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몰이꾼이 문 밖으로 달아나자 아직 분이 덜 풀린 가게 주인이 비를 무릅쓰고 뒤를 쫓는다. 말몰이꾼이 갑자기 몸을 돌려 씩씩대며 주인 가슴팍을 밀치니, 주인은 진흙탕 속에 나뒹굴고 만다. 말몰이꾼은 다시 발을 들어 주인의 가슴을 밟고는 이내 달아나 버렸다. 주인은 옴짝달싹 못한 채 죽은 듯 엎어져 있다가 얼마 후에 일어서 아픔을 못 이기고 비틀거린다. 온몸은 진흙투성이인 데다가 분풀이 할 곳도 없었다. 씩씩거리며 다시 돌아와서는 노기 띤 얼굴로 나를 째려보는데, 분위기가 영 심상치 않았다. 나는 눈을 더 내리깔고 강인한 인상을 풍기도록 자세를 고쳐 잡아 범접 못할 기세를 보여 준 후, 다시 낯빛을 부드럽게 해서 주인에게 말을 건넸다.
"하인놈이 몰상식해서 이런 일을 저질렀습니다. 부디 마음에 담아두지는 마십시오."
그러자 주인이 노염을 거두고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제가 도리어 민망합니다. 어르신도 더이상 마음 쓰지 마십시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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