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내밀한 히스테리에 대해 미리부터 창피함을 느꼈다. 일기 쓰기에서 가장 맥 빠지는 면은 언젠가 내가 어딘가에 앉아 이 일기를 다시 읽으리라는 걸 의식하는 거야. 어떤 과거를 되살리려 애쓰면서, 그로 인해 상기된 감정 때문이 아니라, 내가 무지 깊이있는 사람처럼 보이려고 신경 쓰느라 발목이 잡히게 돼. - P220
진실된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침울하기보다 큰 기쁨을 주게 될테고 기쁨에 굴복하는 게 내가 너를 버린다는 뜻은 아닐 거야. 단지 분노와 증오의 이야기가 아닌 사랑과 의무의 이야기가 되고, 꿈, 한때 미래를 기대했던 기억, 다시 꿈꾸고픈 갈망이 가득할 거야. 지루할지도 몰라. 네가 그 자리에 있어야 할 테니까. 그 이야기는 역사가 아니라 시가 될 거야.
이제 상담이 거의 다 끝나 갔다. 나는 상담사에게 많은 도움이되었다고 말했다. 정말로 평범한 사무실에서 나 자신이 이런 문제를 소리 내서 말하는 걸 들어 보니 내가 완전히 바보같이 느껴졌다. 나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자기중심적인 사람이었다. 언제나 문제의 첫 징조를 향해 돌진해, 내가 뭘 할 수 있었을지를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상담사의 도움 덕분에 내 머릿속을 어느 정도 재배치하게 되었다. 이제 뭘 해야 할지 알겠다고, 상담사에게 말했다. 이제는 플란넬 천 옷에 배어 있는 담배 연기 냄새, 과음한 다음날 생딸기를 얹어 슈거파우더를 뿌린 팬케이크의 맛, 황금빛 도는 갈색의 독특한 석양, 이제는 날 비탄에 빠뜨리는 노래에 대해 한때 느꼈던 아주 상반되는 감정, 새 부츠가 닳기 시작한 순간, 기말시험 주간에 끝까지 돌아간 믹스 테이프가 쌕쌕거리는 소리를 어떻게 묘사하면 좋을지 구상해 봐야 했다. 어떤 비유가 쓸 만하고 어떤 비유가 별로인지, 어떤 부분을 밝히고 어떤 부분을 비밀로 묻어둘지를 가려내면서. 누군가 너를 알아볼 때의 표정도 묘사해야 해.
언젠가 이 모든 것을 글로 쓸 거라고, 내가 말하자 상담사가 미소 띤 얼굴로 바라봤다. - P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