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는 그곳 농부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을 수 있습니다. 무작정 가서 학교나 교회를 지어 주고 지역장에게 메르세데스 벤츠 몇 대건네주고 마는 것이 아닙니다. 그곳 사람들의 생계를 개선하기 위해 그들의 필요에 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돈을 빌려 주면서 살충제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쓰는 방법을 알려 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니까 농업부가 동참하더군요. 우리가 하는 일이 마음에 들었던 거죠." 이것이 빌이 말하는 ‘똑똑한 이기심‘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다. 바이엘의 모든 신약에 대한 중국 판매 허가 여부가 모두 중국 정부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야말로 바이엘의 가장 중요한 고객 중 하나다. 그러면서 빌은 가난 퇴치가 기업의 책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솔선해 모범을 보일 수는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은 자신의 주력 사업을통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지 전례를 보이고 초기 투자를 제공해, 정부와 비정부 기구가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한 일에 뛰어들도록 할수 있다고 빌은 말했다. "그래서 저희가 소액 금융 대출 같은 실험으로 농민의 생계 수단을 창출하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건강은 물론이고교육이나 환경같이 가난을 둘러싼 모든 것과 연계해, 이 실험을 지역 전체로 확장시킬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 P113
외국으로부터 막대한 투자를 유치하고, 윤리적으로 미심쩍었던 아편무역을 합법적인 고무 무역으로 대체하는 등 얼핏 보면 라오스 사람들에게이보다 반가운 소식은 없을 것 같다. 게다가 중국은 가난한 이웃들에게 엄청난 지원을 퍼붓고 있다. 중국은 라오스 정부가 지출하는 돈의 87퍼센트를 지원하는 초대형 원조국이 되었다. 하지만 중국이 자국민의 복지에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하다는 사실로 미루어 보면, 라오스 사람들이과연 실제로 그렇게 많은 지원을 받고 있는지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 P126
중국 기업 루이펑이 소유한 이 농장에서는 어린 고무나무 주위에 자란 덤불을 없애는 대가로 한 주에 40~50달러(4만4000~5만5000원)를 준다고 했다. 임금은 일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한소년이 으스대며 끝없이 펼쳐진 고무 농장을 건너다보았다. "저는 60달러(6만6000원) 정도 벌어요. 중국 회사가 돈은 많이 주죠. 그런데 이것 좀 보세요. 다른 나무는 하나도 없어요. 우리도 환경 문제가뭔지 알아요. 그래서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해요." 라오스 북부에 고무나무를 심기 전까지 이곳은 전체가 원시 열대 우림이었다. 현존하는 아시아 숲 코끼리의 마지막 세대를 비롯해, 다양한생물이 살던 지역이었다. 그런데 고무나무를 재배하기 위해 서둘러 토지를 개간한 결과, 우리 앞에는 불에 탄 숲과 나무의 흔적만 남았다. 불에 탄 나무 중에는 지름이 3~4미터는 족히 넘어 보이는 것들도 있었다. 그것들은 불도저로 정리될 예정이었다. 이런 식의 무분별한 훼손은 어처구니없는 일이었지만, 라오스 정부가 얼마나 다급하게 개발에 임했는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이것은 정책적인 삼림 벌채였다. 개발이라는 목표 앞에서 열대 우림은 거치적거릴 뿐이었다. - P129
라오스 정부와 중국 고무 제조사들은 자신들이 베어 낸 토착종보다 더 많은 고무나무를 심었다고 주장했다. ‘산림 파괴‘가 아니라 ‘산림 재조성‘ 이라는 황당한 논리를 펼쳤다. 그중중국계 고무 기업인 기타에서는 이 사업을 자사의 사회 공헌 활동으로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무나무 재배를 산림 조성으로 미화하는 것은 그야말로 억지일 뿐이다. 고무나무만 자라는 숲에서는 코끼리나 토종 생물, 토착 부족이 살아남을 수가 없다. - P130
지금 중국은 서양 국가가 제시한 것과는 다른 투자 패키지를 제안하고 있다. 이들은 인권이나 민주적 이상, 환경 보호 준수 같은 조건을 달지 않는다. 그 대신 라오스 국립 경기장같이 중요한 문화적 건물이나 정부 건물을 건설하면서 외국 정부와 관계를 구축한다. 우호적인 관계를만들어 가기 위한 일종의 ‘우정의 선물‘인 셈이다. 라오스같은 개발도상국이 직면한 진정한 과제는 원조와 외국인 투자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이다. 라오스는 이들의 원조와 투자에 의지하지만, 자립 여건이 충분하기 때문에 중국 기업의 자국내 불법 행위나 노동 착취를 규제할 수있다. 최소 15만 헥타르(서울 면적의 2.5배)의 토지가 이미 중국 투자자에게 임대되었다. 그것도 30~50년 동안 헐값에, 후한 세금 우대 조치까지 해주면서 말이다. 라오스 정부가 필사적으로 개발에 매달린 나머지 자국영토를 터무니없는 가격에 팔아넘긴 셈이다. 고무 농장이 마을 들판과근처 숲까지 잠식하자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 토지 분쟁이 번지고, 전통적 생계 수단은 제대로 보상 받지 못한 채 사라지고 있다. 이것이 발전의 대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돌아오는 것이 무엇인가? 이런 투자가 환경과 사회에 미칠 영향은 둘째치고, 이 개발로 라오스국민들은 무엇을 얻게 될까? 정부는 노동자들의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대를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주민들이 직업과 일정한 수입을 원했던 것일까? 경험도 더 많고 직업의식도 더 강하고 사장과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중국인 이주 노동자들이 라오스 국민의 일자리를 앗아 가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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