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타이지는 아민을 조선으로 출정시키면서 다음과 같이 명하였다.
조선은 여러 해 동안 우리 나라에 죄를 얻었다. 이치로는 마땅히 성토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번 일의 목적)이 오로지 조선을 치는 것만은 아니다. 명의 모문룡은 저 바다의 섬을 가까이하며(그것을) 의지해 미쳐 날뛰며, 우리 반민叛民까지 받아들인다. 그러니 (이제) 군사를 정돈하여 가서 정벌하라. 만약 조선도 취할수 있다면 모두 취하라.
이처럼 원정군 사령관 아민에게 구체적 임무를 부여했다.
그 임무가 바로 침공의 이유이자 목적임은 자명하다. 침공의 이유를 명시한 사료는 이 청태종실록』이 거의 유일하다. 따라서 홍타이지 쪽에서 보더라도 정치·외교·군사적 이유로 침공을 단행했음은 자명하다.
그런데 위 사료에서 "조선도... 취하라"는 정확히 어떤 뜻일까? 도성인 한양을 점령하고 조선을 완전히 정복하는 것이었을까? 정묘호란의 전황을 보면 그렇지는 않다. 압록강을 건넌 직후 아민이 보인 태도는 조선의 완전 정복을 목표로 삼은 장수로 볼 수 없을정도였다. 그는 진군 속도를 늦추고 처음부터 줄곧 조선 국왕에게 화친을 요구했다. 이는 당시 후금이 조선을 취한다는 의미가 조선을 정복하기보다는 후금의 맹약 체제 안으로 포섭하는 데 있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명질서明秩序하에서 명의 오랜 ‘혈맹‘이던 조선을 후금의 맹약 체제로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갓 등극한 홍타이지의 혁혁한 공훈이 될 것이 자명했다. 이 점을 고려하면 개전하자마자 줄기차게 조선을 몰아치며 빠르게 남하하는 대신 왜 집요하게 화친을 요구하며 지체했는지, 협상의 최대 안건이 왜 하필 화친이라는 방식, 곧맹약의 체결이었는지 쉽사리 알 수 있다. 협상 과정은 물론 맹약을 체결한 후에도 조선에 대한 경제적 수탈이 ‘의외로‘ 미미했던 이유또한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다. - P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