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불청객들의 이름은 동양하루살이, 깔따구, 그리고 최근 언론에서집중 조명을 받은 러브버그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곤충들이 모기처럼 피를 빨지도 않고, 파리처럼 세균을 옮기지도 않으며, 농작물을 직접 해치지도않는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십만 마리가 동시에 나타나는 장면은 시민들에게 압도적인 공포와 불쾌감을 불러일으킨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작은 곤충의 집단적 움직임에서 위협을 느낀다. 그래서 등장한 용어가바로 ‘생활불쾌곤충‘이다. 이 표현은 학술적인 개념이 아니라 행정적 필요에서 비롯된 말로, 서울시가 처음 사용했다. 병을 옮기지 않아도 대량 발생 자체로 시민의 생활을 크게 불편하게 만드는 곤충들을 묶어 지칭한 것이다. - P89

사실 생활불쾌곤충이라 불리는 곤충들은 자연 속에서는 결코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다. 하루살이 유충은 강바닥 모래와 자갈 틈에 숨어들어 미세한 유기물을 섭취하며, 이 과정에서 물을 정화한다. 하루살이가 많이 발견되는 강은 수질이 양호하다는 생태학적 증거로 사용되기도 한다. 러브버그 유충은토양 속에서 낙엽과 부패물을 분해해 흙을 비옥하게 만든다. 깔따구 유충 또한 하천과 습지에서 유기물을 분해하며 물질 순환을 돕는다. 즉, 이들은 환경의 청소부로서 생태계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성충이되어 인간 생활권과 마주치는 순간, 그 기능은 잊히고 오직 불쾌한 존재로만 인식된다. - P90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 이 세 지역의 러브버그 역사를 비교하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드러난다. 모두 도시화와 기후변화, 그리고 빛 공해 (lightpollution)라는 세 요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고속도로의 가로등과 습한 기후가, 일본 오키나와에서는 도시 녹지와 온난한 해풍이, 한국에서는 도심 공원 및 산림과 인공 불빛이 러브버그를 불러 - P94

들였다. 결국 러브버그는 인간이 만든 도시 환경의 ‘생태적 부산물‘이자 뛰어난 ‘적응자‘이다.
반면, 각 지역의 현재 상황은 많은 차이를 나타낸다. 플로리다는 이미대규모 발생이 한 세대를 지나면서 자연 조정단계에 들어섰고, 오키나와는지속적 확산 초기 단계, 한국은 급격한 확장기에 있다. 이처럼 세 나라는 서로 다른 시간대에 놓인 러브버그의 발생 양상을 통해 도시 생태계의 성숙 단계를 단면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내에 유입된 러브버그의 유전자 분석 결과, 한국의러브버그는 일본에서 온 것이 아니고, 중국의 산둥반도에 서식하는 러브버그와 그 유전자형이 일치했다. 다시 말해 최근 중국 산둥반도에서 서식하는러브버그가 우연한 기회에 인천 송도지역으로 들어와 적응하면서 국내에서급격하게 개체 수를 늘려 나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산둥반도 지역에서도 러브버그가 대발생할까1980년~2000년 사이에 출판된 중국곤충학회지에 실린 문헌에 따르면, 러브버그는 중국에 분포하고 있는 종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량 발생으로 기술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중국 산둥반도에서는 러브버그가 대발생하지 않는 걸까? 이에 대한 답변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는 토양 건조도와 도시 불빛 구조가 한국이나 일본처럼 집중되지 않아 도시형 생태 조건이 덜 맞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중국 남부지역에는 러브버그와 유사한 종들이 다수 분포하며, 이것들과 비슷한 생태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어, 단일종이 개체군 폭증을 일으키는 대발생 현상을 생태적으로 제약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시 말해, 동일한 기후권이라도 지역 생태망 내의 종 다양성 차이와 도시 구조 및 교란 요인의 차이로 인해 대발생이 억제되는 구조로 판단된다는 의미다. - P95

먼저 기후변화를 보자. 전 지구적 기온 상승은 곤충의 생활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평균기온이 높아지면 곤충의 발육 속도가 빨라지고, 번식 속도가 빨라진다. 여름철이 길어지고 겨울이 짧아지면 곤충의 번식 기회가 늘어난다. 특히 러브버그나 깔따구처럼 특정 온도와 습도 조건에서 폭발적으로 번식하는 곤충은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에서 러브버그대발생이 두드러지게 늘어난 것도 여름철 고온 다습한 환경이 반복되면서 생육 조건이 최적화된 결과다.
도시화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도시의 확장은 곤충들에게 새로운 서식지를 제공한다. 강변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와 상가, 인공습지와 빗물받이는곤충들이 산란하고 번식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된다. 예를 들어 깔따구는 원래 습지나 하천 주변에서만 대량 발생했지만, 이제는 도시의 정수장에서 쉽게 발견된다. 도시는 곤충에게 새로운 서식지를 끊임없이 공급하는 거대한 생태계다. 문제는 그 공간이 사람의 생활권과 겹친다는 점이다. 인간이만든 편리한 시설물이 곤충에게는 최적의 서식지가 된다.
도시 불빛 문제도 심각하다. 곤충학에서는 이를 ‘생태적 덫 (ecologicaltrap)‘이라고 부른다. 곤충들은 본래 달빛이나 별빛을 기준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도시의 가로등, 네온사인, 대형 전광판은 곤충에게 강력한 인공 신호를보낸다. 곤충들은 방향 감각을 잃고 빛에 집단적으로 몰려든다. 한강 다리에설치된 조명이 하루살이를 유인하고, 계양산 일대의 인공 불빛이 러브버그를 모이게 하는 것도 같은 원리다. 도시의 밝은 불빛은 인간에게 안전과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곤충에게는 거대한 함정이 된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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