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척추동물은 납작한 귓속뼈와 부레가 없다. 듣기 주머니가 길게 늘어나 도관이 된 덕에 더 넓은 주파수의 소리를 귀로 감지할 수있다. 포유류는 도관이 너무 길어서 고리 모양으로 감겨 있는데, 이것이 달팽이관이다. ‘달팽이관‘을 뜻하는 영어 ‘코클리어(cochlea)‘는 ‘달팽이 껍데기‘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왔다. 우리의 언어는 ‘소리‘, ‘신체 움직임‘, ‘균형‘의 세 가지 감각을 구분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속귀 안에서 서로 연결된 체액 도관의 털세포에서 비롯한다. 인류 문화에서 음악과 춤의 연결과 말과 몸짓의 연결은 우리 몸과 동물의 진화사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척추동물의 오래전 친족 관계는 발성 방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척추동물은 발성 방법이 매우 다양하지만 그 발생학적 기원은 모두동일하다. 뒷뇌(후뇌)와 척주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작은 신경조직 부위가 신경 회로로 발달하는데, 이곳이 성체의 발성을 관장한다. 이 회로는 어류의 부레, 육상 동물의 후두, 조류 가슴에 있는 독특한 울음통, 그리고 울음주머니를 부풀리고 가슴지느러미를 떨고 앞다리를두드리는 수천 가지 소리 진동에 이르기까지 온갖 방법으로 소리를내는 동물들에서 발성을 위한 패턴 발생기 역할을 한다. - P33
나는 물고기다. 공기 중에서 말하고 육지에서 걷고 숨쉬면서도 물이 담긴 귓속 고리관에서 떨리는 털세포를 통해 바다를 경험한다. 나의 수중청음기와 헤드폰은 신기한 연결 고리를 만들어냈다. 나는 반수생(半水生) 세계에 귀를 기울이면서 바닷물의 흔적을 머금은 채 나의 속귀에 묻힌 도관을 이용했다. 하지만 인간의 귀는 이곳에 존재하는 소리 감각기 중 하나에 불과하다. 지구의 소리 다양성은 동물의 다양한 음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풍요로움은 청각적 경험의 다양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 P35
새우, 물고기, 세균, 새, 곤충과 내가 같은 소리를 듣는다‘고 말하는 것은 안이한 뭉뚱그리기다. 듣다라는 동사는 우리의 소리 지각과상상력이 얼마나 편협한가를 보여준다. 우리는 동물의 움직임을 묘사할 때는 이런 한계에 갇히지 않는다. 동물은 뒤뚱뒤뚱 성큼성큼 저벅저벅 걷고, 겅중겅중 껑충껑충 팔딱팔딱 뛰고, 팔락팔락 펄럭펄럭 휠훨 난다. 우리는 동물의 다양한 움직임을 어휘로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듣기를 묘사하는 어휘는 빈약하다. 듣다. 귀 기울이다. 경청하다. 이 낱말들만 가지고는 우리의 상상력을 확장하여 소리 경험의 다양성을 아우를 수 없다. 딱총새우가 앞다리 관절이나 집게발의 방향 감지 털에서 느끼는감각을 어떤 동사로 표현할 수 있을까? 대서양조기의 귀에 있는 뼈판(골판)이 털세포로 덮인 막 위를 미끄러질 때 발생하는 경험에 무슨 이름을 붙여야 할까? 물고기의 옆줄에 있는 섬모는 주변의 물에 잠겨있기에 우리의 가운데귀에 있는 귓속뼈 세 개의 움직임과는 분명히다른 경험을 낳을 것이다. 우리는 박각시가 어떻게 구기 촉수로 박쥐의 접근을 감지하는지 표현할 낱말이 없다. 듣기를 일컫는 다양한 어휘가 없는 탓에 우리는 주의력이 결핍되고 상상력이 제한된다. 변변한 동사가 없으면 형용사, 부사, 비유를 끌어다 쓰는 수밖에 없다. 딱총새우의 집게발은 좁은 주파수에 맞게 조정된 털로 뾰족하게 듣는다. 물고기가 저주파 옆줄로 듣는 소리는 보드랍고 깊고 말랑말랑하다. 새는 체온이 높아서 청각 주의력이 예리하지만, 달팽이관이 뭉툭하고 밋밋해서 고음이 깎이는 탓에 음높이 지각 범위가 우리보다 좁다. 세균의 듣기는 떨리는 엄지손가락을 끈적끈적하고 물컹물컹한 젤리에 꽂아 넣는 것과 비슷하려나? 하지만 언어와 감각 기관에 제약이 있더라도 우리는 세계 경험을통해 상상력을 자극받을 수 있다. 듣기는 다른 존재 방식을 이해할 수있도록 우리의 마음을 열어준다. 지구의 어느 장소에서든 진화의 창조적 손길이 낳은 다양한 산물인 수천 가지의 감각 세계가 나란히 공존한다. 우리는 다른 동물의 귀로 들을 수는 없지만 귀를 기울이고 경탄할수는탄할 수는 있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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