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무주산골영화제에 다녀왔다. 잔디밭 위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서 밤늦도록 야외 상영 해주는 영화를 볼 수 있는 곳. 6월에 무주에 가는 건 강과 내가 손꼽아 기다리는 연례행사 중 하나다. 제철 행복을 미리 심어두어서 좋은 점 중하나는 그날이 오기까지 틈틈이 설렐 수 있다는 것. 앞일은대체로 모르는 것투성이지만 6월에 일어날 좋은 일 하나는알지, 그 사실이 고단한 일상을 건너는 힘이 되어준다. 무엇보다 스스로를 좋은 순간에, 좋은 풍경에 데려가는 건 일부러시간을 ‘내서‘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고. - P142
조만간 친구들을 만나 하지 감자에 보리 맥주를 마셔야지. 감자 수확 얘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으면서, 감자 환갑, 보리 환갑이 뭔지도 알려주면서 할머니 같은 소리 좀 그만하라며 친구들은 웃겠지. 사라져가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할머니의 역할이라면 나는 이미 할머니인지도 모르겠다. ‘옛날에는‘으로 시작되는 얘기를 많이 알고 있는 사람, 긴 시간을보기에 지금을 살 줄 아는 사람. 언제까지라도 그런 사람이고싶다. - P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