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컨대 대조선 온건파인 누르하치가 죽고 강경파 홍타이지가 즉위한 사건, 곧 후금의 군주 교체가 정묘호란의 직접 동인이었다. 조선 침공이야말로 후금의 칸이 바뀌었음을 내외에 분명히 각인시키는 큰 ‘이벤트‘이자, 누르하치도 하지 못하던 일을 단번에 성취한 혁혁한 전과였다. 조선에 대한 군사 작전과 맹약 체결을 통해 홍타이지는 자신의 전략이 옳았음을 만천하에 증명할 수 있었다.
정묘호란의 배경과 동인 및 목적은 후금 내부의 사정이 변하면 언제라도 바뀔 수 있었다. 전쟁의 독립 변수는 언제나 후금(청)이었다. 조선이 먼저 전쟁을 도발하지 않았고, 그럴 형편도 전혀 아니었다. 실제로 후금이 국호를 청으로 바꾸고 홍타이지가 스스로 황제를 선언한 1636년을 기점으로 대조선 정책은 본질적으로크게 변하였다. 그간의 형제 관계를 군신 관계로 바꿔야 한다는 청의 거센 압박이 그 단적인 사례다. 이런 정세 변화는 그렇지 않아도조선의 조야에 가득하던 척화론에 다시금 기름을 부었다. - P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