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이 돌만은 못하겠지요."
"자네가 몰라서 하는 말일세. 우리나라는 성을 쌓을 때 벽돌을 쓰지 않고 돌을 쓰는데, 이건 좋은 계책이 아니야.
일반적으로 벽돌이란 틀로 찍어 내기만 하면 똑같은 모양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니까 깎고 다듬는 공력을 과외로 허비하지 않을 거야. 가마 하나만 불을 때면 만 개의 벽돌을 한자리에서 얻을 수 있으니, 일부러 사람을 모아서나르는 노고도 없을 걸세. 모든 벽돌이 고르고 반듯하여 힘은 적게 들고도 결과는 배나 많이 얻게 되지. 나르기 가볍고 쌓기 쉬운 것으로 벽돌만 한 게 없다네.
반면에 돌은 어떤가. 산에서 쪼개 낼 때부터 여러 명의 석수가 들어야 하지 않는가. 수레로 운반할 때에도 여러명의 인부를 써야 하고, 운반해 놓은 뒤에도 여러 명의 손이가야 깎고 다듬을 수 있지. 다듬어 내는 데에는 또 며칠을 허비해야 하지 않나. 쌓을 때도 돌 하나를 자리잡아 놓는일에 여러 명의 인부가 소용되네. 벼랑을 깎아내고 돌을 박으니, 이야말로 흙의 살에 돌옷을 입혀 놓은 꼴일세.
겉으로 보기에는 폼나고 정돈된 것 같지만 속은 정말 제멋대로지. 돌이 들쭉날쭉하여 고르지 못하니 작은 돌로큰 돌의 궁둥이와 발등을 받친다네. 언덕과 성 사이에는 자갈에 진흙을 섞어서 채우기 때문에 장마 한 번 지나가면속이 텅 비고 배가 불러지고 말지. 그런 상황에서 돌이 한개라도 빠지면 그 나머지는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질 거야.
뻔한 일 아닌가. 또 석회가 벽돌에는 잘 붙지만 돌에는 붙지 않는 성질이 있단 말이야. 내가 예전에 박제가와 성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었거든. 그때 어떤 사람이 벽돌이 단단하다 한들 돌만 하겠어요?‘ 하자 박제가가 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벽돌이 돌보다 낫다는 게 어찌 벽돌 하나에 돌 하나를 비교하는 것이겠소?" 하는 거야.
정말 맞는 말 아닌가? 대개 석회는 돌에 잘 붙지 않는단 말이지. 석회를 많이쓰면 쓸수록 더 터져 버린다네. 돌에서 떨어져 일어나기 때문에 돌은 항상 저혼자 남게 되어 겨우 흙에 붙어 있을 뿐이야. 허나 벽돌을 석회로 이어 놓아 보면 부레풀(말린 민어의 부레를 끓여 만든 풀로 주로 목기를 붙이는 데 사용함)로 나무를 딱 붙인 듯, 붕사鵬砂(봉산나트륨의 결정체로 연하고 가벼우며 몸에 잘 녹음. 방부제나 금속을 붙이는 데 사용함)로 쇠를 붙인 듯, 수많은 벽돌들이 하나로 응결되어 아교로 붙여 놓은 듯 성을 만드는거야. 벽돌 한 장의 단단함이야 돌만은 못하겠지만, 돌 한 개의 단단함이 벽돌 만개의 단단함에는 못 당하지. 그렇다면 벽돌과 돌 중 어느 편이 더 이롭고 편리한지 쉽게 구별할 수 있지 않은가?"
정진사는 한껏 몸이 꼬부라져서 말 등에서 떨어질 지경이었다. 이미 잠든 지오래된 모양이다. 내가 부채로 그의 옆구리를 꾹 찌르며 큰 소리로 야단을 쳤다.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어째서 잠만 자고 듣질 않는 건가!"
정진사가 웃으며 말한다.
"벌써 다 들었지요. 벽돌은 돌만 못하고, 돌은 잠만 못하다는 거 아닙니까?"
"예끼! 이 사람아!"
나는 화가 나서 때리는 시늉을 하고는 함께 한바탕 크게 웃었다.
- P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