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열 살 때부터 새를 관찰하고 연구하기 시작했으며, 평생다른 일을 하려는 생각을 전혀 해보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나는 참 행운아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어떤 직업도 적성에 맞지 않으니 말이다.
모든 일의 발단은 쌍안경이었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쌍안경이 생겼고, 그로부터 여섯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조류관찰자bird-watcher가 되었다.  - P13

성선택 sexual selection 의 작동방식을 이해함으로써 드러나는 사실은, 놀랍게도 욕구 자체‘와 욕구의 대상‘이 공진화 coevolution해왔다.
는 것이다. 나중에 언급하겠지만, 성적 아름다움의 사례는 대부분 공진화의 결과다. 다시 말해서 ‘과시형질‘과 ‘짝짓기선호‘는 우연히 서로 들어맞게 된 게 아니라, 오랜 진화적 시간evolutionary time에걸쳐 서로를 형성해온 것이다. 자연계의 비범한 미적 다양성aesthetic diversity 이 탄생하게 된 것은 바로 이 공진화 메커니즘을 통해서였다.
그러므로 이 책은 궁극적으로 ‘아름다움과 욕구의 자연사‘에 관한 책인 셈이다.
- P24

‘아름다움은 적응적 이점adaptive advantage에 의해 형성되는 효용utility이아니다‘라는 다윈주의적 가능성을 인정해야 한다. 자연계에서의 아름다움과 욕구는 우리 인간의 개인적 경험과 마찬가지로 비합리적이고 예측하기 어렵고 역동적이다.
- P31

눈앞에 펼쳐진 별천지에서 모든 것을 마음껏 관찰하고 난 뒤,
다윈이 관찰했던 사항들은 『종의 기원』에 언급된 두 가지 위대한 생물학적 발견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중 하나는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메커니즘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생명체는 역사적으로 하나의 공통조상에서 유래하므로, 거대한 ‘생명의 나무Tree of Life‘ 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라는 개념이다. 지금도 지구 한구석에서 ‘다윈의 생각들을 공립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놓고 논쟁이벌어지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한 세기 반 전에 다윈의 독자들이 받았던 충격은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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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싫어하는 것들에 순위를 매기기는 어렵다.
그래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빨래와 유령이 공동 1등이란 거다.
빨래는 너무 현실적이라서 싫고,
유령은 너무 비현실적이라 싫다. - P9

LH가 싫어하는 것:
빨래
테시 와플턴 (거의 매일)
체육 시간에 하는 배구 
체육 시간
우스꽝스러운 칠리소스 광고
상어
모둠 활동
거짓말쟁이들 (숙제 기생충들도)
푸딩
동서남북 종이접기를 정말로 있는 사람들
색깔이 이상한 음식(자주색 케첩 같은 거)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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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간이 흐르겠지요.
아마도 또다시 병원에 입원하는 날도, 지겨운 검사를 받아야 하는날도, 덜컥 겁이 나는 위기의 순간도 있겠지요.
하루 온종일 힘겨운 치료를 견뎌야 하는 날도 있겠지요..
그럴 때마다 당신은 언제나 당당하고 용감하게 싸움터로 나갈 수있을 겁니다. 뼛속까지 두렵고 가슴이 조여오더라도 살아야겠다는 집념을 무기삼아 용기 있게 맞서야 하겠지요.
그럴 때마다 당신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할 겁니다. 앞으로 무슨일이 생기더라도 운명과 싸워 얻어낸 이 모든 순간들이야말로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들이었다고 말입니다. 아무도 그 소중한 순간들을 당신에게서 빼앗아 갈 수는 없다고 말입니다.
-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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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교육은 공부를 가능한 한 재미없게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마치 공부는 괴롭고 지겨운것이라는 숙명론에 빠진 것처럼, 하지만 그거야말로 거대한 착각이고 망상이다. 공부는 본디 즐겁다. 앎 혹은 배움보다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없다. 오죽하면 예전의 성인들은 뭔가를 깨닫고 나면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서 춤을 덩실덩실 추었다고 했겠는가. 얇은 파동이다. 그 다이내믹한 리듬을 싹 빼버리고 씹다 뱉은 껌처럼 만든것. 이게 우리 시대 교육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다. ‘공부는 ‘시험‘과 동의어고, 시험은 성적으로, 스펙으로, 수치로 환원된다. 결국 청춘은 숫자다!  - P214

남을 아프게 하지도 가렵게 하지도 못하고, 구절마다 범범하고 데면데면하여 우유부단하기만 하다면 이런 글을 대체 어디다 쓰겠는가?
- 박종채 저, 박희병 역, 나의 아버지 박지원), 186쪽 - P244

하늘과 땅이 아무리 오래되었어도 끊임없이 생명을 낳고, 해와 달이 아무리 오래되었어도 그 빛은 날마다 새롭다. 서적이 아무리 많다지만 거기에 담긴 뜻은 제각기다르다. 그러므로 새와 물고기와 짐승과 곤충에는 아직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있고, 산천과 초목 중에는 반드시 신비스러운 영물이 있다. 썩은 흙에서 버섯이 무럭무럭 자라고, 썩은 풀이 반딧불로 변하기도 한다.
- 박지원 저, 김명호 역, 《지금 조선의 시를 쓰라》, 161쪽 - P252

"그대는 나날이 나아가십시오. 나 또한 나날이 나아가겠습니다."
- 박지원 저, 설흔 역, 《연암 박지원 말꽃모음》, 24쪽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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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문명의 비전 역시 공유 경제다. "소유로부터의해방" 이라는 말이 있다. 예전에는 종교적인 표현에 가까운 말이었지만 앞으로는 경제적 비전이 될 전망이다. 디지털은 소유가 아니라 연결, 독점이 아니라 확산을 통해 작동하는 문명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공유 경제의 스펙트럼은 점점 더 넓어질 것이다.  - P170

그렇게 방향을 바꾸면 뭐가 달라지나? 달라진다. 가장먼저 사건이 벌어진다. 사건이란 예기치 않은 리듬의 발현, 곧 일종의 ‘엇박‘ 이다. 사람이건 풍경이건 타자들과마주칠 때 새롭게 구성되는 파동이다. 그것을 기록하면스토리가 된다. 요컨대, 여행이란 사건과 스토리가 창조되는 여정이다. 현대인은 여행에 대한 각종 정보에 빠삭하다. 그리고 노트북에는 엄청난 양의 사진이 보관되어있다. 정보와 사진, 그것뿐이다.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데?" 라고 물으면 묵묵부답 아니면 동어반복, 그것은사건을 겪지 않고 스토리가 창조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 P177

사람들은 다만 칠정(七情) 가운데서 오직 슬플 때만 우는 줄로 알 뿐, 칠정 모두가 울음을 자아낸다는 것은 모르지. 기쁨()이 사무쳐도 울게 되고, 노여움)이 사무쳐도 울게 되고, 슬픔(哀)이 사무쳐도 울게 되고, 즐거움(樂)이 사무쳐도 울게 되고, 사랑함(愛)이 사무쳐도 울게되고, 미움(惡)이 사무쳐도 울게 되고, 욕심(欲이 사무쳐도 울게 되는 것이야.
근심으로 답답한 걸 풀어버리는 데에는 소리보다 더 효과가 빠른 게 없지. 울음이란 천지간에 있어서 우레와도 같은 것일세. 지극한 정(情)이 발현되어 나오는 것이 저절로 이치에 딱 맞는다면 울음이나 웃음이나 무에 다르겠는가?"
- 박지원 저, 고미숙 길진숙·김풍기 역,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상, 139쪽 - P191

길은 언제나 유동한다. 저들과 나 사이에서, 언덕과 물 사이에서, 또 이것과 저것 사이에서, 이것과 저것이란 세상을 지배하는 이분법을 지칭한다. 거기에 포획되면 길을 잃는다. 삶이 증발하고 메마른공식구만 남기 때문이다. 하여, 길을 찾기 위해선 ‘사이에서 사유해야 한다. 그래야 이것 아니면 저것을 강요하는이분법에서 벗어나 제3의 길을 창안할 수 있다. 그것은늘 우발적이고 유동적이다. 현장마다 매번 다르게 생성되기 때문이다.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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