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일
알래스카 순록 사냥의 출발

축치해 Chukchi Sea에 면한 북극권에서 32킬로미터 위쪽에 자리잡은 알래스카주 코체부Kotzebue. 지금 나는 인구 3,000명인 이 마을의 바람 부는 아스팔트 위에 서 있다. 내 앞에는 비행기 두 대가 서 있다. 한 대는 곧 알래스카 북극 깊숙한 곳에 나를 떨어뜨릴 예정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고독하고, 가장 외지고, 가장 가혹한 곳이라고들 하는 곳. 불안하다. 코앞에 닥친 북극 원정을 이제 피해갈 수 없다. 나는 결코 비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특히 나를 실어 갈 비행기가 이렇게 생겨먹은 경우에는 말이다. 단발 엔진에 앞에 둘, 뒤에 넷이 앉을 수 있는 고릿적 철물. 한마디로 빈 통조림깡통에 날개를 붙여놨다고 보면 된다. - P17

모든 상황이 집에서 안전하고 편안한 생활을 누리는 것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이것이 요점이다. 요즘 사람 대부분은 자신의 ‘컴포트존 Comfort Zone‘을 벗어나는 일이 거의 없다. 우리는 나날이 편안해지는 거처와 냉난방이 조절되는 멸균의 장소에서 도전이라고는 일절 없는 안전한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고 과식하며 살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사람들은 시인 메리 올리버 Mary Oliver가 말한 "야성적이고 소중한 삶의 경험을 스스로 제한하고 있다.
최근에 쏟아진 증거들은 옛날 옛적 조상들이 겪었던 것과 똑같은 불편함을 경험하면 모든 면에서 이전보다 훨씬 나은 상태가 된다고 밝히고 있다. 육체적으로 튼튼해지고, 정신적으로 강인해고, 영적으로 건강해진다. 학자들은 불편함이 우리를 수많은 육체적·정신적 문제로부터 보호해준다는 사실을 속속 밝혀내고 있다. 비만, 심장병, 암, 당뇨병, 우울증, 불안은 물론, 삶의 의미와 목적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은 정신적인 문제도 포함된다.
생각해보자. 일부러 불편함을 경험해서 이득을 얻는다고 했을때, 쉬운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일상생활에 쉽게 적용해서 몸과 마음과 정신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들 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제안하는 여정은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이 우리 삶에 포함시키라고 권하는 ‘처방‘의 ‘극단적인 끝‘에 있다. 야생으로의 회귀이며, 부분적으로는 사고방식의 재구성이다. 그리고 그 혜택은 측량할 수조차 없이 전방위적이다. - P20

이로써 레버리는 사람들이 전 인류를 압도한다 할 정도로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음에도 기어코 문젯거리를 찾아내고야 마는 이유를 알아냈다. 우리는 끊임없이 기준의 골대를 옮겨놓고 있다. 이른바 제1세계가 겪고 있는 문제라는 것에는 이처럼 과학적으로 확실한 근거가 있다.
레버리는 말했다.
"저는 이것이 인간 심리의 저차원적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뇌는 상대적인 비교를 하도록 진화했다. 자신이 보거나 경험한 모든 상황을 기억하는 것보다 상대 비교를 하는 것이 뇌의 에너지를 훨씬 적게 소모하기 때문이다. 뇌 메커니즘 덕분에 초기인간들은 더 빠른 결정을 할 수 있었고 환경을 더 안전하게 헤쳐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오늘날의 세계에도 적용될까?
"상대적 판단이 반복되면 동일한 대상에서 느끼는 만족감이 갈수록 떨어지게 됩니다."
잠식 현상은 현대인들이 편안함을 느끼는 방식에서도 볼 수 있다고 레버리는 말한다. 이것을 ‘편안함에 의한 잠식 comfort creep‘이라고 해두자. 사람들은 새로 등장한 편안함에 적응하면 이전의 편안함을 더는 수용하지 못한다. 즉, 오늘의 편안함은 내일의 불편함이 된다. 그러면서 편안함의 새로운 기준이 끊임없이 생겨난다. - P44

새로운 편안함이 등장하면서 예전에는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라고 여겼던 불편함의 골대가 한참 뒤로 밀려나게 되었다. 사람들의 ‘컴포트존‘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레버리는 말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모든 일이 무의식중에 일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사람들은 끔찍할 정도로 두려워한다. 편안함이 자신을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아채는 것을. 이런 상황에서 눈을 가리고있던 뿌연 안개가 걷히고 ‘편안함에 의한 잠식‘의 정체가 똑똑히드러나게 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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