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네가 다시 돌아올 걸 조금도 의심하지 않으신 거야….. 싸울 때도 있고, 싫을 때도 있고 그렇지만 절대로 헤어질수 없다는 걸 굳게 믿고 계신 거지…….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너무나 많은 미담을 듣고 자랐어.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엄마가 우리에게 해주는 모성애란 대체 어떤 거니? 누가 그 모든 것을 가지고 있지? …… 그래서 어떤 사회학자들은 모성애란 오직 아들과 어머니 사이에서만 성립한다, 라고 극단적으로말을 하기도 하지만……. 물론 아이가 아플 때, 아이가 어려울 때, 헌신적으로 자신을 바치는 엄마는 많아. 하지만 너는 지금 아프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아………. 그리고 무엇보다 네가 기억해야만 하는 건, 네 엄마도, 그리고 이 아줌마도 한때는 자신들의 엄마에 대해 무지무지 많은 불만을 가진 그런 딸들이었다는 거야. 솔직히 성모마리아가 우리 엄마였다 하더라도 반발할 거리가 있었을 거 같아. 왜 그렇게 착하고 성스럽냐고 대들면서 말이지… - P296
"너를 나무라는 게 아니야. 친구가 이상하면 안 만나면 그만이야, 다른 친구들이랑 사귀면 되니까. 하지만 가족은 달라. 엄마랑 딸은죽어도, 정말 문자 그대로 죽어도, 죽고 나서도 엄마랑 딸이야. 아빠도 동생도 다 마찬가지이고……. 그래서 우리는 하는 수 없이 서로를 이해하고 더불어 살기 위해 자신을 조금씩 바꾸고 그래야해……. 관계를 다시 설정할 수가 없으니까…. 이런 것들을 감내해야 하는 거야.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친구도 이해할 수 있는 연습을 하게 되고, 사람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게 되는 거야. 가족은 한번 정해지면 다시 태어나기 전에는 어쩔 수가 없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그래." - P297
이 편지를 쓰기 전 엄마는 잠이 안 와 거실로 나갔다. 겨울 달빛이 비치는 창가에 서 있다가 문득 돌아보니 자그마한 성모상이 서 있었다. 성모마리아가 존경을 받는 이유는 그녀가 구세주를 낳았기 때문이 아니란 걸 엄마는 그제야 깨달아버렸다. 달빛 아래서 엄마는 거실 바닥에 엎디었지. 그녀가 존경을 받는 이유는 그녀가 그 아들을 죽음에 이르도록 그냥, 놔두었다는 거라는 걸, 알게 된 거야. 모성의 완성은 품었던 자식을 보내주는 데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거실에 엎디어서 엄마는 깨달았다. 이 고통스러운 순간이 은총이라는 것을 말이야. 사랑하는 딸, 너의 길을 가거라. 엄마는 여기 남아 있을게. 너의 스물은 엄마의 스물과 다르고 달라야 하겠지. 엄마의 기도를 믿고 앞으로 가거라. 고통이 너의 스승이라는 것을 잊지 마라. 네 앞에 있는 많은 시간의 결들을 촘촘히 살아내라. 그리고 엄마의 사랑으로 너에게 금빛 열쇠를 줄게. 그것으로 세상을 열어라. 오직 너만의 세상을.
- P336
그때 나는 알게 되었다. 비로소 내가 온전히 혼자라는 것을, 그리고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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