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버리게, 인생은 그런 거야. 모든 게 시간이 지나면 지워지게마련이지. 기억은 희미해지고, 고통은 줄어들고, 나는 사람들이 어떤새나 꽃을 기억하듯이, 내 아내를 기억하고 있지. 그녀는 인생의 기적이었어. 그녀가 사는 세상은 모든 게 가볍고, 쉽고, 아름다웠지. 처음에는 내가 그녀 때문에 이곳에 오곤 했는데, 이제는 주디트, 살아 있는 여인 때문에 이곳에 오네. 자네가 보기엔 우습겠지, 루카스, 하지만 난 주디트를 사랑해, 자기 자식도 아니면서 아이들에게 쏟는 그녀의 사랑, 은혜, 힘을 사랑하네."
- P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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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찰대가 멀어졌다. 우리가 말했다.
"가세요. 아빠. 다음번 순찰은 이십 분 후에 있어요."
아빠는 옆구리에 판자 두 개를 끼고 앞으로 나아가서 판자 하나를 바리케이드에 기대놓고 기어올라간다.
우리는 큰 나무 뒤에 배를 깔고 엎드려서 손으로 귀를 막고 입을벌린다.
폭발음이 들린다.
우리는 미리 준비했던 다른 판자 두 개와 보물이 든 마대를 들고 철조망까지 달린다.
아빠는 두 번째 철조망 직전에 쓰러져 있다.
그렇다. 국경을 넘어가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누군가를 앞서 가게하는 것이다.
마대를 쥐고, 앞서 간 발자국을 따라간 다음, 아빠의 축 늘어진 몸뚱이를 밟고, 우리 가운데 하나만 국경을 넘어갔다.
남은 하나는 할머니 집으로 돌아왔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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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이 아니다. 기술혁신은 대부분의 경우 노동을 단순하게(또는쉽게 만드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빵을 만들려는 사람들이 이스트를 환영했던 이유도 노동의 수고를 확 줄여주었기 때문이다. 언뜻 제빵기술자에게도 좋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긴 안목에서 보면 사실은 노동자의 목을 죄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것도 역시 노동력의 교환가치(임금)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노동이 단순해지면 기술은 필요 없어진다. 그러면 기술습득 비용이 굳는 만큼 임금도 낮아지는 것이다.
또 하나, 노동이 단순해짐으로써 노동자에게는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단순한 노동은 ‘누구나 가능한 일로 전락해 얼마든지 대체할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부분을 마르크스는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노동자는 기계의 부속물로 전락하고, 부속물로서의 그에게는 오직 가장 단순하고 가장 단조로우며 가장 손쉽게 획득할 수 있는 기술만이 요구된다." (「공산당 선언」) - P67

일(노동력)을 값싸게 만들기 위해 음식 (상품) 값을 내린다는 것이 마르크스가 밝혀낸 자본주의의 구조다.
농산물 수입도 음식 값을 깎아내리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시의성 있는 예로는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를 들 수 있다. TPP에참가하면 농산물 가격이 지금보다 싸진다. 쌀과 소고기의 관세가 철폐되면 소고기덮밥 가격은 200엔 아래로 떨어진다는 등의 이야기가있지만, 이런 이야기는 요즘 들어 처음 거론된 내용이 아니다. 마르크스는 당시의 자본가 (경영자)가 농산물 수입 자유화에 관해 어떤 식으로 바라봤는지 속내를 소개한 바 있다.
곡물 및 모든 식료품의 가격이 싸야 산업은 이익을 얻는다. 왜냐하면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소가 무엇이건 간에 가격이 비싸지면 그로 인해 틀림없이 노동력도 비싸지기 때문이다. (중략) 식료품 가격은 반드시 노동의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생활필수품의 가격이 싸지면 노동의 가격은 계속 떨어질 것이다." (『자본론』 1권 4편 10장)소비자의 눈높이에서 생각해도 상품이 싸면 쌀수록 고마운 일이다. 물론 상품을 파는 사람 입장에서도 싸게 팔아야 잘 팔린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 상황이 돌고돌아 노동자의 목을 죈다. 마르크스는 그 점을 가르쳐준다. - P69

여기서 간단히 금융을 통해 돈이 어떻게 증식되는지를 살펴보자.
A라는 사람이 은행에 100만 엔을 맡겼다(빌려줬다고 하자. 그 100만 엔은 원래는 A의 것이지만 은행은 A가 맡긴(A에게 빌린) 100 만엔을 성실하고 정직하게 금고에 보관하는 데가 아니다. 예컨대 그 중80만 엔을 B라는 공장에 유자를 한다.
A는 100만 엔을 자산으로 보유한 상태고, 사도 현금 80만 엔을손에 넣었다. 원래 100만 엔이었던 A의 돈이 은행의 융자(B사 입장에서 보면 빌린 돈)를 통해 180만 엔으로 불어났다. 이것을 금융용어로
‘신용참조‘라 한다. 신용, 즉 빌린 돈을 통해 돈을 참조해내는 기능은 은행만이 가진 특수 기능이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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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수를 막론하고 부모의 생존은 가족 크기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즉, 다음해에도 교배 개체군은 똑같은 수의 성체를 길러냈다. 하지만 부모는 과로 때문에 건강 상태가 좋지 못했다. 겨우 죽지 않고살아 있는 정도였다. 이후 부모들의 번식 성과를 조사했더니 처음과전혀 다른 패턴이 나타났다. 특히 어미의 여력은 과거의 업무 부담과매우 큰 관계가 있었다. 알 두 개를 제거했던 그룹의 어미는 다음해에 더 많은 알을 낳았으나, 두 마리를 더 키워야 했던 어미는 다음해에 알을 적게 낳았다. 당연한 결과지만, 알을 제거한 가족에서  자란 암컷(딸)들도 알을 추가한 가족에서 자란 딸들보다 더 많은 알을 낳았다(이 주제에 관해 아비와 아들의 형편에 관해서는 알려진 바가 적다. 수컷의 번식 성공은 정확히 추적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 P278

따라서 이유야 어쨌든 어미가 새끼 한 마리당 제공하는 자원이약간이라도 줄어들면 가족 내 사회역학이 큰 영향을 받는 것 같다.
먹이가 줄어들자마자 가족 크기를 줄여야 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형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부화비동시성 같은 긴장 완화 시스템이 없는 종은 새끼가 전멸할 수도 있다). 나아가 부모와 자손의 의견 불일치가 일치로 바필 수 있다. 다시 말해, 가족 예산이 빠듯해져서 부모와 주도적인 자식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다가 결국은 부모와 자식들이 가장 약한 자식의 죽음에 동의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 P279

 부모의 과잉 생산을 자손 선택으로 간주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질에 따라 자손을 선별하면 자신의 적응도가 높아지는지, 그리고 그로 인한 이익이 필수불가결한 비용을 평균적으로 초과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가지치기는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가? 앞서 논했듯이, 식물의 경우에는 매우 낮은 개체당 비용으로 자손(씨앗과 열매)을 오랜 시간 보유할 수 있고 불합격 자손을 제거하기 위해치러야 하는 비용도 매우 낮다. 즉, 어미 포자체가 불필요한 자손을 떨어뜨리면 나머지는 중력이 알아서 처리해준다. 게다가 식물은 배우자를 고르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없기에 대부분이 수많은 기증자들로부터 수컷 배우자 gamete를 받는데, 당연히 그 배우자들의 유전적품질은 동물의 경우보다 훨씬 다양하다. 나아가 접합자 속 수컷 유전자와 암컷 유전자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자손의 표현형은 더욱 다양해진다. 만약 우리의 성생활이 바람(또는 벌)에 의해 무작위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면 정확한 판단에 의한 거부권 행사가 특히 중요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손을 보유하고 지원하는 어미 식물은 자손의 발달 상황과 가치를 정확하게 판단해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셈이다.
- P305

이 놀라운 연구는 동종포식으로 인한 몇 가지 새로운 비용에 대한 탐구로 이어져 지금도 진행 중에 있다. 동종포식자의 희생자에게는 유전적으로 가까운 혈족에게 특히 치명적인 기생충과 병원균이있기에 혈족이 다른 것보다 위험한 먹이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있다. 이런 사실은 진족을 식별하고 먹지 않는 동종포식이 동종포식자의 개인적 적응도(직접 적응도)에 이익이기 때문에 자연선택의 추가 그런 행동의 진화 쪽으로 기운다는 점을 시사한다. 하지만 그런행동 형성에 친족선택(간접 적응도)이 관여한다는 주장도 계속해서 큰호응을 얻고 있다. 요컨대, 자연세계에는 이기주의와 혈족주의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듯하다.
- P331

실수는 특히 복잡한 퍼즐을 푸는 데 있어 정말 중요한 덕목이다.
실수 덕분에 우리는 더욱 열심히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잃어버린자동차 열쇠를 찾을 때와 마찬가지로 가능성이 높은 곳부터 샅샅이 훑어본 다음에는 가능성이 적은 곳으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 과학적 탐구에서는 예상한 답을 찾으면 문제를 해결했다고 착각하여 긴장이풀리기 쉽다. 탐구를 계속할 마음을 잃어버리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하게 된다. 마이크 카스파리는 이 점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하나의 설명이 맞지 않으면 우리는 새로운 해결책을 발견할 때까지 문제를 계속해서 해부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이 나타나면 그것을 검증해야 한다.
- P335

하지만 아쉽게도 좋은 이론도 시간이 지나면 뒤집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많은 실험을 해도 내 이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 하지만 한 번의 실험으로도 내 이론이 틀렸다는 것이 증명될 수 있다.
이 책에 뒤섞인 이론과 데이터 역시 이 글을 쓸 때는 최신이었지만 결국 구닥다리가 되고 말 것이다. 과학적 지식은 어차피 일시적인것인데 오직 일반인들만 그것을 흠으로 오해한다.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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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부패하지 않는 경제

자연계에서는 균의 활약을 통해 모든 물질이 흙으로 돌아가고 살아 있는 온갖 것들의 균형은 이 순환 속에서 유지된다. 자연의 균형 속에서는 누군가가 독점하는 일 없이도 누군가가 혹사당하지 않고도 생물이 각자의 생을 다한다.
부패가 생명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자연의 섭리를 경제활동에 적용시키면 어떻게될까? 각자의 생을 다하기 위한 배경에 부패라는 개념이있다고 한다면 부패하는 경제는 우리 각자의 삶을 온화하고 즐겁게 만들어주고, 인생을 빛나게 해주지 않을까?
- P13

어째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지를 알아보니 몇 가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었다. 우선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이 경제발전을 이루면서 엄청난 양의 곡물을 수입하기 시작했다. 한편에서는 곡물이 바이오연료로 사용되는 탓에 식량으로 충당할 양이 줄어들었다. 게다가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 원인은 지구 전체를 위협 중인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 곡창지대가 가뭄을 겪어 대흉작을 기록한 데있었다. 식량이 필요한 사람은 늘었는데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내가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은 그런 작물 시황을 악용해 한밑천 잡으려는 투기자금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곡물의 국제 거래가격을 결정하는 국제 상품시장에 대량의 자금을 투입해서 본래의 수급균형을 깨고 곡물 가격을 끌어올리는 세력이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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