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돌고 지나간다.
이렇게 생각하며 엽서를 주머니에 도로 집어넣는 숀은 문득 질문이 우습게 느껴진다. 인류의 미래를 어떻게써 내려가고 있냐니? 우리는 아무것도 써 내려가지 않는다. 오히려 써 내려지고 있다. 우리는 바람에 나부끼는 잎사귀다. 바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는 그냥 잎사귀다. 참 이상하지 않은가. 인간으로서 하는 모든 행동이 도리어 우리를 확실히 동물로 만든다는 것이.
영원히 스스로를 응시하며 무엇이 우리를 다르게 만드는지 알아내려 애쓰는 걸 보면 우리는 얼마나 불안정한 종족인지. 우리는 위대하고 독창적이고 호기심 많은존재로서 우주를 개척하고 미래를 바꾸지만, 사실 다른동물은 못 하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 불을 피우는 것뿐이다. 그게 유일한 듯 보인다. 물론 그것이모든 것을 바꿔 놓았지만 그뿐이다. 우리는 다른 존재들보다 부싯돌 몇 번 부딪친 것만큼 앞서 있을 뿐이다.
침팬지들도 우리를 지켜보며 학습한다면 불을 피울 수있을 것이다. 어느새 그들도 모닥불 주위로 모여들고좀 더 추운 지방으로도 이주하고 스스로 음식을 요리하고 당신이 할 줄 아는 그런 일들을 하게 될 것이다. - P186
우주 물체들이 빛을 발산하면 전자기 진동이 진공에 파문을 일으킨다. 이 진동을 소리로 변환한다면 행성은 저마다의 음악을, 빛의 소리를 갖게 된다. 자기장과 전리충의 소리, 태양풍의 소리, 행성과 대기권 사이에 갇힌 전자파의 소리.
해왕성 소리는 액체처럼 쏟아진다. 울부짖는 태풍에밀려 뭍을 덮치는 파도의 소리다. 토성 소리는 제트기에서 나는 음속 폭음이다. 발에서부터 올라와 뼈마디를울린다. 토성의 고리는 또 다르다. 버려진 건물을 쓸고가는 강풍 소리지만 느리고 뒤틀렸다. 천왕성은 정신나간 것처럼 끽끽 소리를 쏘아 댄다. 목성의 위성인 이오는 금속 조음기가 힘차게 흥얼거리는 소리를 낸다.
그리고 지구의 소리는 오케스트라처럼 복잡하다. 조율하지 않은 채 활을 켜고 목관 악기를 부는 밴드 연습소리, 전속력으로 질주하며 뒤틀리는 엔진의 광활한 소리, 은하계 부족들이 빛의 속도로 벌이는 전쟁 소리, 습한 열대 우림 아침에 반사되어 퍼지는 새들의 지저귐, 일렉트로닉 트랜스 음악의 도입부, 그리고 배경으로는 울림소리가, 빈 목구멍에 모이는 소리가 깔린다. 화음이 어설프게 형체를 잡아 간다. 아주 멀리 떨어진 목소리들이 합쳐진다. 천상의 지속음이 잡음을 뚫고 길게펼쳐진다. 아주 신중하게 시작되는 합창 소리처럼 노래가 터져 나올 것 같다고, 당신은 생각한다. 그리고 윤이나는 구슬 행성은 잠깐이지만 아주 달콤한 노래를 부른다. 지구의 빛이 합창한다. 그 빛은 1조 개 물체들의 앙상블이다. 짧은 순간에 모여 하나가 되고는, 거칠고 경쾌한 세상의 잡음 은하계 목관 악기 열대 우림 트랜스음악으로 요란하게 뒤죽박죽 다시 흩어진다. - P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