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수양엄마의 시체 옆에서 삼 주일을 지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로자 아줌마는 내 수양엄마가 아니었으니까. 그건사실이 아니다. 그렇게 오래는 내가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향수가 다 떨어지고 없었으니까. 나는 롤라 아줌마가 준 돈과 내가 훔친 돈을 가지고 향수를 사러 네 번 더 밖으로 나갔었다. 나는 그녀의 몸에 향수를 몽땅 뿌려주고, 자연의 법칙을 감추기 위해 온갖색깔로 그녀의 얼굴을 칠하고 또 칠했다. 그러나 그녀의 몸뚱이는 어느 곳 하나 성한 데 없이 썩어갔다. 자연의 법칙에는 동정심이란 게 없으니까.
- P306

하밀 할아버지가 노망이 들기 전에 한 말이 맞는 것 같다.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다.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나는 로자 아줌마를 사랑했고, 아직도 그녀가 보고 싶다. 하지만 이 집 아이들이 조르니 당분간은 함께 있고 싶다. 나딘 아줌마는 내게 세상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나는 온 마음을 다해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라몽 아저씨는 내 우산 아르튀르를 찾으러 내가 있던 곳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감정을 쏟을 가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르튀르를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없을 테고, 그래서 내가 몹시 걱정했기 때문이다. 사랑해야 한다.
-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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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도 알겠지만,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나도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죽을 맛이었다. 이건 아닌데, 생이 이런 건 아닌데, 내 오랜 경험에 비춰보건대 결코 아닌데 하는 생각이 문득 문득 뇌리를 스쳐갔다. 사람들은 말없이 하나둘 줄을 지어 밖으로 나갔다. 어떤 말도 할 수없는 순간이 있는 법이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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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태인 할망구가그렇게 황홀해하는 꼴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처음에는 무척 놀라는 것 같더니 곧 행복에 빠져들었다. 마치 천국에있는 듯 보여서 나는 아줌마가 다시 땅으로 내려오지 못하게 될까봐 두렵기까지 했다. 나는 마약에 대해서는 침을 뱉어주고 싶을정도로 경멸한다. 마약 주사를 맞은 녀석들은 모두 행복에 익숙해지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끝장이다. 행복이란 것은 그것이 부족할 때 더 간절해지는 법이니까.  - P99

땅바닥에 누워서 눈을 감고 죽는 연습을 해봤지만, 시멘트 바닥이 너무 차가워 병에 걸릴까봐 겁이 났다. 나는 마약 같은 너절한것을 즐기는 녀석들을 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행복해지기위해서 생의 엉덩이를 핥아대는 짓을 할 생각은 없다. 생을 미화할 생각, 생을 상대할 생각도 없다. 생과 나는 피차 상관이 없는 사이다. 법적으로 어른이 되면 나는 아마 테러리스트가 될 것이다.
- P116

아무도 어린애를 치어 죽이고 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에 운전자들을 겁주며 차들 사이를 달리면서 나는 내가 중요한 인물이라도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언제까지나 그들을 짜증나게 만들 수있을 것 같았다. 나는 차에 깔려 죽어 그들을 골탕먹일 생각은 없었지만, 아무튼 혼비백산하게 만들 순 있었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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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자 아줌마는 동물들의 세계가 인간세계보다 훨씬 낫다고 했다. 동물들에게는 자연의 법칙이 있기 때문이라나, 특히 암사자의 세계가 그러하단다. 로자 아줌마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암사자를 칭찬했다. 나는 잠들기 전에 이따금 상상 속에서 초인종 소리를 들었다. 문을 열고 나가보면, 거기에는 새끼들을 돌보기 위해 집 안으로 들어오려는 암사자가 한 마리 있었다. 로자 아줌마는 바로 그것이 암사자들의 특성이라고 했다. 암사자들은 새끼를 위해서라면 절대 물러서지 않고 차라리 죽음을 택하는데, 그것이 정글의 법칙이며, 암사자가 새끼를 보호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암사자를 신뢰하지 않을 거라고 얘기했다.
나는 거의 매일 밤 나의 암사자를 불러들였다. 암사자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침대로 뛰어올라 우리들의 얼굴을 핥아주었다.  - P73

하밀 할아버지는 빅토르 위고도 읽었고 그 나이의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경험이 많았는데, 내게 웃으며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그는 박하차를 가져다주는 드리스 씨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오래 산 경험에서 나온 말이란다." 하밀 할아버지는 위대한 분이었다. 다만, 주변 상황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을 뿐.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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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그 사건이 내 감정을 건드렸고, 나는 너무 열이 올랐다. 그런 감정은 내 속에서 치밀어오른 것이었고, 그래서 더욱 위험했다. 발길로 엉덩이를 차인다든가 하는 밖으로부터의 폭력은 도망가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안에서 생기는 폭력은 피할 길이없다. 그럴 때면 나는 무작정 뛰쳐나가 그대로 사라져버리고만 싶어진다. 마치 내 속에 다른 녀석이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울부짖고 땅바닥에 뒹굴고 벽에 머리를 찧었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그 녀석이 다리를 가지고 있는건 아니니까. 아무도 마음속에 다리 따위를 가지고 있지는 않으니까. 그래도 이렇게 얘기하고 나니까 기분이 좀 나아진다. 그 녀석이 조금은 밖으로 나가버린 기분이다. 여러분은 내 말을 이해하는지?
- P62

그리고 나서 아줌마는 마치 아주 먼 과거와 미래를 바라보는 듯 내 머리 위로 시선을 던진 채 중얼거렸다.
"모모야, 그곳은 내 유태인 피난처야."
"알았어요."
"이해하겠니?"
"아뇨. 하지만 상관없어요. 그런 일에 익숙해졌으니까."
"그곳은 내가 무서울 때 숨는 곳이야."
"뭐가 무서운데요?"
"무서워하는 데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란다."
나는 그 말을 결코 잊은 적이 없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까지 들어본 말 중에 가장 진실된 말이기 때문이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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