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판 서문

2023년 말 도서출판 동녘이 이 책을 한국어로 출간하는데 관심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에서 이 책이 출간된 건 15년 전이었고, 내가 사회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이 책의 모태가 된 논문을 준비하기 시작한건 25년 전인 시점이었다. 25년이 흐르는 동안 많은 변화가있었을 텐데 한국에서 이 책이 여전히 유의미할까 싶었다. - P9

나는 새로운 서사 쓰기라는 목적을 달성했지만 그건 절대적인 진실이라기보다는 불확실하지만 진실에 가까운역사다. 고통스럽고 추잡하고 말할 수 없는 것을, 감추기보다는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 속에는 모든 버전의 과거가 현재 속에 살아 있게 하는, 그리하여 다른 종류의 진실에 가까운역사-침묵당한 자들이 목소리를 찾고 지워진 자들이 가시성을획득하게 되는 역사로 이어지는 급진적인 개방성이 있다. 우리가 인정하는 인정하지 않든, 사회 세계 social world는 유령에의해 세대를 가로질러 대물림되는 말해지지 않은 강력한 기억을통해 움직임을 얻는다.
내가 대학원생이던 시절 주류 사회학자들은 "경험적 근거가 전무하다"며 내 프로젝트를 일축했지만, 그로부터수십 년이 흘러 과학자들은 후성유전학 연구를 통해 트라우마는 우리의 DNA 안에 부호화되어 있다는 말로 내 주장을 뒷받침했다. 우리의 몸은 부모와 조부모들이 말할 수 없었던 것을 물려받는다. 과거는 물질적인 방식으로 우리를 빚어낸다. 대학원생 시절 나는 가족의 트라우마가 정확히 무엇인지 확신하지 못했지만 트라우마가 내 몸의 모든 세포속에 살아 있다는 것은 확신했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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