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생 케빈의 부재를 느끼며 살아갈 것이다. 케빈과 함께 보낸 마지막 날이 점점 멀어진다는 사실이 나를 아프게 한다. 하지만 내게 주어졌던, 케빈과 함께한 21년의 세월에 감사한다. 신이 케빈이라는 선물을 거두어 가셨으니 그 슬픔을 견디기에 충분한 희망과 힘 또한 달라고 요구한다 해도 그리 무리한 부탁은 아닐 것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우리 사회의 정신질환자들은 우리를 치유해줄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질병인식불능증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만 있다면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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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12월의 어느 날, 나는 상하이 푸둥공항 티켓 카운터에서 서울로 가는 편도 항공권을 사고 있었다. 경험이 많은 여행자는 공항에서 항공권을, 더더군다나 편도는 사지않는다. 터무니없이 비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로서는 선티의 여지가 없었다. 추방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작가는 대체로 다른 직업보다는 여행을자주 다니는 편이지만, 우리들의 정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신이 창조한 세계로 다녀오는 여행이다. 그 토끼굴 속으로 뛰어들면 시간이 다르게 흐르며, 주인공의 운명을 뒤흔드는 격심한 시련과 갈등이 전개되고 있어 현실의여행지보다 훨씬 드라마틱하다.

오래 살아온 집에는 상처가 있다. 지워지지 않는 벽지의얼룩처럼 온갖 기억들이 집 여기저기에 들러붙어 있다. 가족에게 받은 고통, 내가 그들에게 주었거나, 그들로부터 들은 뼈아픈 말들은 사라지지 않고 집 구석구석에 묻어 있다.
집은 안식의 공간이(어야 하)지만 상처의 쇼윈도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족 간의 뿌리 깊은 갈등을 다룬 소설들은 어김없이 그들이 오래 살아온 집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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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짜기 안쪽은 급속도로 빛을 잃는다. 골짜기 사면의 바나나 나무 잎사귀가 항혼 녘에 차츰 희미해진다.
6시 30분이다.
칠흑 같은 어둠과 귀가 따갑게 울어대는 귀뚜라미 소리가 지금 정원과 테라스와 집 주위 사방으로 다시 한번 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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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렇게 합리적인 척 제시하는 주제들의표면 바로 밑에는 정신질환자는 말할 것도 없고 과학과 과학자들, 나아가 지성주의 전반을 향한 훨씬 더 오래되고 만연한 회의론의 원천이 자리잡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 그 원천은 바로 공포와 증오를 일으키는 유령 같은 인물인 타자 the Other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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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행복감은 지속되지 못할 운명이었다. 수상자가 발표되고 며칠 지나지 않아 파워스 집안의 대하소설에서 ‘이전‘이 쿵 소리를내며 종지부를 찍고, 이후‘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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