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듣는 모든 것은 불완전한 번역이다. 나의 귓속에서는 내면의 세계와 외면의 세계가 대화하고 서로 얽힌다.
내 마음은 반발한다. 소리는 소리일 뿐 아닌가? 나는 뚫린 귀로 세상과 연결되어 주변의 소리를 있는 그대로 듣고 있지 않나? 아니다. 그것은 착각이다. 우리가 지각하는 것은 세상의 번역이며 모든 번역가에게는 나름의 재능, 오류, 견해가 있다. 진료실에 앉아 그래프의 스파이크를 응시하면서 달팽이관 털세포의 재잘거림을 본다. 해석의 숨겨진 사슬을 일부나마 대면한다. 외부의 소리에서 내부의 지각에 이르는 경로의 단계 하나하나에서 우리 몸은 편집하고 왜곡한다. - P49
고리 중에는 우리 달팽이관의 범위릂벗어난 것도 많다.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소리는 기껏해야 약 20~2만 헤르츠(음파가 1초 동안 진동하는 횟수)에 불과하다. 일부 고래와 코끼리는 최저 14헤르츠까지 들을 수 있으며 비둘기는 최저 0.5 헤르츠까지도 듣는다. 쇠돌고래는 최고 14만 헤르츠까지 들으며 일부 박쥐는 최고 20만 헤르츠까지도 듣는다.개는 최고 4만 헤르츠, 고양이는 최고 8만 헤르츠까지 듣는다. 생쥐와 쥐는 최고 9만 헤르츠로 재잘대고 노래한다. 동물이 듣는 가장 낮은소리가 내 발이고 가장 높은 소리가 내 정수리라면 우리 인간이 듣는 소리는 내 발바닥 피부 바로 위에서 등산화 맨 위까지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포유류와 비교하자면 인간과 우리의 영장류 사촌들은 좁디좁은 청각 세계에 갇힌 채 살아가는 셈이다.
뇌운(雲), 바다 폭풍, 지향(地)‘, 화산이 노래하고 신음할 때는 한결같이 최저 10분의 1헤르츠의 음파가 발생하는데, 이것은 너무 낮아서 우리 귀로는 감지할 수 없다. 이렇게 낮은 소리는 수백 킬로미터를이동하며 바다, 하늘, 땅의 움직임을 알려준다. 하지만 우리는 이 소리들을 들을 수 없기에 지평선 너머에서 무엇이 요동치는지 알지 못하는 소리 세계에서 살아간다.
주파수 범위의 반대쪽 끝에서도 비슷한 제약이 작용한다. 고주파는 공기 중에서 금세 약해지며 짧은 거리밖에 이동하지 못한다. 곤충의 새된 노랫소리, 박쥐의 울음소리, 나무가 삐걱거리는 소리, 식물의 잎맥을 따라 물이 졸졸거리는 소리는 우리의 귀에 미치지 못한다. 이런 한계에는 뼈아픈 구석이 있다. 세상이 말을 건네고 있는데도 우리의 몸은 주변의 소리를 대부분 듣지 못하니 말이다. - P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