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매스컴이 저지른 실수는 전형적인 기계적 중립이다. 서로 다른대상을 똑같이 증거로 뒷받침하려 할 때 일어난다. 두 대상이 공유한 특성을 동등하다고 오판할 때 자주 발생한다. 같은 고양잇과 동물이므로 반려동물로 고양이와 호랑이는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한쪽 주장이 풍부한 증거를 내놓을 때 다른 쪽은지지할 증거가 전무하다면, 상반된 입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양측을 동일시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태도다. 대립 자체가 양측을 공평하게 다룰 가치를 저절로 부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우리는 너무 자주 이 미묘함을 간과하며 어리석은 사람이나 범죄자가 바로 악용하려 드는 공허한 논리를 들이민다.
이는 논쟁적인 문제와 논란을 보도할 때 가장 명백하게 드러난다. 자부심 있는 매스컴은 편향이나 당파에 동조하지 않는다며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긴다. 이는 감탄할 만한 태도이며 건강한 사회에 활발한 논쟁은 꼭 필요하다. 인간은 모두 근본적으로 편파적인 성향이 있으며, 정보를 갖춘 토의는 우리가 해로운반향실에서 벗어나게 도울 수 있다. 양심적인 편집자와 방송사,
작가가 추구해야 할 이상은 객관성이다. 그러나 공명정대가 곧기계적 중립을 뜻하지는 않는다. 증거의 무게가 반박의 여지없이 한 방향을 가리킬 때도 완강하게 양쪽을 똑같이 가치 있다고보도하면 끔찍한 생각과 허튼소리를 존중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게 된다. 기계적 중립은 증거를 고려하지 않고 상반된 관점을 그저 공평하게만 나타내려는 태도다. 그러나 만약 한쪽의 증거가 사실상 이론의 여지가 없다면, 충돌하는 관점을 똑같이 타당하게 고려할 가치가 있는 대상으로 다루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판단이다. - P336

의도가 얼마나 좋든 간에 과학과 유사 과학을 서로 대립하는 형식으로 동등하게 취급하면 해당 주제에 과학적인 논란이 있다는거짓 인상을 준다는 교훈이다. 확실히 자리 잡은 이론의 타당성에 무의미한 주장이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과학적 의견으로 가장하도록 돕고, 냉소자들이 순진한 사람들을 조종하게 한다. - P339

그러나 가능한 한 가장 넓게 볼때, 제일 큰 오류는 자신들의 공동체 목소리가 보편적인 상황을대표한다고 가정한 데 있다. 이런 관점에서 《리터러리 다이제스트》의 실패는 일종의 경고다. 우연이든 의도적이든, 나와 비슷한생각만 들려오고 우리의 편안한 인식을 무너뜨리는 사실을 외면하게 하는 반향실에 안주하기는 너무 쉽고, 때로는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 P356

 듀스버그와 그의 동류들이 심은 의심의 씨앗은 대체의학 집단에서 신뢰를 얻었다. 분명 아지도티미딘이 에이즈를 일으킨다는 그의 주장은 비도덕적인 제약회사들이 혐오스러운 계책을 써서 돈을 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종소리처럼 들렸을 것이다. 바람직하지 않은 사람들을 제거하기 위해 에이즈가 만들어졌다는소문으로 증폭된 불신도 한몫했다.
이런 이야기는 가장 큰 피해자 공동체의 호응을 얻었고 이들의 생각은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지금도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절반은 HIV가 인간이 개발한 무기이며 빈곤층, 흑인, 동성애자, 히스패닉계를 억압하려 만들어졌다고 믿는다. 이들의 인식은오랫동안 조직적인 불평등의 희생자였으며 새로운 HIV 감염자수가 너무나 많았던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에이즈로 황폐해진 공동체에서 이런 믿음은 때로 널리 퍼졌다. 이런 관점의 부정적인 측면은 추상적인 인식론의 우려에 그치지 않고 치료와 예방에 방어벽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환자는어떤 조치를 해도 자신이 희생자가 되리라고 생각하면서 예방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게 된다. - P368

위 사례는 반향실이 불러올 최악의 위험을 보여준다. 집단의 동의는 현실을 회피할 수 없다. 반향실은 그저 거대화한 체리피킹과 뚜렷한 확증편향이지만, 우리는 모두 스스로 속한 집단에서 이를 계속 경계해야 한다. 사회적 통념이라면 비판적인 시험을 피해서는 안 되며, 진실한 지혜라면 어떤 시험이든 이겨낼것이다. 반향실은 언제나 골칫거리였지만,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이 위협은 더 심각해졌으며, 정보 단편화가 늘어나면서 현대세계의 양극화가 뒤따르고 있다. 우리는 개인의 믿음이 얼마나충격적이고 구식이며 위험하든 간에, 개인적 세계관을 정확하게반향하는 공동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비슷한 믿음을 가진 집단은 사회적 소속감을 부여하겠지만, 구성원이 상반된 증거를 듣지 못하게 막는다면 모두 무익하다. 물론 정보는 외부와 단절된채 얻을 수는 없으며, 우리가 마주하는 도전을 제대로 인식하려면 정보 자체가 어떻게 전파되는지, 그리고 얼마나 쉽게 왜곡되는지 탐색해야 한다. - P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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