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그런 괴이한 사건이 수도원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 그리 놀랍지 않았다. 까닭인즉, 수도사들이라는 사람들은 바로 학문에 몸을 바친 사람들이고, 수도원 장서관이란곧 천상의 예루살렘이자, <미지의 세계terra incognita)와 하데스의 변경에 가로놓인 지하 세계일 터이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수도원의 수도사들은 모두 장서관에, 장서관의 규칙과 금기에 완전히 매료당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장서관과 더불어, 장서관을 위해서 사는 사람들이었다. 어쩌면그들 모두가 때가 이르기만 하면 장서관의 철통같은 방어막에 반기를 들 음흉한 꿈을 품은 채 살고 있는 사람들인지도모르는 일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어째서 목숨을 걸고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채우려고 해서는 안되며, 이런 사람들이 어째서 자기네 장서관 비밀에 접근하는 자들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말인가.
그들에게는 지적인 해갈에의 유혹이 있었고, 지적인 긍지가 있었다. 이런 사람들이 교단을 세운 분들이 상상했던 필사사(筆寫士) 수도사들과 같을 수가 있겠는가. 필사사 수도사들은 하느님의 뜻에 갇혀 의미도 모르는 채 그저 베끼고, 기도하듯이 쓰고, 쓰는 듯이 기도했을 뿐이다. 이 수도사들이 왜 필사사의 본분을 벗어났던가? 이것이 어찌 우리 베네딕트 교단만의 변화라고 할 수 있을까 보냐.
대체 와니 수도원장은 언감생우리 - P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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