 자신에 관해 말하자면 자기 연민이 없는 것은 그녀가 삶을 대하는 스토아철학적 태도의 일부였다. 그녀는 로맨스에서의 실망, 외로움, 친구들의 배신, 심지어 공적 망신 주기(이이야기는 앞으로 나올 것이다)를 경험했지만 확실하게 알고 말하는 건 아니다 그런 것들을 차분하고 무관심하게 마주했다. "마주했다"라고 하면 겉모습, 또는 적어도 어떤 전략이 느껴질 수도있지만 그녀의 스토아철학은 그녀 존재의 핵까지 장악하고있었다. EF에게는 그것이 삶에 다가가는 유일한 정신적 그리고 기질적 방식이었다. 그녀는 완강하게 고통을 견디었고 절대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정신적 도움을. 그녀는 우리에게 어떤 말을 받아 적을 수 있는 속도로 인용한적이 있는데 내 학생 시절 공책에 그 말이 적혀 있다. - P40

어떤 일은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있고 어떤 일은 우리가 어떻게해볼 수 없다. 우리의 의견은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있고, 우리의 충동, 욕망, 혐오-간단히 말해서 우리 자신에게서 비롯되는 모든것-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몸은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없고, 우리의 소유나 평판이나 공적 직책도 마찬가지다. 즉, 우리자신에게서 비롯되지 않는 모든 것이 그렇다.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일들을 하면 그 성격상 자유롭고 방해가 없고 막힘이없다.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일을 하면 약해지고 속박되고 방해받는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것이 아니다. 따라서 기억하라. 본성상 속박하는 것이 자유를 준다거나 네 것이 아닌 것이 네 것이라고 생각하면 좌절하고 비참해지고 화가 날 것이며 신과 사람탓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네 것만을 네 것이라 생각하고 네것이 아닌 것은 그냥 있는 그대로 네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도 너에게 강요하지 않고 아무도 너를 방해하지 않을 것이고, 너는 아무도 탓하지 않고 아무도 비난하지 않고 내키지 않는 일을 단 하나도 하지 않을 것이며, 너는 적이 없고 아무도 너를 해치지 않을 것이다. 해치려 해도 너는 전혀 해를 입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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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메모도 책도 초조함도 없이 우리 앞에 서 있었다.
교단은 그녀의 핸드백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고 미소를 짓더니 가만히 있다가 입을 열었다.
"이 강의 이름이 ‘문화와 문명‘이라는 건 다들 알고 있겠죠. 하지만 불안해하지 마세요. 여러분한테 원그래프를 마구 던지지는 않을 거니까. 여러분 머리를 이런저런 사실로꽉 채우려 하지도 않을 거예요. 거위 배 속에 사료를 채우듯이. 그래봐야 간만 부어올라 건강에 나쁘겠죠. 다음 주에 여러분한테 참고도서 목록을 나눠줄 텐데 읽고 말고는 전적으로 여러분의 선택에 맡겨요. 그걸 무시한다고 해서 점수를손해 보지도 않을 거고 맹렬하게 파고든다 해서 점수를 더따지도 못할 거예요. 당연히 여러분은 성인이고 나는 여러분을 성인으로 여기고 가르칠 겁니다. 교육의 최고 형태는, 그리스인이 알고 있었듯이, 협력이에요. 하지만 나는 소크라테스가 아니고 여기에는 플라톤이 모여 있는 게 아니죠. 그럼에도 우리는 대화를 나눌 거예요. 동시에 여러분은 이제 초등학교에 다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나는 나약한 사람을 달래려고 격려하거나 공허한 칭찬을 하지 않을 거예요. 여러분가운데 몇 사람에게 나는 당연히 최고의 선생이 아니겠죠. 여러분 기질과 성품에 가장 잘 맞는 선생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그럴 사람들을 위해 미리 말해두는 겁니다. 물론 나는 여러분이 이 강의를 흥미롭게 여기기를, 사실 즐거워하기를 바라요. 그러니까 엄격한 즐거움이죠. 이 두 말은 양립 불가능한 게 아닙니다. 또 나는 그 대가로 여러분도 엄격하기를 기대해요. 준비 없이 대충 하는 건 맞지 않아요. 내 이름은 엘리자베스 핀치예요. 고맙습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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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메모도 책도 초조함도 없이 우리 앞에 서 있었다.
교단은 그녀의 핸드백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고 미소를 짓더니 가만히 있다가 입을 열었다.
"이 강의 이름이 ‘문화와 문명‘이라는 건 다들 알고 있겠죠. 하지만 불안해하지 마세요. 여러분한테 원그래프를 마구 던지지는 않을 거니까. 여러분 머리를 이런저런 사실로꽉 채우려 하지도 않을 거예요. 거위 배 속에 사료를 채우듯이. 그래봐야 간만 부어올라 건강에 나쁘겠죠. 다음 주에 여러분한테 참고도서 목록을 나눠줄 텐데 읽고 말고는 전적으로 여러분의 선택에 맡겨요. 그걸 무시한다고 해서 점수를손해 보지도 않을 거고 맹렬하게 파고든다 해서 점수를 더따지도 못할 거예요. 당연히 여러분은 성인이고 나는 여러분을 성인으로 여기고 가르칠 겁니다. 교육의 최고 형태는, 그리스인이 알고 있었듯이, 협력이에요. 하지만 나는 소크라테스가 아니고 여기에는 플라톤이 모여 있는 게 아니죠. 그럼에도 우리는 대화를 나눌 거예요. 동시에 여러분은 이제 초등학교에 다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나는 나약한 사람을 달래려고 격려하거나 공허한 칭찬을 하지 않을 거예요. 여러분가운데 몇 사람에게 나는 당연히 최고의 선생이 아니겠죠. 여러분 기질과 성품에 가장 잘 맞는 선생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그럴 사람들을 위해 미리 말해두는 겁니다. 물론 나는 여러분이 이 강의를 흥미롭게 여기기를, 사실 즐거워하기를 바라요. 그러니까 엄격한 즐거움이죠. 이 두 말은 양립 불가능한 게 아닙니다. 또 나는 그 대가로 여러분도 엄격하기를 기대해요. 준비 없이 대충 하는 건 맞지 않아요. 내 이름은 엘리자베스 핀치예요. 고맙습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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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들은 가벼운 우울증에도 완전히 무능력자가 되는 반면어떤 이들은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면서도 인생에서 무언가를 이루어 낸다.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물질 남용에 대해 연구하는 데이비드 맥다월은 이렇게 말한다. "어떤 고난 속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그들이 그런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덜 고통스러워서가 아닙니다." 절대적인 평가를 내린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다음은 런던대학교 아동심리학자 데버러 크리스티의 말이다. "유감스럽게도 자살이나 고통, 슬픔의 척도는 존재하지 않아요. 우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아픈지, 어떤 증세들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가 없지요. 그저 환자의 말을 들어 주고 그들이느끼는 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뿐입니다." 질환과 성격은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어떤 환자들은 심각한 증세들도 잘 견디고, 어떤 환자들은 거의 아무것도 견디지 못한다. 어떤 사람들은 우울증에 무릎을 꿇고, 어떤 이들은 그것과 맞서 싸운다. 우울증은 심각하게 의욕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그것에 굴복하지 않고 꿋꿋이 견디려면 상당한 생존 욕구가 필요하다. 뭐니 뭐니 해도 유머 감각이 회복의 가장 강력한 척도이며, 그것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가장 강력한 척도이기도 하다.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다면 희망이 있는 것이다. - P707

인간의 표준이 곧 현실은 아니다. 우울증을 완화시키고 결국슬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물들과 치료법들의 발전은 무엇을의미할까? 진화심리학자 랜돌프 네스의 말을 들어 보자. 이제 우리는 많은 신체적 고통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겪는 신체적고통 중에서 과연 어느 정도가 진짜로 필요한 것일까? 5퍼센트 정도? 상해에 대한 경보 역할을 하는 통증은 필요하지만 지속적인 통증은 꼭 필요한 것일까? 만성적인 류머티즘성 관절염이나 대장염, 편두통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물어보라! 그렇다면 우리가 겪는 심리적 고통 중에서 진짜 필요한 건 과연 어느 정도일까? 5퍼센트 이상?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날 알약을 먹고 고통스러운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어떨까?" 프랑스인 정신의학자 쥘리아 크리스테바는 우울증의 심층적인 심리학적 기능을 밝혀냈다. "우리를 압도하고 마비시키는 슬픔은 광기에 대한 방패 노릇을 한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조다 더 많이 슬픔에 의존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 P716

우울증의 최악의 상태는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외로움이며 나는 그 체험을 통해 친밀감이라는 가치를 배웠다. 어머니도 암투병중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모두 눈물이 날 정도로 잘해 주지만 내게 적대적으로 변한 이 몸뚱이 속에 혼자 있는 것이 너무도 끔찍하구나." 자신에게 적대적으로 변한 정신 속에 홀로 있는 것도 끔찍한 일이다. 당신은 그런 덫에 걸려 있는 사람에게 무엇을 해 줄 수있겠는가? 사랑만으로는 우울증의 덫에서 끌어낼 수 없다(일시적으로 우울한 기분에서 벗어나게 해 줄 수는 있겠지만). 용케 그가 있는 곳에 함께 있어 줄 수는 있지만 타인의 정신의 암흑 속에 꼼짝않고 앉아 있는 것은 (밖에서 지켜보는 것보다는 낫더라도) 유쾌한 일이 아니다. 당신은 멀리서 속을 태울 수도 있고 그에게 다가갈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 그에게 다가가는 방법은 침묵을 지키는 것일수도 있으며 심지어 냉담한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은 외부인인 당신이 임의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야 할 문제다. 우울증은 그 무엇보다 외로운 것이지만 외로움의 반대 되는 것을 길러 낼수 있다. 나는 우울증으로 인해 더 사랑하고 사랑받게 되었으며, 이책을 위해 내가 인터뷰한 많은 사람들도 그러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우울증에 걸린 친구나 친척을 위해 무엇을 해 주어야 하는지 물으면 나는 그의 고립감을 덜어 주라고 말한다. 함께 차를 마셔도 좋고 긴 대화를 나누어도 좋고, 말없이 곁에 앉아 있어도 좋다. 기꺼운 마음으로 상황에 맞는 방법을 택하면 된다. - P719

우울증이 사라지는 행복한 날이 도래하면 우리는 많은 것들을 잃게 될 것이다. 만일 지구의 생명체들이 비가 내리지 않아도 살 수있다면, 만일 우리가 기상 현상을 정복하여 화창한 날씨가 계속되게 만든다면 구름 낀 날들과 여름의 폭풍우를 그리워하게 되지 않을까? 몇 개월 동안 음울한 날씨가 이어지는 영국에서 드물게 보는태양은 적도 지방의 태양보다 맑고 눈부시며, 내가 최근에 느끼는행복 또한 과거에는 상상도 못 했던 만큼 강렬하다. 나는 묘하게도나의 우울증을 사랑한다. 우울증 체험은 좋아하지 않지만 우울증 그 자체는 사랑한다. 나는 우울증이 지나간 뒤의 나를 사랑한다.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둔하고 무딘 만큼 만족을 느낀다. " 테네시 윌리엄스도 행복에 대해 정의해 달라고 하자 "무감각"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들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지옥을 체험하고 살아남았기에 다시 지옥에 가게 되더라도 살아남을수 있을 것임을 안다. 나는 좀 이상한 방식으로이기는 하지만) 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만큼 자신감에 차 있다. 그것으로도 우울증은 거의 완전히는 아니지만) 가치를 지닌다. 나는 다시는 자살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며, 전쟁이 터지거나 내가 탄 비행기가 사막에 추락한다 해도 쉽게 목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무래도 나의 삶과 나는 서로 반대 입장에서 서로를 증오하며 서로에게서 벗어나기를 원하면서도 영원히 결합되어 있는 듯하다.
우울증의 반대는 행복이 아니라 활력이며, 이 글을 쓰고 있는나의 삶은 슬플 때조차 생기에 차 있다. 어쩌면 내년쯤 나는 다시 무너질 수도 있으며 우울증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7년 전 지옥이 기습적으로 찾아오기 전까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나의 일부분, 영혼이라고 불러야 할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멋진 발견이었다. 나는 거의 날마다 순간적인 절망감을 맛보며,
늘 다시 무너지기 시작한 건 아닌지 걱정한다. 그리고 번개처럼 스치는 것이기는 하지만 간담이 서늘한 충동들에 젖는다. 차에 치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느라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뀔 때까지 이름악물고 참고 서 있어야 하고, 손목을 긋거나 입에 권총을 물거나 영원히 깨지 않는 잠에 빠져드는 상상을 한다. 나는 그런 감정들이 지긋지긋하지만 그것들로 인해 삶을 더 깊숙이 들여다보게 되었고,
살아야 할 이유들을 발견하고 그 이유들에 매달리게 되었음을 안다. 나는 지금까지의 내 삶을 한탄하지는 않는다. 나는 날마다 (가끔은 투계처럼 용감하게, 가끔은 그 순간의 논리에 반하여) 살아 있기로 선택한다. 그것이야말로 드문 기쁨이 아닐까?  - P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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