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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말해두어야 할 것은 우리가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의 칠층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로자 아줌마는 육중한 몸뚱이를 오로지 두 다리로 지탱하여 매일 칠층까지 오르내려야 했다. 그녀는 유태인이라서 다른 것들에 대해서는 불평할 처지가 못되지만, 그래도 칠층을 오르내리는 일만은 정말 힘에 부친다고 하소연하곤 했다. 그녀는 다른 일들로 심신이 괴로운데다가 건강도 별로 좋지 않았다. 또하나 미리 말해두고 싶은 것은, 그녀가 엘리베이터 하나쯤은 갖추어진 아파트에서 살 만한 자격이 있는 여자라는 점이다. - P9

"그것이 이 아이의 첫 발작인가요?" 
로자 아줌마는 대답을 못 하고 나만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는 슬펐다. 나는 다른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나는 철학자다. 카츠 선생님의 뒤쪽 벽난로 위에는 새하얀 돛이 여럿 달린 돛배가 한 척 놓여 있었다. 나는 불행했기 때문에 다른 곳, 아주 먼 곳, 그래서 나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그런곳으로 가버리고 싶었다. 나는 그 배를 허공에 띄워 몸을 싣고는 대양으로 나아갔다.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면서도, 카츠 선생님의 돛배에 올라탄 채 난생 처음 먼 곳으로 떠날 수 있었다. 그때 그 순간, 비로소 나는 어린아이가 되었다. 지금도 원하기만 하면 나는 카츠 선생님의 돛배에 올라타고 혼자 바다로 나아갈 수 있다. 물론 아무에게도 그런 얘기를 한 적은 없다.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 그런 일이 생기면 나는 그냥 얌전히 그 자리에 있는 척했다. - P33

로자 아줌마는 그 문으로 들어갔다. 불빛은 그곳에서 새어나오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레 안을 들여다보았다.
방한복판에 밑이 푹 꺼지고 다리도 다 망가진, 더럽기 그지없는 붉은색 소파 하나가 놓여 있었다. 아줌마는 거기에 앉아 있었다. 사방 벽은 이빨처럼 돌들이 삐죽삐죽 튀어나와 있어서 마치허리가 끊어질 듯 깔깔거리며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서랍장위에는 가지가 여러 개 달린 유태식 촛대가 놓여 있었는데, 그중 하나에 촛불이 켜져 있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침대였다. 당장 버려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낡아빠진 고물침대에 매트리스와 이불, 베개까지 갖추어져 있었다. 또 감자자루가 몇 개 있었고, 버너 하나, 양철통들, 그리고 정어리 깡통이 잔뜩 든 상자가 있었다. 나는 너무 놀라서 이제 겁도 나지 않았다. 다만, 아랫도리를 벗고 있었기 때문에 추워지기 시작했다.
로자 아줌마는 그 낡은 소파에 한참을 앉아 있더니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교활한, 심지어는 정복자 같은 미소였다. 마치, 아주 치밀하면서도 대단히 힘든 일을 해낸 사람 같았다. 잠시 후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한쪽 구석에 있는 빗자루를 들고 바닥을 쓸기시작했다. 그것은 할 짓이 못 되었다. 먼지가 자욱하게 일었고, 그녀의 천식에 먼지처럼 나쁜 건 없었으니까. 금세 호흡곤란을 일으켰는지 그녀의 목에서 쌕쌕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래도 그녀는계속해서 비질을 했다. 말릴 사람은 나뿐이었다. 세상 사람들은아무도 그녀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니까. 물론 나를 돌봐주는대가로 누군가가 돈을 지불하고 있긴 했지만, 로자 아줌마와 나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우리 둘 다 아무것도, 아무도 없다는••••••  아무튼 천식에 먼지만큼 해로운 것은 없었다. 한참후 그녀는 빗자루를 놓고 입으로 바람을 불어 촛불을 끄려 했다. 그러나 그 뚱뚱한 몸에는 촛불 하나 끌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손가락에 침을 묻혀서 촛불을 껐다. 나는 재빨리 그곳을빠져나왔다. 할 일을 마쳤으니 이제 그녀가 다시 위로 올라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한 가지 더 늘었다는 사실 외에는 로자 아줌마는 왜 한밤중에 지하실까지 기어내려가 먼지를 풀썩이며 비질을 하고 교활한 표정으로 그곳에 앉아 있어야 했을까.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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