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는 가족이라고 하지만, 정확히 말해 가족이라고는 할 수 없다. 가족보다 더한 동시에 덜한 사이다.
이 짧은 시기 동안 이들은 서로에게 전부나 다름없다.
존재하는 게 자신들뿐이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의 친구이자 동료이고, 스승이고, 의사이고, 치과의사이자 미용사다. 우주유영을 하고, 우주로 발사되고 지구로 재진입할 때, 비상 상황에서도 서로가 서로의 구명 밧줄이다. 각자가 서로에게 인류 대표가 되어 수십억 명 몫을 감당해야 한다. 가족, 동물, 날씨, 섹스, 물, 나무까지, 지상의 모든 것 없이 지낼 줄 알아야 한다. 산책도 포기해야 한다. 가끔은 그냥 걷거나 눕고 싶은 날이 있다. 사람들과 사물들이 그리워지고, 지구가 아득하다 느껴져며칠을 우울함에 허우적대고, 심지어 북극에서 저무는 석양을 봐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을 때는 선내의 사람들 얼굴을 보며 계속 살아가게 할 무언가를 발견해야만한다. 일종의 위안을. 하지만 매번 그럴 수 있는 건 아니다. 넬은 자기 남편이 될 수 없는 숀을 원망 섞인 눈으로 바라볼 것이다. 안톤은 자기 딸이나 아들 혹은 사랑하는 사람이나 사물이 곁에 없음을 아쉬워하며 잠에서 깰 것이다. 시간은 이렇게 흐른다. 그러다가도 어느날 다섯 사람 중 한 사람의 얼굴을 보면, 웃거나 집중하거나 음식을 씹는 그 얼굴에서 자신들이 사랑했던 모든것과 모든 사람을 본다. 그 안에 전부 있다. 이 몇 사람에게로 응축된 인류는 더는 종잡을 수 없이 이질적이고 멀리 떨어져 있는 종이 아니다. 가깝고 붙잡을 수 있는 존재다. - P3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