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이 만든 문예 모임 ‘죽란시사‘
의 규약을 알게 되었을 때, 자목련 모임을 떠올리며 얼마나반가웠는지.

살구꽃이 처음 피면 한 번 모인다.
복숭아꽃이 처음 피면 한 번 모인다.
한여름에 참외가 익으면 한 번 모인다.
가을이 되면 서쪽 연못에 연꽃을 구경하러 한 번 모인다.
국화꽃이 피면 한 번 모인다.
겨울이 되어 큰 눈이 내리면 한 번 모인다.
세모歲暮에 화분에 심은 매화가 꽃을 피우면 한 번 모인다.
모일 때마다 술과 안주, 붓과 벼루를 준비하여
술마시며 시 읊는데에 이바지한다.
-죽란시사첩서竹蘭詩社貼序
- P49

시 모임답게 모임의 규약 자체가 이미 한 편의 시다. 모임날짜를 정하는 데에 이보다 낭만적인 방법이 있을까. 철에 따라 꽃이 피고 과일이 영그는 시간에 맞추어 벗들을 만난다니. 어떤 이야기는 한 번 들은 후로 잊히지 않고 삶에 새겨지는데, 이제 나는 눈앞의 계절을 볼 때 200여 년 전의 다산은지금쯤 무엇을 기다렸을까 하고 시간을 겹쳐보는 사람이 되었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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