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조에게는 가능한 모든 면에서 독립이 필요했다. 도덕적인 관점에서보았을 때, 로마의 교황청 사무국은 위험천만한 곳으로 악명이 높았다. 당대의 라틴어 경구는 그 위험성을 다음과 같이 간결하게 표현한다. "교황청 사무국의 좋은 일꾼은 인간으로서는 가장 사악한 자로다(Curialisbonus, homo sceleratissimus). 포조가 교황청 사무국의 중심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은 시기인 1430년대에 쓰인 한 편의 괴이한 작품은 당시의 교황청 분위기를 매우 생생하게 전해준다.「로마 교황청의 탁월함과 존엄성에 관하여(De curige commodis)』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피렌체 출신의 동시대인으로 젊은 인문주의자 라포 다 카스틸리온키오가 쓴 것으로서, 키케로풍의 대화체 형식의 글이다. 당시의 작가들은 글에 대한 완전한 책임을 피하면서 논쟁적이고 어쩌면 위험하기까지 한 의견을 피력하고 싶을 때 이 형식을 애용했다. 라포의 상상 속 대화의 포문을 여는 안젤로-당연히 이 인물은 결단코 글쓴이인 라포 자신이 아니다라는 인물은 교황청의 도덕적 파탄을 맹렬히 공격하면서 그곳이야말로 "범죄를비롯해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잔혹행위, 사기, 각종 속임수가 덕의 이름으로 횡행하고 거기다 높은 평가를 받는 곳"이라고 말한다. 이 위선에 찬 지저분한 개수대가 신앙을 주장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도대체 교황청보다 더 종교와 동떨어진 곳이 어디에 있겠는가?"
여기에서 글쓴이인 라포 자신이 등장하여 교황청을 옹호한다. 물론 교황청이 청원자 무리를 끌어들이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신께서 다수의 군중으로부터 경배받기를 원하신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신께서는 값비싼 것으로 치장한 사제들이 연출하는 장엄한 숭배의 광경을 통해서 특별한 섬김을 받아 마땅하다. 또한 일반 대중에게 교황청이야말로 사려 깊게 생각하는 미덕을 깨우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그도 그럴것이 교황청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온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기이한 옷차림과 독특한 수염, 다양한 발음을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관습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귀중한 수업이된다. 또한 교황청은 인문주의를 배우는 데에도 최적의 장소이다. "교황의 내적 사무를 처리하는 비서인" (따라서 매우 영향력 있는 인물인 ‘피렌체 출신의 포조라는 자는 최고 수준의 학식을 갖춘 인물이자 달변가로서, 훌륭한 기지와 세련미를 갖춘 특별한 중요 인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라포도 뇌물과 각종 비리로 교황청의 심장부가 오염되어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이 신성한 장소의 명성을 더럽히는 소수의 끔찍한 도둑과 성도착자 때문으로, 교황이 이런 추문을 알아차리면 분명 자신의 집을 청소하고 일신할 것이다. 그러니 결국 항상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은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가 아니라 의도가 무엇이었는가이다. - P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