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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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손동작은 너무나 능수능란해서 오렌지들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더 멋지게 표현하자면, 오렌지들은 앞으로 밀어내는동시에 우주 공간 속으로 튕겨나가지는 못하도록 붙잡는 중력의힘에 의해 좌우되는 행성들처럼 움직였다. 행성들 앞에 서 있는 안드레이는 그것들을 궤도에서 살짝 잡아당겼다가 다시 놓아줌으로써 행성들이 자연스럽게 정해진 경로를 따라 돌도록 만드는 듯했다 - P355

세상에, 그는 생각했다. 어떻게 내가 이럴 수 있단 말인가?
벌써?
겨우 마흔여덟 살에?
"알렉산드르 로스토프, 너는 네 방식의 삶에 굳어져버린 것은 아닌가?"
젊은 시절의 백작은 주위 사람의 존재에 결코 불편함을 느끼지않았다. 그는 언제나 마음을 여는 친구가 되고자 노력했다.
의자에 앉아 책을 읽을 때면 도중에 무슨 소리가 끼어들든 그걸방해로 여기지 않았다. 사실 그는 주위에 약간의 소음이 있는 상태에서 책을 읽는 게 더 좋았다. 거리의 행상이 내지르는 소리도 좋고,
이웃한 아파트에서 나는 피아노 소리도 좋았다. 무엇보다도 계단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 두 개 층을 급하게 뛰어 올라와서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그의 문을 두드리고, 4두 마차를 몰고 온 두 친구가 지금 보도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숨 가쁘게 설명하는 소리가 좋았다. (책에 페이지를 매긴 이유가 바로 그런 게 아닐까? 타당한 이유로 책 읽기가 중단되었을 경우, 그 지점을 찾기쉽게 해주려고 말이다.)그는 소유물에 대해서도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지인에게 책이나 - P381

우산을 거리낌 없이 빌려주었다(아담 이래 책이나 우산을 돌려준지인은 없었다는 사실은 괘념치 말기로 하자.
그의 일상은 어떠했는가? 그는 한 번도 일정을 정해놓고 살지 않았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다. 어느 날에는 오전 10시에 아침을먹고 다음 날에는 오후 2시에 먹기도 했다. 즐겨 찾는 식당에서는한 철에 같은 요리를 두 번 이상 주문한 적이 없었다. 그와 달리 그는 리빙스턴이 아프리카를 횡단하고 마젤란이 7대양을 항해하는것처럼 다양한 메뉴를 탐험하고 여행했다.
그랬다. 스물두 살 무렵의 알렉산드르 로스토프 백작에게는 불편하다거나 방해된다거나 심란하다는 따위의 말이 해당되지 않았다.
백작은 예상치 못한 그 어떤 것의 출현도, 그 어떤 발언도, 그 어떤변화도 여름 밤하늘의 폭죽처럼 다 환영했다. 경탄과 환호의 대상으로 환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가 않았다…… - P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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