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인공지능한테 바둑 배우겠네‘라는 농담이 현실이 됐다. 프로기사들은 고성능 컴퓨터와 그래픽카드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특히 그래픽카드의 연산 속도가 중요했다. 기사들 사이에서는 2017년 3월에 나온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카드 지포스 GTX1080 Ti가 인기를 끌었다. 당시 지포스 GTX 1080 Ti의 가격은 한장에 100만 원이 넘었는데 정상급 기사들은 이걸 기본으로 두 장씩 붙여 쓴다고 했다. 국가대표팀은 지포스 GTX 1080 Ti 네 장을장착한 컴퓨터 다섯 대를 썼다.‘ 나중에는 중국 국가대표팀 기사들은 전용 훈련 프로그램을 쓰고 있는데 한국 기사들은 그러지못해 불리하다는 불만까지 나왔다.‘ ‘어떤 기사가 1000만 원이 넘는 장비를 구입했다더라‘ 하는 소문도 돌았다. 바둑 도장들도 서둘러 훈련용 컴퓨터 구입에 나섰다. 하지만 누구나 바둑 AI 프로그램을 집에 설치할 수 있으니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 연구생들은굳이 도장을 찾을 이유가 줄었다. - P52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이 그 분야에 어떤 영향을미칠 것인가‘ 같은 고민은, 실제로 그 분야에서 쓸 만한 인공지능이 나오기 전까지만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모든 분야에서 게임체인저가 된다. 인공지능이 등장하면 그 분야의 규칙 자체가 바뀌며, 그때부터 해야 하는 고민은 ‘이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된다. 어쨌든 경쟁은 다른 사람과 하는 거니까. - P79
‘인공지능이 그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같은 이야기는, 그런 치열한 경쟁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사람들, 즉 그 시점에 해당 분야의 일류라고 볼 수는 없는 사람들, 현장의 최전선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인문학 포럼 같은 데서 할 것 같다. 그 포럼에서는 이런저런 논의가 오가겠고 어쩌면 깊은 통찰이 나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말들은 기본적으로 무력한 언어들이다. 그 업계에서 영향력 있는 플레이어들은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라는 고민에 빠져 있어서, 그런 인문학 포럼에서 나오는 이야기에별 관심이 없을 것이다. (나는 어떤 업계에서 쓸 만한 인공지능이 상용화됐을 때 그 업계 종사자들이 다 같이 인공지능 사용을 거부하는 일이 별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한다.) - P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