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구들이 뿔뿔이 흩어지던 때에 나는 겨우 열두살이었다.
어려서는 청진에 살았다. 우리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바지의 단독주택에 살았다. 봄이면 마을 빈터의 마른 잡초들사이에서 한무리의 진달래들이 이 묶음 저 묶음 다투어 피어나 아침저녁 노을에 더욱 붉게 타오르고 드높은 동편 하늘가에 아직도 눈을 하얗게 얹은 관모산이 아랫도리를 안개 속에감추고 떠 있었다. 언덕에서 내려다보면 크고 둔해 보이는 철선들이 정박해 있었고 그 주위로 작은 고깃배가 아련하게 통탕대는 발동소리를 내면서 느릿느릿 헤엄쳐다녔다. 그리고 갈매기들이 생선비늘처럼 반짝이는 바다물결 위의 햇빛을 사방으로 흐트러뜨리며 역광 속으로 힘차게 날아갔다. 나는 항구의 사무실에서 돌아올 아버지를 기다리거나 장에 간 어머니를기다렸다. 길을 벗어나 제법 가파른 언덕의 끝까지 나아가 쪼그려앉아 있던 것은 두 사람을 기다릴 겸하여 그냥 바다를 내다보는 게 좋았기 때문이다. - P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