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 사이 몇 년 가운데 어느 무렵, 나는 유철인이 말한 "맺힌 원한, 좌절의 슬픔 또는 억울함을 풀어내는(...)신세 한탄" 비슷한 것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이는 "마음에서,
몸에서, 인간들 사이에서 (…) 되풀이되는 엉킴"에 대처하기위해 수행되는 의식이지만, 여기서 자아는 마치 무당처럼 다른목소리나 매개체를 통해 말한다. "환자는 자신의 언어로 자기 이야기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무당이 환자의 목소리를 빌려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 매개체는 주로 "환자를 치유하거나사회적 탈구까지" 치유한다고 여겨진다. 나는 다른 이의 목소리로 혹은 탈구된 나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기라는 매개를통해 ‘신세 한탄‘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한편으로 "자기 자신이 말하는 것을 듣기"는 우리에게 주체성의 경험을 안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지젝을 인용하자면

하지만 그 목소리가 동시에 주체의 자기 존재감과 자기 투명성을 대단히 근본적으로 해치는 건 아닐까? 나는 나 자신이 말하는 것을 듣지만 내가 듣는 것은 전적으로 나 자신은 아니며 내 심장 안에 있는 이질적인 몸, 기생충이다. 그리하여 그 목소리는 산 것도 죽은것도 아니다. 그보다 그 원초적인 현상학적 상태는 자신의 죽음에서, 그러니까 의미의 퇴색에서 살아남은 유령 같은 허깨비의 상태,
살아있는 죽음의 상태이다. 

리 타지리처럼 나는 일부분이 삭제된, 진실이 아닌 이야기를 들으며 지냈고, 종국에는 새로운 이야기들, 과거 사건 혹은 만개한 환각을 아주 조금 변형한 반복들, 진실도 전부도 아닌 셀 수 없이 많은 이야기들을 썼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이야기는 주체에게 묶이지는 않았지만 디아스포라의 무의식 속에 살아 있는 기억의 정동적인 표현이다. - P329

이 책의 핵심적인 동기는 어머니였지만 여러분이 상상하듯 가족의 비밀을 털어놓는다는 것은 내게 많은 대가를 요구한다. 내가 말들을 무대 위에 올리자 가족 내에서 이견과 분란이 일어났지만 이 드라마가 이어졌을 때 내 글쓰기를 유일하게 지지해준 분은 다름 아닌 어머니였다. 어머니가 반대하셨더라면 이 책은 결코 세상에 나오지 못했으리라. 결국 어머니는 내가수년 동안 입밖에 내고 싶었던 그 말들을 발화할 수 있도록 허락함으로써 내 무의식을 다독이는 선물을 내게 주셨다.
어머니에게 "엄마, 난 어머니에 관한 그 어떤 것도 수치스럽지않아요. 엄마는 인정받아 마땅해요"라고 말할 수 있어서 대단히 행복했다. 이 책은 책으로 남기지 않았더라면 망각되었을것들의 기억을 살아 있게 만들려는 의도에서 저술되었다. 이모든 말들이 종국에는 어머니를 그늘에서 끌어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책을 어머니에게 바친다. - P34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