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수버들에 다녀가는 봄은 어쩌면 그리도 환한지. 잘 빗질해서 헝클어지는 법 없는 머리칼 같기도 하고, 시폰 드레스자락 같기도 한 기다란 줄기도 근사하지만 딱 이맘때 볼 수있는 연둣빛이 제일 귀하다. 마음을 연해지게 만드는 연둣빛이다. 어떻게 찍어도 사진에는 담기지 않는 색을 아쉬워하며,
눈에 충분히 담아가려고 강둑에 앉아 있을 때가 좋다. - P69

"사해四海가 하나 되고 만백성이 태평하니 경치 좋은 곳에서 놀게 하소서."
세종은 영의정 ‘유관‘이 올린 상소에 따라 음력 3월 3일(삼짇날)과 9월 9일(중양절)을 명절로 공인하고, 백성들이 정치좋은 곳을 택해 즐거이 놀 수 있도록 윤허했다. 말하자면 그이틀은 국가가 허락한 꽃놀이와 단풍놀이의 날이었던 셈이다. 삼짇날엔 파랗게(靑) 돋은 새 풀을 밟으며(踏) 산책한다는뜻의 ‘답청踏靑‘, 경치 좋은 곳에 여럿이 모여 꽃을 따다 음식을해 먹는 ‘꽃달임‘을 했다. 진주에서는 삼짇날을 ‘해치‘라 불렀는데모여서 취하도록 먹고 마신다‘는 뜻의 방언이라고 이름을달리해서 불렀을 뿐 모두 환한 봄날을 즐기자는 의미였다.
삼짇날이 밝으면 아침 일찍부터 준비를 서둘러 지천으로핀 진달래 사이에 삼삼오오 모인다. 어른들은 한겨울에 담가청명에 열어 마시는 절기주 ‘청명주‘를 마시거나 진달래꽃을말려서 빚은 ‘두견주杜鵑酒‘를 마시곤 했다. 아이들은 꽃가지를꺾어다가 꽃노래도 부르고 꽃싸움도 하면서 온종일 신나게놀았다. 갓 돋아난 보드라운 쑥을 캐서 쑥국을 끓이거나 쑥버무리를 해 먹기도 했다. - P82

꽃은 늘 기다린 시간보다 짧게 머물다 가니,
봄이 오면 언제까지라도 오늘의 기쁨을 선택할 수 있기를.
내일의 즐거움을 예약할 수 있기를.
봄꽃이 재촉하듯 전하는 말은 늘 하나다.
"그러지 말고 나와서 놀자!"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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