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드물긴 하지만 돌연변이가 개체를 희생하고 집단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경우가 있다. 이 돌연변이는 생물학적 집합을 더 단단히 결속하는 바늘땀이다. 특수화specialization-하나의 세포가 체내에서 하나의 역할을 맡는 것-는 대체로 효율성을 높이는 데 이로운 단계로 간주된다. 좋은 잎, 좋은 방울 비늘조각, 좋은 뿌리가 되는 일에 전념하는 세포는 팔방미인 세포를 앞설 수 있다. 그만큼 뚜렷하진 않지만 또다른 이점은 세포의 특수화 증가가 세포 개별성의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외톨이 뿌리 세포는 살아갈 수 없다. 하지만 잎 세포와 연결된 뿌리 세포는 다윈주의적 혁신의 성공 사례일지도 모른다. 단일 세포의 이기주의로 돌아갈 가능성을 차단했으니 말이다. 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된 세포 사멸은 외톨이 세포의 진화적 가능성을 차단하고 집단에 유익을 주는 또 다른 돌연변이다. 우리의 신경계는 쓸모없어진 세포가 자기희생적으로 자살하여 솎아내기를 하지 않으면 오발의 난장판이될 것이다. 손가락과 발가락 사이의 배아세포가 죽지 않으면 우리는 손가락과 발가락이 붙은 채 태어난다. 특수화, 프로그래밍된 조기 사멸 같은 세포적 변화는 풀 수 없는 매듭이다. 생명의 끈은 한 번 묶으면 빠져나갈 수 없다. 짜임은 더욱 단단해진다. - P71
발삼전나무가 서 있는 한대림 가장자리에서는 인간이 만들어낸 물질 흐름이 유난히 거세다. 오늘날 연료, 곡물, 목재는 가장 활발하게 이동하는 생물 에너지 형태다. 200년 전에는 모피와 담배가 화폐 역할을 했다. 여름이면 캐나다 중부와 북부 전역에서 올무꾼들이 모여 펠트를 꼬인 담뱃잎과 교환했다. 발삼전나무가 서 있는 길은 옛 교역로중 하나로, 높이 40미터의 카카베카 폭포를 지난다. 일꾼들이 녹빛 건플린트 도로를 묵묵히 걸어간다. 각자 40킬로그램짜리 짐을 두 개씩 짊어지고 내륙 수로인 카미니스티키아의 카누를 향해 간다. 일꾼들은 버지니아의 담뱃잎을 숲으로 나르고 펠트 수십만 장을 유럽으로 운반했다. 비버는 속 털로 펠트 모자를 만들 수 있어서 귀하지만, 사향뒤쥐, 여우, 수달, 곰, 구즈리, 심지어 북극의 물범까지 북부 지방의 온갓 모피가 실려 왔다. 모피 무역은 금세 무너졌으며 지역 경제는 광산과 목재 수출로 방향을 틀었다. 이것은 인류의 오래된 연결로 거슬러올라간다. 식민지 이전 시대에는 인도의 구리가 이 지역에서 남아메리카로 운반되었으며 도자기 제작 기술이 북쪽으로 흘러들었다. 이러한 교환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발삼전나무의 나뭇진으로 자작나무껍질 카누의 솔기를 메우고 방수했기 때문이다. 무역과 지식을 나른것은 향기 나는 나뭇진이었다. - P74
한대림은 지구상의 나머지 지역보다 훨씬 빨리 더워지고 있다. 최근의 숲 유실은 대부분 잦아진 산불 때문이다. 산불이 나면 토양의 탄소가 연소될 뿐 아니라, 불길이 식물 덮개를 파괴한 뒤에는 나머지 흙이 무방비로 노출된다. 산불로 인해 탄소가 대기 중에 방출되면 한대림은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흡수원sink‘에서 토양에서의 유입량보다 대기로의 유출량이 더 많은 ‘발생원source‘으로 바뀐다. 대기 중 탄소는 온실가스이기 때문에, 한대림이 탄소 흡수원에서 탄소 발생원으로 바뀌는 것은 대기 이불에 솜을 더 채워 넣는 격이다. 산불만큼 눈에 띄지는 않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요인으로 흙의 관계망 변화가 있다. 온도가 높아지면 토양 미생물은 광란의 도가니에 빠진다. 흙의 온도가 증가함에 따라 미생물의 활동이 기하급수적으로증가한다. 더위가 며칠이나 몇 주간 계속되면 공동체의 구성이 달라져 추위에 적응한 미생물이 더위를 좋아하는 미생물로 대체되면서 미생물 활동이 더욱 가속화된다. 이 변화의 결과로 부패가 더욱 빨라진다. 죽은 바늘잎, 뿌리, 균류, 미생물은 흙에 사는 공동체를 통해 처리되며 잔해는 하늘로 올라간다. 생물학적 산불은 연기가 나지 않지만, 사방에서 일어나고 있기에 탄소의 지구적 흐름이라는 점에서는 불길의 드라마보다 더 중요하다. - P80
사발야자나무
조지아 주 세인트캐서린스 섬 31°3540.4" N, 81°09‘02.2" W
뉴턴의 구들이 허공을 휘돈다. 지구와 달이 태양 주위를 돌면서지상에 낮과 밤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달은 회전하는 지구 주위를 돌면서, 서로의 하늘에 호를 그린다. 중력의 끈이 모든 질량을 그 질량이 별이든, 달의 티끌이든, 대양의 물방울이든- 서로 연결하지 않으면구들은 튕겨져 나갈 것이다. 지구에서 달의 움직임을 좇아 물이 팽창한다. 땅도 달을 향한 중력의 끌림을 느끼지만 바위가 단단하게 버티고 있어 꿈쩍하지 못한다. 바다는 육지보다 순응적이어서 달의 인력과 지구의 회전에 반응하여 조석을 일으킨다. 어느 해안에 가도, 맞물린 궤도의 고리가 밀물과 썰물로 나타난다. 인류가 동력과 지력을 모조리 동원해도 이만한 부피의 물을 움직일 수는 없다. 육중한 바다를 들어 올릴 수는 없다. 하지만 회전하는 구는 그 무엇도 아닌 오로지 관계로부터 고요히 힘을 발생시킨다. 구들이 회전하다 같은 축을 따라 정렬하면 태양과 달의 중력이 합쳐져 지구의 물이 가장 높이 올라가고 가장 낮게 내려가는 한사리가 일어난다. 며칠이 지나 달과 태양이 맞서면 중력이 약화되어 완만한 작은사리가 일어난다. 천 체기하학의 추상적 차원에서 상상한 물의 움직임은 질서정연하며 수학적 엄밀함으로 가득 차 있다. 불규칙한 해안선과 수심의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모든 것이 조화로워 보인다. 지구와 대양을 다스리는것은 꾸준하고 예측 가능한 하늘의 손이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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