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과 학대,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들은 질병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 가난하게 태어나거나,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은 질병에걸릴 확률이 더 높다. 백인 동네에 사는 유색인들은 질병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 (...) 곤경과 폭력을 경험한 사람들은 정신병에 걸릴 위험이 더 높다!

조현병 발생schizophrenogenesis =조현병schizophrenic+발생genesis: 조현병을 발생시킴. 때로는 조현병 발병을 나타내며, 때로는 그 원인을 지칭함. 정신이 분열되는 이야기. 권력의 눈 밖에 나기에 관한 이야기. - P201

사람들이 본능적인 직감을 누르려고 그럴 때가 있듯, 나는 우선 ‘논리적 설명‘을 찾았다. 아버지는 엄마의 불안정한 행동을 갱년기 탓으로 돌렸는데, 아마도 ‘인생의 전환기‘와 관련된 ‘광기‘란-극심한 고통을 유발하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광기가아닌 여성 질환이라는 케케묵은 시각을 고수했을 것이다.
몇십 년이 지난 후에야 연구자들은 완경에 수반되는 에스트로겐 호르몬 감소가 실제로 조현병 촉발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고, 에스트로겐 요법이 이에 효과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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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은 삶에 위기가 닥치거나, 심각하고 비극적인 불행이찾아왔을 때 촉발될 수 있다. (...) 발병 초기에는 보통 처음에 경미해 보였던 증상으로 시작해 서서히 진행되는데, 이것이 나중에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 P221

"미안하지만, 우리가 어머니를 위해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어요."
그 전문가가 내게 한 말에 따르면, 엄마 인생은 이미 망가졌고 구하려 들 가치도 없었다. 정신건강 시스템을 처음 경험해보았던 내게는 그가 해준 조언을 평가할 참조 사례가 없었고, 그 상담사가 엄마의 상황을 오해했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도 못했다. 상담사가 남자들이 흔히 그러듯-엄마도 20대에 조현병이 발병했으리라고 가정했을지 모른다는 걸 나로선 알 도리가없었다. 정신의학에서는 치료가 지연될수록 예후가 좋지 않다고보았기에, 상담사는 엄마의 증상이 20년 넘게 치료받지 못한 상태라고 여겼는지도 모른다. 조현병에 대한 통념은 그때나 지금이나 남성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남성의 조현병 발병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최고조에달하지만, 여성은 25세 이상에서 발병이 많다! 또한 여성은 45세부터 완경기 즈음에 두 번째로 발병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시기가 있다. 하지만 이 사실은 1993년에야 연구에 의해 밝혀졌고, 그나마도 주류 의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청년기는 100여 년 동안 진단 기준 가운데 하나였다. 편람에서도 조현병의 진단에 때때로 연령 제한이 포함되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40세 이상이면 조현병 진단을 붙일 수 없었다. 2020년 현재도 WebMD [미국의 건강 정보 포털] 같은 인기 웹페이지에서 "조현병은 12세 미만, 40세 이후 연령대에서는 드물게 발병한다"라는 문장을 발견할 수 있다. 조현병에 대한 통념은 45세 여성에게 조현병이 처음 발병할 수 있다는 현실에 반하는 것이었다.
수십 년이 지난 후 나는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며 이 순간을 내 한의 시발점으로 여기게 된다. 한이란 "불의에 대한 풀리지않는 억울함"이자 "맺혀서 풀어지지 않는(...) 멍울" "응어리진 비통함"을 가리키는 번역 불가능한 한국어다." 한은 지속되는 트라우마에 대한 의식, 그것이 풀리지 않는 상태를 지칭할 뿐 아니라, 그 풀이 자체를 가리키기도 한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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