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최초의 여자이자 마지막 여자이니
나는 경배받는 여자이자 멸시받는 여자이니
나는 창녀이자 성녀이니
나는 아내이자 동정녀이니
나는 어머니이자 딸이니
나는 내 어머니의 팔이니
나는 불임이자 다산이니
나는 유부녀이자 독신녀이니
나는 빛 가운데 분만하는 여자이자 결코 출산해본 적이 없는 여자이니
나는 출산의 고통을 위로하는 여자이니
나는 아내이자 남편이니
그리고 나를 창조한 것이 내 남자라
나는 내 아버지의 어머니이니
나는 내 남편의 누이이니
그리고 그는 버려진 내 자식이니
언제나 날 존중하라
나는 추문을 일으키는 여자이고 더없이 멋진 여자이니
<이시스 찬가>, 기원전 3~4세기경 나그 함마디에서 출토 - P-1
옛날 옛적에 마리아라는 창녀가 있었다.
잠깐 ‘옛날 옛적에‘ 는 아이들에게 옛날 이야기를 해줄 때 흔히 사용하는 표현인 반면, ‘창녀‘는 나이든 자들의 용어다. 어떻게 이러한 명백한 모순을 이제부터 들어갈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는가? 하지만 우린 삶의 매 순간 한 발은 동화 속에, 또 한발은 나락 속에 담근 채 살아가고 있으니 그냥 이렇게 시작하도록하자! - P15
이튿날, 그녀는 정성을 다해 치장하고, 어머니가 개학날을 위해 특별히 맞춰준 원피스를 입었다. 그리고 마침내 방학이 끝난것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등교길에 나섰다. 하지만 소년은 보이지 않았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렇게 애태우며 일주일을 보내고 나서야 마리아는 소년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 아인 멀리 떠났어."
다른 도시로 전학을 갔다는 것이다.
그 순간, 마리아는 어떤 것을 영원히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깨달았다. 또한 ‘멀리‘라고 불리는 곳이 존재한다는 것. 세상은넓고 그녀가 사는 도시는 깨알만큼 작다는 것. 마음에 드는 존재들은 결국에는 늘 떠나고 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도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너무 어렸다. 그녀는 먼지가 폴폴 날리는 길을 바라보며 결심했다. 언젠가는 소년을 찾아 자기도 이곳을 떠나리라고.
그리고 아홉 주일이 지나는 동안, 그녀는 관습에 따라 금요일마다 영성체를 받으며 성모 마리아에게 간구했다. 이 도시를 벗어나게 해달라고.
한동안 그녀는 마음을 앓았고, 소년의 소식을 묻고 다녔다. 하지만 소년이 어디로 이사갔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마리아는 깨달아갔다. 세상은 너무 넓고, 사랑은 너무 위험하다는 것을. 그녀는 생각했다. 성모 마리아가 계시는 하늘나라는 너무나 멀어서 아이들의 소원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라고. - P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