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브루클린 프로스펙트 공원 가장자리를 따라 죽 이어진 인도에서여치와 귀뚜라미가 늦여름 노래로 공기에 양념을 친다. 해는 몇 시간전에 저물었지만 열기는 남아서 나뭇가지에 숨은 곤충들의 찌르르르 뜨르르르 맥동하는 소리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공원 담장을 따라 띄엄띄엄 늘어선 가로등의 규칙적 패턴은 보도의 빛에 제 나름의 장단을 부여한다. 곤충들은 빛에 이끌려 전구 주변 이파리들의 빛나는 구(球)안에 모여든다. 나의 발걸음을 따라 소리와 빛이 주위로 솟아올랐다 내려앉으며 섬세하게 부푼다. - P8

하지만 음성이 진화하자 동물은 음성의 그물망으로 엮인 채 거의 즉각적으로 때로는 마치 텔레파시처럼 먼 거리에서도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소리는 안개, 흙먼지, 울창한 덤불, 밤의 어둠을 뚫고서 메시지를 나른다. 냄새와 빛을 가로막는 장벽을 거뜬히 통과한다. 귀는 방향에 구애받지 않으며 늘 열려 있다. 소리는 동물들을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음높이, 음색, 장단, 세기를 다채롭게 변화시키며 미묘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생물이 연결되면 새로운 가능성이 생겨난다. 동물의 음성은 혁신의 촉매다. 여기에 역설이 있다. 소리는 찰나적이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길을 따라 생명을 연결하고 생물학적·문화적 진화의 잠재력을 깨운다. 수억 년 넘게 발휘된 이 생성의 힘은 살아 있는 지구 위에서 엄청나게 다양한 소리들을 만들어냈다. 인간의 말을 대신하는 이 페이지의 활자들은 소리, 진화, 문화의 풍성한 결합이 낳은 여러 산물 중하나에 불과하다. 이 밖에도 수십만 가지의 경이로운 소리들이 온 세상에서 울려퍼진다. 음성을 가진 종마다 독특한 소리를 낸다. 지구상의 모든 장소는 이 다채로운 음성들이 유일무이하게 어우러진 음향적 특징을 저마다 지니고 있다.
세상의 온갖 소리가 지금 위기를 맞았다. 인류는 음향적 창조성의 정점인 동시에 세상의 풍성한 음향을 부수는 파괴자다. 서식처 파괴와 인공적 소음이 전 세계에서 소리의 다양성을 지우고 있다. 지구 역사상 소리가 이토록 풍요롭고 다양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 한편 그다양성이 이토록 위협받은 적도 일찍이 없었다. 우리는 풍요 속에서 살아가는 동시에 파괴 속에서 죽어간다. - P11

생명은 30억 년 동안 침묵하다시피 했으며 소리라고는 세포벽의 떨림과 단순하게 생긴 동물 주변의 소용돌이가 전부였다. 하지만 그 길고 고요한 시기 동안 진화는 훗날 지구의 소리를 탈바꿈시킬 구조를빚어냈다. 이 혁신은 세포막의 작고 꼬불꼬불한 털로, 그 덕에 세포는헤엄치고 방향을 바꾸고 먹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섬모라고 불리는 이 털은 세포 주변의 액체에 뻗어 나와 있다. 많은 세포는 한데 모인 여러 가닥의 섬모를 일제히 꿈틀거려 헤엄에 힘을 보탠다.
섬모가 어떻게 진화했는지는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쩌면 세포 속의 단백질 뼈대가 늘어나 생겼을 수도 있다. 물의 움직임은 섬모핵심부의 살아 있는 단백질 다발로 전달되었다가 다시 세포 속으로전달된다. 이 전달은 생명이 음파를 지각하는 토대가 되었다. 섬모는세포막과 세포 분자의 전하를 바꿈으로써 세포 밖의 움직임을 세포내부의 화학 언어로 번역했다. 듣기에 특화된 기관을 이용하든 피부와 몸속에 흩어진 섬모를 이용하든, 오늘날 모든 동물은 섬모를 이용하여 주변의 소리 진동을 감지한다.
인간의 목소리를 비롯하여 우리가 오늘날 듣는 풍부한 동물 소리에는 15억 년 전 섬모에게서 물려받은 두 가지 유산이 남아 있다. 첫째, 진화는 섬모를 세포와 몸에서 활용하는 여러 방법을 통해 다양한 감각 경험을 만들어냈다. 인간의 귀는 수많은 듣기 방법 중 하나에불과하다. 둘째, 물속 진동에 대한 민감성이 처음 생겨나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일부 동물이 소리를 이용하여 서로 소통하는 법을 발견했다. 소리 감각과 소리 표현이라는 이 두 가지 유산은 서로 어우러져 진화의 창조성에 양분을 공급했다. 봄철 새소리, 아기의 옹알이, 여름날저녁 곤충과 개구리의 요란한 합창에 우리가 경탄할 수 있는 것은 섬모가 남긴 경이로운 유산 덕이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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