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금과 조선의 국경 무역은 맹약을 체결하고 1년이 지나도록 지지부진하였다. 후금은 당장 개시를 열라고 압박하는 동시에조선의 이런저런 핑계를 대체로 수용하는 편이었다. 특히 첫 개시를 통해 후금으로 들어간 물량은 방금 막 전쟁을 통해 우열을 정한국가 간의 무역 (일방적 공출)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양이 적었다.
요컨대 후금이 조선에서 가져간 경제적 가치는 맹약에 따른 예물의 성격이 강했고, 후금의 경제 사정을 호전시킬 만한 양도 아니었다. 따라서 정묘호란의 발발 요인 중에서 후금의 경제 문제를 강조할 근거는 사실상 없다. 특히 식량 문제가 협상 과정에 일언반구조차 등장하지 않은 사실을 간과하면 곤란하다. 후금 내부의 경제 사정이 나빴다고 해서 그것을 곧바로 침공의 동인이나 목적으로 볼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 P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