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 울음터가 저토록 넓으니, 저도 의당 선생과 함께 한번 통곡을 해야되겠습니다그려. 그런데 통곡하는 까닭을 칠정 중에서 고른다면 어디에 해당할까요?"
"그건 갓난아기에게 물어봐야 될 것이네. 그 애가 처음 태어났을 때 느낀 것이무슨 정인지. 그 애는 먼저 해와 달을 보고, 다음으로는 눈앞에 가득한 부모와 친척들을 보니 그 얼마나 기쁘겠는가. 이 같은 기쁨이 늙을 때까지 변함이없다면, 본래 슬퍼하고 노여워할 이치가 전혀 없이 즐겁게 웃기만 해야 마땅한것 아니겠나. 그런데 도리어 분노하고 한스러워하는 감정이 가슴속에 가득하여 끝없이 울부짖기만 한단 말이야. 그래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곤 하지. 삶이란 성인이든 우매한 백성이든 누구나 죽게 마련이고, 또 살아가는 동안에도 온갖근심 걱정을 두루 겪어야 하기 때문에 세상에 태어난 것을 후회하여 먼저 스스로 울음을 터뜨려서 자기 자신을 조문하는 것이라고하지만 갓난아기의 본래 정이란 결코 그런 것이 아니야. 어머니 뱃속에 있을때에는 캄캄하고 막혀서 갑갑하게 지내다가, 하루 아침에 갑자기 탁 트이고 훤한 곳으로 나와서 손도 펴 보고 발도 펴 보니 마음이 참으로 시원했겠지.
어찌 참된 소리를 내어 자기 마음을 크게 한번 펼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우리는 저 갓난아기의 꾸밈없는 소리를 본받아서, 비로봉 꼭대기에 올라가동해를 바라보면서 한바탕 울어볼 만하고, 장연 황해도의 고을 이름의 금모래밭을 거닐면서 한바탕 울어볼 만하이.
이제 요동벌판을 앞두고 있네. 여기부터 산해관까지 1,200리는 사방에 한 점산도 없이 하늘 끝과 땅 끝이 맞닿아서 아교풀로 붙인 듯 실로 꿰맨 듯하고,
예나 지금이나 비와 구름만이 아득할 뿐이야. 이 또한 한바탕 울어볼 만한 곳이 아니겠는가." - P140
한 관인이 마루 위 걸상에 걸터앉아 있고 그 뒤에는 한 사람이 손에 붓과 종이를 들고는 공손한 자세로 서 있다. 뜰 아래엔 죄인 하나가 꿇어앉아 있다. 좌우에는 한쌍의 사령이 큰 곤장을 짚고 서 있다. 하지만 거행하라는 분부나 호통도 없이, 그저 관인이 죄인을 마주보고 순순히 말로 따진다. 한참만에야 큰 소리로 "매우쳐라"고 호통하니, 사령이 손에 들었던 곤장을 던지고 죄인 앞으로 달려가서손으로 따귀를 네다섯 번 때리고는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서 막대를 들고섰다. 다스리는 법이 아무리 간단하기로 ‘따귀형‘은 난생 처음 봤다. - P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