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옥상에 앉아 눈앞에 펼쳐진 터무니없는 상황에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전망대의 작은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면 반경 몇 마일 거리까지 전부 볼 수 있었다. 높고 날씬한 건물, 유리 돔, 초록색과 구리색 타일이 눈부시게 빛나고 전체적으로 구불구불한 모양을 한 환상적인 옥상 등이한없이 펼쳐졌다. 동쪽에서는 바다가 연한 파란색으로 반짝였다. 내가 스페인에 온 뒤로 바다를 조금이라도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백만 명이 사는 거대한 도시가 폭력적인 관성에 갇혀 있었다. 움직임은 없이 소리만 나는악몽이었다. 햇볕이 내리쬐는 거리에는 인적이 거의 없었다. 모래주머니를 쌓아둔 창문과 바리케이드에서 총알이줄줄 날아오는 것을 빼면 아무 일도 없었다. 거리에서 움직이는 차량도 없었다. 람블라스 거리 여기저기에는 싸움이 시작되었을 때 기관사가 도망쳐버린 전차들이 미동도없이 서 있었다. 그 와중에도 지독한 소음이 수천 개의 석조 건물에 부딪혔다가 메아리치며 계속 이어졌다. 열대의폭풍우 같았다. 탕탕, 덜컥덜컥, 쾅, 총성이 겨우 몇 번으로잦아들 때가 있는가 하면, 귀가 멀 것 같은 일제사격이 쓴아질 때도 있었다. 어쨌든 햇빛이 비치는 동안 그 소리가멈추는 법은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 동이 트면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시작되었다. - P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