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그뿐이냐? 이탈리아 사람들은 어설픈 목회자들덕분에 고대의 미신으로 뒷걸음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ㅠ이제 그들은 육(肉)의 부활은 믿지 않고 육신의 상해와 불행만을 두려워한다. 그러니 그리스도보다는 성 안토니오가 더 두렵지 않겠느냐?」「그렇지만 베렝가리오 수도사는 이탈리아 사람이 아니지않습니까?」「다를 게 없다. 나는 지금 이 반도(半島)를 풍미하고 있는교회와 설교의 분위기를 이르고 있음이야. 이러한 분위기가 이곳에서 다른 곳으로 퍼져 나가는 것이다. 신심과 학식 있는 수도사들이 많은 이 수도원까지 퍼져 오지 않았느냐?」
하지만 죄를 짓지 않으면요?」나는 사부님에게 매달리고 싶었던 나머지 억지를 부렸다.
「수도원이 <세상의 거울Speculum mundi>이라면 해답은 자명해졌을 테지.」「사실이 그렇습니까?」「세상에 거울이 있으려면 먼저 세상이 모습을 얻어야 할것이다.
어린 나에게는 너무나 철학적인 윌리엄 수도사의 결론이었다. - P227

베노는, 수도원의 많은 수도사들이 익히 알고 있듯이 베렝가리오는 아델모에 대해 참으로 입에 담기 민망한 정욕을 품고 있었다고 말했다. 베렝가리오가 아델모에게 품었던 정욕이 어떤 정욕이던가? 소돔과 고모라 백성들이 만판으로 놀아나다가 하느님을 진노케 하여 결국은 불바다 속에서 절멸한것이 바로 이 정욕 때문이 아니던가? 베노는, 내 나이가 어리다는 것도 잊었는지 자기에게도 그런 정욕에 사로잡힌 경험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다. 사춘기 시절을 수도원에서 보내는 수련사들이 몸과 마음을 청정하게 지키고, 이런 종류의 정욕에 사로잡힌 사람을 온 마음을 다하여 경계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녁의 뜻과는 달리 이러한 정욕에 얽힌 이야기가 풍편(風便)으로 들리는 것이야 어쩌랴. 나 역시 멜크 수도원에 수련사로 입문하고 오래지 않아 어느 나이 든 수도사로부터, 속인이 여성에게 보내는 듯한 이상한 사연이 든 두루마리를 받은 바 있다. 수도사로 서원을 세운 사람이, 여체라고 하는 악덕의 덩어리를 경계하게 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수도사라고 하는 직분은, 바로 이러한 계율에 갇혀 있기 때문에 이따금씩 엉뚱한 죄악에 물들고는 한다. 벌건 대낮에 성가대석에 앉아 있던, 살결 회기가 처녀 같고 얼굴에 수염 한 올 나있지 않은 앳된 수련사를 보면서 가슴을 두근거리던 일을,
내 이 나이가 되었으니 감출 것이 무엇이겠는가.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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