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에 가면 내 사람들을 찾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내가 생각했던 내 사람들이란 나처럼 입고 나와 똑같은 음악을 듣고 나와 똑같은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 나라는 테마의 여러 변형. 하지만 너무 늦은 걸지 모르겠으나, 깨닫게 되었다. 내가 원했던 것은 단지 같이 음악을 들을 친구들이라는 걸. 뭔가를 물어볼 정도로 호기심을 가져 주고 나중에 스틱스나 크리스토퍼 크로스같이 나의 쿨함 때문에 몰랐던 아티스트들의 곡을 들어 주는 누군가. 켄은 내가 만들어 준 테이프들을 열심히 들어 본 다음, 격려해 주는 부모처럼 한 곡 한 곡마다 비평을 달아 주었다. 나는 농담으로 켄이 미국에서 벨과 세바스티안의 온순하디 온순한 곡들을 좋아하는 유일한 프래터니티 멤버일 거라고 말했다. 켄은 내가 만들어 준 테이프들을 자기 차의 바닥이나 프래터니티 하우스의 먼지투성이 구석 여기저기에 흩어 놓았다. 얼마 안 지나 새 믹스테이프를 건네주리라는 걸 알아, 제일 좋아하는 곡들 (말 얘기가나오는 노래)을 다시 녹음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노래든 영화든 TV 프로그램이든, 누구나 좋아하는 것이 있다. 좋아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도 있다. 이것이 자신의 공간을 만들어 내는 방법이다. 하지만 잘 맞는 상대가 한번 접해 보라고 설득해주면 새로운 것 두 가지를 발견한다. 접해 보니 그렇게 나쁘지않은 취향과, 새로운 절친. - P151

후회가 됐다. 내가 왜 켄의 파티에서 그렇게 일찍 나왔을까? 왜 켄의 아파트 발코니 앞을 그냥 지나쳤을까? 켄이 일요일 밤에 춤추러 가자고 전화하지 않은 것에 어떻게 그런 안도감을 느꼈을까?
아직 햇살이 눈부시게 내리쬐고 있었다. 나는 친구들 곁을 떠나 미라의 집으로 가서 이 일에 대해 최대한 간략히 말해 주었다. 그리고 커튼을 치고 거의 완전한 침묵 속에서 관계를 가졌다. 그런 뒤에는 복도로 나가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쁜 소식을 전하며 또한 사람의 고통을 마음에 담는 일은 별난 목적의식을 갖게 했다. 나는 충격과 타격을 안겨 줄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내 아파트로 돌아와 켄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어머니는 목이 메고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토요일에 엘카혼에서 장례식이 열릴 예정이었다. 우리 모두 가기로 했다. "케니는 널 사랑했어" 어머니의 말에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리며 주먹으로 카펫을 내리쳤다. "네 칭찬을 아주 많이 했어." 그날밤에 모두가 집으로 왔다. 우리는 기진맥진해 몸을 덜덜 떨며 피자와 맥주를 우걱우걱 먹었다. 앤서니는 자꾸만 입을 벌린 채로 멍하니 먼 곳을 응시했다. 알렉은 여전히 믿지 못했다. 우리의 삶은 특별할 거 없는 인디 영화였으나, 그웬의 말처럼 이제 더는 그렇지않았다. - P175

장례식장 안은 레이브 파티에 와 있는 기분을 일으켰다. 숨이 막혔고 그 안에 떠다니는 공기마저 보이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서로 어루만져 주고 몸을 좌우로 흔드는가 하면 옆사람에게 기대기도 하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뿜어냈다. 아픔이 깃든 미소 하나만 봐도 마음이 무너질 것 같았다. 안절부절못해 꼼지락거리며 흐느껴울고, 신도석에서 몸을 앞뒤로 흔드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몸으로 악한 뭔가를 좇아내려 애쓰는 것도 같았다. 나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정적 속에서 뛰고 있는 모든 심장 소리를 듣고 싶었다. - P189

나는 그 자리에서 유체 이탈을 체험했다. 추도사의 말들이 인식되지 않았다. 나는 다른 어딘가에 있었고 내가 지금 무슨 옷을 입고 있는지도 인식이 되지 않았다. 며칠 전에 일부러 산 검은색 볼링 셔츠와 세로줄 무늬 바지였는데도 우리 모두가 켄에 대한 기억을 지켜야 한다고, 나는 말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그를 다시 데려올 수 있다고. 그것이 켄을 우리와 함께 미래로 데려갈 유일한 방법이었다. 나는 켄과 함께하지 못하게 될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짚어 나갔다. 오랜 놀림거리이던 이라미, 알렉과의 ‘피아노맨‘ 공연부터, 스티브에게 생일 선물 주기, 졸업식, 결혼식, 그웬의 미래의 아이들과 놀아주기에 이르기까지 모두 너무 엿같은 이 세상이유감스러워. 그런 세상이 우리에게서 너를 빼앗았고 너에게서 우리를 빼앗았어.
사미가 그런 엄숙한 자리에서 욕을 입에 담은 건 좀 너무했다고 한소리했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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