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림의 동물 음성들에서 볼 수 있는 힘과 다양성은 소리의 소통 능력을 보여준다. 이곳의 종은 저마다 존재감을 과시하여 자신이 누구인지 알리며, 들킬 위험 없이 먼 곳의 상대에게 의사를 전달한다. 밤에는 어둠이 몸을 숨겨주고 낮에는 우림의 빽빽한 잎들이 망토 못지않게 효과를 발휘한다. 이곳은 지구상에서 시야가 가장 많이 차단되는 장소 중 하나로, 젊은 북방림의 빈틈없이 치밀한 수풀과 강어귀의탁한 바닷물을 제외하면 무엇에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이곳에서 소리가 만개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동물들은 시각으로 사냥하는포식자들에게 들키지 않은 채 무성한 잎들을 뚫고 소통할 수 있다.
매 헥타르마다 수백 가지 식물이 이끼와 조류(藻類)에 짓눌린 채 시각적으로 어마어마하게 복잡한 서식처를 조성한다. 여기에 많은 곤충과 동물의 위장색 패턴이 어우러지면 우림에서 동물을 보는 것은 경험 많은 전문 자연 애호가에게도 여간 힘들지 않다. 하지만 소리는 들을 수 있다. - P151

노래의 첫 번째 대가는 고대 동물을 침묵시켰을 바로 그 대가다. 소리를 내면 자신의 존재와 위치를 포식자에게 들킬 위험이 있다. 귀뚜라미가 몇 시간이고 귀뚤귀뚤 울거나 명금이 거듭거듭 가락을 뽑을때처럼 소리가 지속되면 위험이 더욱 커진다. 페르모스트리둘루스의시대에 이 문제를 해결한 방법은 재빨리 달아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다. 움직이지 못하거나 느린 동물은 소리를내는 일이 드물다. 새, 개구리, 원숭이, 귀뚜라미, 여치, 매미충, 매미등 우림에서 소리를 내는 동물은 대부분 날개, 펄쩍 뛰어오를 수 있는다리, 또는 둘 다가 있다. 하지만 포식자와 기생충은 이에 맞서 고생대이래로 사냥 솜씨를 갈고닦았다. 펄쩍 뛰어 도망치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일 때가 있다.
이를테면 열대 지방의 노래곤충은 기생파리에 감염된다. 이 사냥꾼들은 머리 바로 뒤 아랫면에 한 쌍의 귀청이 있는데, 이 덕분에 어 - P152

미 기생파리는 숙주를 쉽게 찾아낼 수 있다. 기생파리의 귀는 자신이좋아하는 노래곤충 숙주의 독특한 주파수와 빠르기에 맞춰져 있다.
이 귀의 안내를 받아 목표물에 착지하여 배에서 작은 애벌레들을 뿜어낸다. 꿈틀거리는 애벌레들은 숙주 위에서 바글거리며 겉뼈대에 구멍을 뚫는다. 애벌레가 안에 들어앉아 두어 주 자란 뒤 빠져나오면 숙주는 목숨을 잃는다.
기생파리는 종마다 좋아하는 소리가 다른데, 어떤 것은 짧게 짹짹거리는 소리를 좋아하고 어떤 것은 빠르게 지저귀는 소리를 좋아한다. 또한 종마다 특정 주파수 범위에 민감하다. 그러니 숙주 입장에서보자면 딴 종들과 다른 소리를 내는 게 유리하다. 따라서 자연선택은소리 다양성을 선호한다. 무리와 다른 소리를 냄으로써 소리꾼은 기생 구더기 군단의 공격을 피하는데, 이것은 강력한 진화적 유인이다. - P153

이런 전방위 포식자도 먹잇감의 소리에 영향을 미친다. 노래하는청개구리나 여치에게 몰래 다가가본 적이 있다면, 그림자가 지나가거나 초목이 바스락거릴 때 갑작스러운 정적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러나먹잇감은 위험이 닥칠 때 침묵만 하는 것이 아니라 종종 경고음을 내는데, 이것은 겉보기에는 역설적 대응 같다. 하지만 먹잇감의 소리는자신이 포식자를 발견했다는 신호다. 은밀하고 예기치 못한 공격이 불가능해졌음을 알게 된 포식자는 경계심이 덜한 먹잇감을 찾아 딴 곳으로 가는 게 상책이다. 경고음은 동물 사회를 묶어주는 협력적 그물망의 일부이기도 하다. 동물은 서로에게 경고해줌으로써 자식과 친척을 보호하고 이웃에 대해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고 자신의 집단이 다른 집단보다 번성하도록 돕는다. - P154

경고음을 내는 행동은 속임수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위험이 전혀없는데도 경고음을 내면 경쟁자나 포식자를 혼란시켜 엉뚱한 곳으로유도할 수 있다. 수컷 제비는 짝이 이웃과 밀회한다는 의심이 들면 짹짹 지저귀어 산통을 깬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수컷 금조)는 이따금 다른 새들의 경고음을 흉내 낸다. 이렇게 하면 암컷들이 영역을 살펴보려고 멈추기 때문에 수컷들이 잠재적 짝의 시선을 좀 더 오래붙잡아둘 수 있다. - P157

아마존에서 노래하는 새 한 마리 한 마리는 노래가 겹치지 않도록이따금 타이밍을 초 단위로 조절하지만, 더 큰 규모에서 보자면 경쟁으로 인해 종들의 소리 구조가 분화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오히려노래의 형태들은 서로 뭉쳐 무리 짓는 것처럼 보인다. 이 소리 무리 짓기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하는 듯하다.
첫째, 밀접하게 연관된 종들은 서식처 선호도와 노래 구조가 대체로 같다. 작은 솔딱새는 날벌레가 많은 숲 지대에 이끌린다. 몸집이 큰앵무는 열매가 풍성한 숲에 모이며 개미굴뚝새는 곤충이 풍부한 곳에서 먹이를 찾는다. 밀접하게 연관된 벌새들은 같은 나무의 꽃에서꿀을 빨아 먹는다. 계통을 공유하면 입맛과 서식처를 공유하게 되어밀접하게 연관된 종의 소리들이 한 장소에 모인다.
둘째, 종이 다르더라도 소통의 그물망으로 연결될 수 있다. 경쟁하는 종들이 서로의 소리를 공유하고 이해하면 빠르고 정확하게 소통 - P164

할 수 있다. 그러면 먹이와 공간을 차지하려는 다툼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외부인의 침입을 재빨리 경고할 수 있다. 이렇듯 노래의 특징을 공유하면 역설적으로 경쟁자들끼리 협력적 연결망으로 묶일수 있다.
아마존에서는 조류의 종들 간에 영역 경쟁이 더 치열할수록 음향신호의 구조와 타이밍이 더 비슷한 듯하다. 경쟁자들 사이에 서로 공유하는 소통 채널이 필요한 것은 새들만이 아니다. 모스크바와 워싱턴은 핫라인으로 연결되어 있고, 민간 경쟁사들은 브랜딩과 소매 매장형태에 대한 미적 규약에 대해 합의하며, 직군 내의 경쟁은 공통의어휘 사용을 통해 매개된다.
아마존의 새들이 아닌 다른 동물 종의 발성 경쟁을 연구했을 때는상반된 결과들이 나왔다. 파나마의 한 숲에 가장 풍부하게 서식하는귀뚜라미 18종은 정말로 소리가 겹치지 않도록 주파수를 나눈 것처럼 보인다. 개구리 11종의 합창을 연구했더니 세 종에서는 경쟁이 주파수 분화로 이어진 듯한 반면에 나머지에서는 그런 증거를 찾아볼수 없었다. 온대림의 새들은 노래 주파수가 상당히 겹치지만 타이밍과 간격을 통해 노래를 분리한다. 그렇다면 음향 경쟁은 우리가 자연적 환경에서 듣는 소리 주파수 다양성의 우발적 요인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지구상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음향적으로 가장 북적거리는 장소인 아마존 우림에서 함께 새벽 합창을 노래하는 새들의 소리는 갈라지지 않고 뭉쳤다」 - P165

여기서 진화는 두 가지 위업을 달성했다. 첫째, 각 개체에게 음향적특징을 부여했으며 둘째, 마스킹 효과를 일으키고 정신을 산란시키는소음의 폭풍 속에서 소리를 듣는 동물로 하여금 미묘한 패턴을 추출할 수 있게 했다. 음성이 개체마다 다르고 이것이 청각적으로 구별되는 것은 사회적 조류와 포유류에게 흔하며, 물론 여기에는 인간이 포함된다. 유아는 군중 속에서 부모의 목소리를 가려내며 성인은 어수선한 칵테일파티에서도 대화에 집중할 수 있다. 인간의 뇌를 스캔했더니 주변이 소란할 때 목소리를 듣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시끄러운 곳에서 목소리를 들을 때는 여러 통제·주의 중추가 활성화되는데, 이 뇌 그물망은 조용한 환경에서 목소리를 들을 때는 사소한 역할에 머무른다. - P167

어둠 속을 걸어가면서 마치 뒤엉킨 낙엽을 통과하는 생쥐 크기로쪼그라든 기분을 느낀다. 밤의 숲은 소리와 냄새의 인파로 나를 에워싼다. 환희와 불안이 똑같이 피어오른다. 난데없는 생물들이 나의 청야와 시야에 뛰어들 때마다 시끌벅적한 감각적 다양성에 대한 기쁨이느껴지지만 간간이 작은 두려움의 화살이 날아와 박힌다.
이것이 우림의 경외감이다.
초연한 개념이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감각적 경험으로서의 존경과 두려움. 숲이 내 몸을 흔들어 깨운다. 나는 생명의 다양성의 현현뿐 아니라 생명의 지속적 창조력의 경험에 몰입한다. 이곳에서 소리를 비롯한 감각들이 자아내는 압도적 무게는 진화가 만들어낸 가장 강력한 힘 중 하나다. - P170

「넓은 지역에서 짝을 찾는 것은 짝짓기용 소리의 원래 기능일 것이다. 숲의 작은 동물들에게 소리는 짝을 찾는 기간을 몇 분으로 줄여준다. 숲을 헤매며 눈으로 상대를 찾아야 했다면 몇 주가 걸렸을 것이다. 종에 따라서는 코가 예민한 구혼자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남기는냄새 흔적이 한몫하기도 하지만, 소리는 훨씬 범위가 넓고 추적하기쉽다. 또한 종 특유의 소리는 짝 찾기의 정확도를 높이고 잡아먹힐험을 낮춘다. 짝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려다가는 포식자에게 잡아먹히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소리는 멀리서 종 정체성을 드러내어 짝찾기의 위험을 줄인다. 반면에 짝 찾기 신호를 악용하는 동물은 오인의위험성을 더욱 키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포식성 여치는 암컷 매미의짝 찾기 소리를 흉내 내어 몸이 단 수컷들을 죽음으로 유혹한다.
미국봄청개구리가 숲바닥 길을 따라 습지에 도달하면 소리의 역할이 달라진다. 이제 그녀는 개별적 음성에 담긴 정보에 귀 기울인다. 수컷들이 10~100센티미터 간격으로 늘어서 있으므로 그녀는 우렁찬소리와 부푼 목 주머니들 앞을 어슬렁거리고 헤엄친다. 대부분의 울음소리는 개굴이지만 너무 가까워진 수컷들은 거친 래굴로 목청을 겨루며 소리로 영역 다툼을 벌인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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