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안간 조총 소리가 난다. 주인이 급히 나와 본다. 밭 속에서 어떤 사내 하나가 뛰어나온다. 한 손에는 총을, 다른 한 손에는 돼지 뒷다리를 잡아끌고 나오더니주인을 사납게 째려보면서 버럭 화를 낸다. 어쩌자고 함부로 돼지를 풀어놓은 거요!" 주인은 쩔쩔매며 공손히 사죄를 한다. 그러자 주인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돼지를 끌고 가 버린다. 주인은 속수무책으로 우두커니 서서 계속 한탄만해댄다. 내가 물었다. "저 사람이 잡아간 돼지는 뉘 집 거요?" 우리집에서 기르던 겁니다." "남의 밭에 잘못 들어가기는 했지만 수숫대 하나 부러뜨린 게 없지 않소? 그런데도 함부로 남의 집 돼지를 잡아 죽이다니, 이게 될 말이오? 그 자에게 당연히 돼지값을 물려야 되는 거 아니오?" "값을 물리다니요. 돼지 우리를 잘 지키지 못한 건 다 제 잘못인 걸요." 강희제는 농사를 매우 소중히 여겼다. 그 당시 법에 마소가 남의 곡식을 밟으면 갑절로 물어 주어야 하고, 함부로 마소를 놓는 자는 곤장 60대를 때렸다. 그래서 양이나 돼지가 밭에 들어가면 밭 임자가 그 짐승을 잡아가도 가축 주인은 찍소리도하지 못했다. 그러나 수레가 다니는 길만은 막을 수 없어 길이 진창이되면 밭이랑 사이로 수레를 끌고 들어가기 때문에 발 임자는 밭을 지키기 위해서항상 길을 잘 닦아 둔다고 한다 - P112
우리나라의 기와가마는 옆으로 길게 눕혀 놓은 모양이라서가마라고 할 수도 없다. 애시당초 가마를 만드는 벽돌이없기 때문에 나무를 세워 흙으로 바르고 나서 큰 소나무장작으로 이를 말리는데, 그 비용이 벌써 수월찮다. 아궁이가 길기만 하고 높지 않기 때문에 불꽃이 위로올라가지 못한다. 불꽃이 위로 올라가지 못하므로 불기운은 힘이 없다. 불 기운이 힘이 없으니 반드시 소나무장작을 때서 불꽃을 세게 한다. 소나무 장작을 때서 불꽃을세게 하기 때문에 불길이 고르지 못하다. 불길이 고르지못하기 때문에 불꽃과 가까운 곳에 놓인 기와는 언제나 이지러지기 쉽고 먼 데 놓인 것은 잘 구워지지 않는다. 도자기를 굽든 옹기를 굽든 간에 모든 가마의 모양새가다 이 모양이다. 소나무를 때는 방법도 같으니, 송진의 불길이 다른 나무보다 훨씬 세다. 소나무는 한 번 베면 새움이 돋아나지 않는 나무이므로, 한 번 옹기장이를 만나면사방의 산이 모두 민둥산이 된다. 백 년 동안 기른 것을 하루아침에 다 없애 버리고는 이내 다시 새처럼 흩어져서소나무를 찾아서 가버린다. 기와 굽는 방법 한 가지가잘못된 탓에 나라의 좋은 재목이 날로 줄어들고, 질그릇가게 역시 날로 곤궁해지는 것이다. - P113
하루가 1년이나 되는 듯 지루하다. 저녁 무렵이 되자 더위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데다 잠까지 쏟아진다. 옆방에서는 투전판이 벌어져 한창 떠들썩하다. 나도 달려가서 그 판에 끼었다. 연거푸 다섯 번을 이겨 백여 닢을 따서 그 돈으로 술을 실컷 마셨다. 어제 투전판에 끼지 못하고 구경만 하던 수모를 씻을 수 있었다. 내가 말했다. "이 정도면 항복이지?" 조주부와 변주부가 대꾸한다. "그야 요행수로 이긴 거죠." 모두들 한바탕 크게 웃었다. 변군과 래원은 열이 받아서 한 판 더 하자고 조른다. 그러나 나는 일어서면서 말했다. "뜻을 얻은 곳에는 두 번 가지 않는 법, 만족함을 알면 위태롭지 않다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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