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함을 다루려면 자기 조절이 필요하다. 그 느낌에 어떻게 대처할지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목적 없는 지루한 일상적 경험을 마주했을 때 우리의 주의를 빼앗는 기술에 의존한다. 주의를 빼앗는 오락거리는 너무나 많고 그것들은 주의력을 좌초시키는 사이렌의 섬과 같다. 사실 우리가 갖고 있는 기기들은 지루함에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쳐서 지루함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주의를 다른 곳에 맡겨서 지루함에 대처할 필요가 없게 한다. 경제학자 허버트 사이먼은 "정보가 무엇을 소비하는지는 명백하다. 정보는 수용자의 주의를 소비한다. 따라서 많은 정보는 주의의 빈곤을 낳는다"라고 말했다. 많은 정보는 지루함에 대처할 때 자기조절을 어렵게 한다. - P150
지루함이 없는 문화는 과거에 틈새 시간을 활용하던 백일몽을약화시킨다. 생산성과 유용성을 중시하는 시대에 백일몽은 케케묵은 용어처럼 보인다. 그러나 심리학자와 신경학자들이 발견했듯이 딴생각wandering mind (곧 다가올 지루함의 첫 번째 신호인 경우가 많다)은창의적인 정신이기도 하다. 백일몽 연구의 시조인 심리학자 제롬L. 싱어 Jerome L. Singer는 1960년대에 딴생각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고 했다.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긍정적, 건설적 백일몽", 강박적인 "죄책감이 드는 불쾌한 백일몽", "빈약한 주의 통제력"이 그것이다. 싱어는 백일몽을 긍정적인 적응 행동이라고 믿었다. 이는 백일몽을 과도한 공상과 같은 정신적 이상 상태와 연결 짓는 당시의 통념에서 벗어난 대담한 생각이었다. 싱어의 제자는 싱어의 연구가 백일몽과 "경험에 대한 개방성"이라는 성격 유형 사이에서 강한 연관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 성격 유형은 민감성, 호기심, 새로운 생각과 느낌을 탐구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후 연구자들은 딴생각의 수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발견했다. 심리학자 스콧 배리 코프먼은 그 효과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자기 인식, 창의적 숙고, 즉흥성과 평가, 기억 강화, 과거를 기반으로 한 미래 지향적 사고, 목표 지향적 사고, 미래 계획, 사적 기억의 인출, 사건과 경험의 의미에 대한 성찰, 다른 사람의 관점 모사, 자기 자신과 타인의 감정적 반응이 갖는 함의의 평가, 도덕적 추론, 성찰적 연민. - P152
구조화되지도, 매개되지도 않은 시간은 어린이의 창의성 발달에 특히 중요하다. 포 브론슨과 애슐리 메리먼은 창의력이 떨어지는 원인에 대해 연구했다. "불안과 지루함 사이의 공간이 창의성이 번성하는 곳이었다." 그들은 지적했다. 그들은 창의력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가 아이들이 여가 시간에 스크린 기반 기술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자신만의 상상력이 발휘되도록 내버려두는 대신 기기에 사로잡힌다. 유휴 시간idle time에도 스마트폰 등의 스크린이 그들의 주의를 빼앗는 것이다. - P154
주의력 약화에 대해서는 많은 책이 있지만 문제는 주의력 약화보다는 자신의 생각과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미 오래전에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은 모든 불행은 조용한 방에 홀로 앉아있을 능력이 없는 데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우리는 왜 지루함을절대 악처럼 생각하는 것일까?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그렇게 두려워한다는 것은 이 시대에 대해 무엇을 말해줄까? 지루함을 즐긴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주의력에 대해 우리가 갖는 불안감은 주의력을 빼앗는 오락거리가 도처에 있는 세상에 대해서도 우리가 완전히 편하게 느끼지는 못한다는 점을 알려준다. - P151
몇 년 전부터 문화 비평가들은 우리가 시간을 말하는 방식이 변화한 것을 주목하기 (그리고 때로는 한탄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세계가 아날로그적 현실을 잠식하면서 ‘정시‘라는 개념이 ‘동시‘라는 개념으로 대체되었다. 즉각적인 만족에 대한 요구가 필요의 신속한 예측에 대한 요구로 바뀌었고, ‘시간 이동(예를 들어, 티보TV와 같은기술을 사용해 나중에 볼 수 있도록 TV 프로그램을 녹화하는 것)‘이 일상적인 관행이 되었다. 오늘날 우리의 시계는 더욱 좁아졌고 실시간과 라이브 스트리밍이 표준이 되었다. 리한나부터 교황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이 실시간 소셜 미디어를 사용한다. X는 사실상 시간사용시주의 time-use-exhibitionism의 거대한 실험이다. 다음 개척지는 당신이 말하기도 전에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인공지능 기반 기술이다. 이와 같이 기대를 예측하는 기술(구글 어시스턴트 같은)은 정교한 알고리즘, 이메일, 캘린더, 위치, 웹 브라우징 습관 등에 대한 구식 데이터 마이닝을 활용해 구글 웹사이트의 표현대로 "사용자가 요청하기도 전에 유용한 정보를 보여준다. 현대 기술의 편리함과 맞바꾼 개인 정보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지만 이런 기대 예측 기술이 미래에 기다림의 경험에 미칠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구글은 사용자에게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렇다면 "적절한 시기"라는 모호하고 개인적인 결정에서 알고리즘이나 인공지능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 P160
하지만 구글이 과거의 습관과 소비만을 기준으로 관광지를 추천하는 것이 정말 당신이 원하는 일인가? 지난해 당신이 무신론에 관한 책을 구입했다면 아마 구글은 성당 방문을 추천하지 않을 것이다. 휴가를 떠난 뒤라면 어떨까? 새로운 장소를 탐험하는 동안 구글이 당신이 좋아할 만한 음식, 보고 싶어 할 만한 것, 사고 싶어 할만한 것을 계속 예측해주기를 바라는가? 만약 당신이 중국 음식을자주 주문하는 사람이라면 구글은 토스카나를 여행 중인 당신에게도 온갖 중국 식당의 정보를 보여줄 것이다. 그럼에도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알고리즘을 이용한 이런 종류의 자극을 열광적으로 받아들인다. 데이터에 기반하지 않은 경험(실시간으로 사용자의 선호도를 처리하는 플랫폼에서 정교한 알고리즘으로 관리·조정하지 않는 경험)에•대한 두려움은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는 시대의 드러나지 않은 공포다. - P161
진화심리학자들은 앞날을 생각하고 미래의 사건에 대비하는 능력이 지각과 인지의 측면에서 상당한 혜택을 준다고 했다. 기대는 미래에 대한 일종의 준비다. 기대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정서적 건강에도 중요하다.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는 미래의 경험과 감정을 예상하는 것을 "상상 반응 imagination response"이라고 부른다. "상상반응은 새로운 경험을 위해 마음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면에서 백일몽과 유사하다. 다마지오는 엘리엇이라는 특이한 환자에 대해 설명한다. 엘리엇은 자신의 행동에 따를 긍정적, 부정적 결과를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고,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행복이나 실망을 경험할 수 있었다. 다만 그는 미래의 감정을 상상하지못했다. 상상 반응이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즉 그는 미래에 대해합리적으로 생각할 수는 있었지만 감정적으로 느낄 수는 없었다. 그 결과, 그는 대개 우유부단하거나 충동적이었고, 이는 그를 불행하게 했다.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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