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용군에 합류하기 하루 전, 바르셀로나의 레닌 막사에서 나는 어느 이탈리아인 의용군 병사가 장교용 탁자 앞에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스물다섯 살이나 스물여섯 살쯤 된 청년으로 강인해 보였으며, 머리카락은 붉은 기가 감도는 노란색이고어깨가 건장했다. 나는 뾰족한 가죽 모자를 굳이 한쪽 눈을 덮을 정도로 내려 쓰고 서 있는 그의 옆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는 턱을 가슴에 대고 당혹스러운 듯 찌푸린 표정으로, 장교 한 명이 탁자 위에 펼쳐둔 지도를 응시했다. 그얼굴에서 뭔가가 내 마음을 깊이 건드렸다. 그것은 친구를위해 살인도 불사하고 자신의 목숨도 초개같이 던질 수 있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무정부주의자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얼굴이지만, 그는 십중팔구 공산주의자일 터였다. 그얼굴에는 솔직함과 사나움이 공존했다. 글을 모르는 사람이 상관이라고 짐작되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애처로운 공손함도 보였다. 그는 지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분명했다. 지도 읽기를 무지막지하게 지적인 재주라고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를 보았을 때처럼 곧바로 호감을 느끼는 경험을 지금까지거의 하지 못했다. 상대가 누구라도, 그러니까 내 말은 어떤 남자라도, 마찬가지다. - P17
무엇보다 기묘한 것은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 도시의 부유한 계급이 사실상 모두 사라진 것 같았다. 소수의여자들과 외국인들을 제외하면, ‘옷을 잘 차려입은‘ 사람이전혀 없었다. 거의 모든 사람이 거친 천으로 만든 노동계급의 옷이나 위아래가 붙은 파란색 작업복이나 의용군 군복 비슷한 옷을 입었다. 이 모든 것이 기묘하고 감동적이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많이 있었다. 어떤 면에서는 호감이 가지도 않았다. 하지만 나는 바로 이것이 싸워서 지킬 가치가 있는 상황임을 금방 깨달았다. 또한 상황이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똑같다고, 여기는 정말로 노동자의 나라이며 부르주아들은 모조리 도망치거나 죽임을 당하거나 자진해서 노동자 편으로 넘어왔다고 믿었다. 다수의 부유한 부르주아들이 가만히 숨을 죽인 채로 당분간프롤레타리아로 위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깨닫지 못했다 - P21
도시 사람들이 모두 우리를 볼 수 있게 일부러 3~4마일‘이나 되는, 가장 멀리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람블라스 거리에서 그들이 우리를 정지시키자, 어디선가 데려온 밴드가혁명가를 연주했다. 정복에 나선 영웅을 보는 것 같은 분위기가 다시 일었다. 함성과 흥분, 빨간 깃발, 빨간색과 검은색이 섞인 깃발, 우리를 보려고 길에 잔뜩 모여 있는 친절한 사람들, 창가에서 손을 흔드는 여자들. 그때는 그 모든 것이 얼마나 자연스러워 보였는지, 지금은 그것이 얼마나 멀고 비현실적으로 보이는지! 기차에는 병사들이 얼마나 많이 탔는지, 앉을 자리는 말할 것도 없고 설 자리도 거의 없었다. 마지막 순간에 윌리엄스의 아내가 플랫폼을 달려와서 포도주 한 병과 밝은 빨간색 소시지 1피트"를 우리에게 주었다. 맛은 비누 같고 먹으면 설사가 나는 소시지였다. 기차가 천천히 카탈로니아를 벗어나 아라곤의 고원으로 올라갔다. 시속 20킬로미터가 안 되는, 전쟁 때의 평범한 속도였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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