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스가 촬영한 사진 속 달 착륙선에는 암스트롱과 올드린이 타 있다. 착륙선 바로 뒤에 달이 있고 25만 마일 위에는 푸른 반구 모양의 지구가 인류를 품고서 깜깜한 암흑 속에 떠 있다. 사진에서 빠진 인간은 마이클콜린스가 유일하다고 전해진다. 그게 이 사진이 그토록 매혹적인 이유였다. 인류가 아는 한 현존하는 모든 인간이 빠짐없이 들어 있는 사진에 정작 그걸 촬영한 사람만이 빠져 있다는 것이.
안톤은 그런 주장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적어도 그에게는 매혹적이지 않았다. 카메라에 잡히지 않은 지구 반대편 사람들, 그리고 밤이라서 우주의 어둠에 집어삼켜진 남반구 사람들은 어쩌고? 그들도 찍혔다고 할 수 있나? 사실 사진 속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달 착륙선에 타 있는 암스트롱과 올드린, 이 위치에서 보면 무인 행성일 수밖에 없는 지구의 인류 모두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다. 사진에서 가장 강력하며 확실히 추론할 수 있는 생명의 증거는 사진을 찍은 사람이다.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는 눈,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의 온기. 그런 의미에서 콜린스의 사진이 더욱 매혹적인 이유는 사진을 촬영하는 순간 그 안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인간이 바로 콜린스이기 때문이다. - P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