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4년 7월 20일 금요일 정오, 페루에서 가장 멋진 다리가 무너지며 다섯 명의 여행자가 그 아래의 골짜기로 추락했다. 이 다리는 리마와 쿠스코를 잇는 큰길에 놓여있었고, 매일 수백 명의 사람들이 건넜다. 사람들은 리마에 방문한 지인을 이끌고 와서, 백 년도 더 전에 잉카인들이 고리버들을 엮어 만든 이 다리를 구경시키곤 했다. 사실 다리라고 해 봐야 사다리처럼 엮은 얇은 판자 위에 마른 포도덩굴 난간을 달아 놓은 것에 불과했다. 걸을 때마다 다리는 협곡 위에서 출렁거렸다. - P11

그때 그의 시선이 다리에 내려앉았다. 그 순간, 마치 사용하지 않는 빈방에서 악기의 현이 툭 하고 끊어지는 듯한 소리가 대기를 채우더니, 갑자기 다리가 끊어지며 허우적대는 개미처럼 보이는 다섯 형체가 그 아래의 골짜기로 내던져졌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내심 안도하며 "십 분만 늦었다면나도..."라고 혼잣말을 했겠지만, 주니퍼 수사에게는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왜 하필 저 다섯 사람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우주에 어떤 계획이 있다면, 인간의 삶에 어떤 패턴이 있다면, 갑자기 중단된 저들의 삶 속에 숨겨진 불가사의한 무언가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우리는 우연히 살고 우연히 죽는 것일까, 아니면 계획에 의해 살고 계획에 의해 죽는 것일까. 주니퍼 수사는 그 순간대기를 가르고 떨어진 그 다섯 명의 숨겨진 삶을 조사하겠다고, 그래서 그들이 그렇게 떠난 이유를 밝혀내겠다고 마음먹었다. - P14

딸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 온갖 색깔의 사랑을 포함할 만큼 광대했지만, 그 안에 폭압적인 그림자도 없진.않았으며, 결국 자신이 딸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딸을 사랑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 비열한 굴레에서 벗어나길 갈망했지만, 딸에 대한 열정이 너무나 강렬해서 감당할 수 없었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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