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수를 막론하고 부모의 생존은 가족 크기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즉, 다음해에도 교배 개체군은 똑같은 수의 성체를 길러냈다. 하지만 부모는 과로 때문에 건강 상태가 좋지 못했다. 겨우 죽지 않고살아 있는 정도였다. 이후 부모들의 번식 성과를 조사했더니 처음과전혀 다른 패턴이 나타났다. 특히 어미의 여력은 과거의 업무 부담과매우 큰 관계가 있었다. 알 두 개를 제거했던 그룹의 어미는 다음해에 더 많은 알을 낳았으나, 두 마리를 더 키워야 했던 어미는 다음해에 알을 적게 낳았다. 당연한 결과지만, 알을 제거한 가족에서 자란 암컷(딸)들도 알을 추가한 가족에서 자란 딸들보다 더 많은 알을 낳았다(이 주제에 관해 아비와 아들의 형편에 관해서는 알려진 바가 적다. 수컷의 번식 성공은 정확히 추적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 P278
따라서 이유야 어쨌든 어미가 새끼 한 마리당 제공하는 자원이약간이라도 줄어들면 가족 내 사회역학이 큰 영향을 받는 것 같다. 먹이가 줄어들자마자 가족 크기를 줄여야 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형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부화비동시성 같은 긴장 완화 시스템이 없는 종은 새끼가 전멸할 수도 있다). 나아가 부모와 자손의 의견 불일치가 일치로 바필 수 있다. 다시 말해, 가족 예산이 빠듯해져서 부모와 주도적인 자식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다가 결국은 부모와 자식들이 가장 약한 자식의 죽음에 동의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 P279
부모의 과잉 생산을 자손 선택으로 간주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질에 따라 자손을 선별하면 자신의 적응도가 높아지는지, 그리고 그로 인한 이익이 필수불가결한 비용을 평균적으로 초과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가지치기는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가? 앞서 논했듯이, 식물의 경우에는 매우 낮은 개체당 비용으로 자손(씨앗과 열매)을 오랜 시간 보유할 수 있고 불합격 자손을 제거하기 위해치러야 하는 비용도 매우 낮다. 즉, 어미 포자체가 불필요한 자손을 떨어뜨리면 나머지는 중력이 알아서 처리해준다. 게다가 식물은 배우자를 고르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없기에 대부분이 수많은 기증자들로부터 수컷 배우자 gamete를 받는데, 당연히 그 배우자들의 유전적품질은 동물의 경우보다 훨씬 다양하다. 나아가 접합자 속 수컷 유전자와 암컷 유전자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자손의 표현형은 더욱 다양해진다. 만약 우리의 성생활이 바람(또는 벌)에 의해 무작위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면 정확한 판단에 의한 거부권 행사가 특히 중요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손을 보유하고 지원하는 어미 식물은 자손의 발달 상황과 가치를 정확하게 판단해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셈이다. - P305
이 놀라운 연구는 동종포식으로 인한 몇 가지 새로운 비용에 대한 탐구로 이어져 지금도 진행 중에 있다. 동종포식자의 희생자에게는 유전적으로 가까운 혈족에게 특히 치명적인 기생충과 병원균이있기에 혈족이 다른 것보다 위험한 먹이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있다. 이런 사실은 진족을 식별하고 먹지 않는 동종포식이 동종포식자의 개인적 적응도(직접 적응도)에 이익이기 때문에 자연선택의 추가 그런 행동의 진화 쪽으로 기운다는 점을 시사한다. 하지만 그런행동 형성에 친족선택(간접 적응도)이 관여한다는 주장도 계속해서 큰호응을 얻고 있다. 요컨대, 자연세계에는 이기주의와 혈족주의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듯하다. - P331
실수는 특히 복잡한 퍼즐을 푸는 데 있어 정말 중요한 덕목이다. 실수 덕분에 우리는 더욱 열심히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잃어버린자동차 열쇠를 찾을 때와 마찬가지로 가능성이 높은 곳부터 샅샅이 훑어본 다음에는 가능성이 적은 곳으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 과학적 탐구에서는 예상한 답을 찾으면 문제를 해결했다고 착각하여 긴장이풀리기 쉽다. 탐구를 계속할 마음을 잃어버리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하게 된다. 마이크 카스파리는 이 점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하나의 설명이 맞지 않으면 우리는 새로운 해결책을 발견할 때까지 문제를 계속해서 해부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이 나타나면 그것을 검증해야 한다. - P335
하지만 아쉽게도 좋은 이론도 시간이 지나면 뒤집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많은 실험을 해도 내 이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 하지만 한 번의 실험으로도 내 이론이 틀렸다는 것이 증명될 수 있다. 이 책에 뒤섞인 이론과 데이터 역시 이 글을 쓸 때는 최신이었지만 결국 구닥다리가 되고 말 것이다. 과학적 지식은 어차피 일시적인것인데 오직 일반인들만 그것을 흠으로 오해한다.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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