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침은 추웠다. 옅은 잿빛 안개가 축축하게 살갗을찔러 따끔거렸다. 공항을 보자 리머스의 머리에 전쟁이 떠올랐다. 안개 속에 반쯤 가려진 채 참을성 있게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기계들, 낭랑하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와 그 메아리, 갑작스러운 외침 소리, 여자의 하이힐이 돌바닥에 닿을 때마다 나는 불협화음, 바로 옆에 대기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엔진이 으르렁거리는 소리. 도처에 음모라도 꾸미는 듯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새벽부터 깨어 있었던 사람들 사이에서 생겨나는 그런 분위기였다. 그것은 밤이 사라지고 아침이오는 것을 본 공통된 경험에서 유래하는 우월감 같은 것이었다. 공항 직원들의 표정에는 동틀 녘의 신비감이 배어 있고 추위가 그 표정에 생기를 주고 있었다. 그들은 승객과 수화물을 전장에서 돌아온 병사들처럼 무뚝뚝한 태도로 다루고있었다. 그날 아침 그들에게 보통 사람은 아무 의미도 없는 존재였다. - P95

한 소녀가 해변에 서서 갈매기들에게 빵 조각을 던져 주고있었다. 그녀는 리머스에게 등을 돌리고 있었다. 바닷바람이치렁하고 검은 머리카락을 나부끼게 하고 코트 자락을 펄럭이게 했다. 그러자 소녀의 몸은 바다를 향해 활 모양으로 젖혀졌다. 그 순간 리머스는 리즈가 준 게 무엇인지 깨달았다. 영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그것을 되찾아야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하찮은 것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었다. 평범한 생활이 가치 있다는 믿음, 빵 부스러기를 종이 봉지에 넣고 해변으로 걸어가 갈매기들에게 던져 주는 소박함. 하찮은 것에대한 이 관심은 리머스가 이제껏 가질 수 없었던 것이었다. 갈매기에게 던져 줄 빵이든 사랑이든, 다른 무엇이든 간에, 그는 돌아가서 그것을 찾을 것이다. 스스로 찾지 못하면 그를 대신해서 리즈가 그것을 찾게 할 것이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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