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사만큼 공장 같아 보이는 곳도 없었다. 이곳에서 단일 돈사로는 임신사가 가장 컸는데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머리 위를 가로지르는 파이프와 두툼한 철봉을 구부려 만든 케이지였다. 양돈장에선 이렇게 모돈을 가둬놓는 케이지를 스톨이라고 부르는데 폭 70cm, 높이1m20cm, 길이 1m 90cm였다. 스톨 안에선 모돈이 눕거나 일어서는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폭이 기껏해야 어른 팔 길이 정도였기 때문에 돼지들이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는 것도 불가능했다. 몸을 30도 정도만 돌려도 철봉에 막혔다. 그런 스톰 수백 개가 대여섯 줄로 건물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곳의 돼지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자다가 일어나 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사료를 먹고 살이 찌는 것뿐이었다.
"모돈은 그러면 출산을 몇 번이나 하나요?"
"지금 그걸 모돈 회전율이라고 하는데 일반 농장은 1년에 2회 정도돼. 근데 우리는 1년 2.4회야. 대개 출산을 일곱 번 정도하면 노산이라고 해서 산자수가 줄어. 그럼 생산성이 떨어지지. 무슨 말이냐하면 간단하게 얘기해서 모돈이 사료 먹는 거에 비해서 낳는 새끼 수가 더적은 거야. 그래서 7산하면 그걸로 끝이지. 그러니까 보통 한 3년 키운다고 봐야지. 키우려고 하면 10년이라도 키우지. 그치만 그런 건 우리가 전부 손해 보고 키우는 거니까 그렇게는 안 하지. 어디도 그렇게는안해." - P165

임신사와 분만사의 모돈은 모두 이런 구조의 스톨에 갇혀 있었다. 반면에 어린 돼지나 고기로 쓰는 비육돈은 커다란 우리에 수십 마리씩 풀어놓은 상태로 사육했다. 이런 우리를 농장에서는 돈방이라고 부른다. 돈방 크기는 농장마다 제각각이었지만 스톨의 크기는 어느 양돈장이나 동일하다. 돈방도 비좁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 안에 있는돼지들은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엎드렸다, 드러누웠다, 걷다, 뒷걸음질 치다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다른 돼지들을 베고 잠이들었다 귀나 꼬리를 물며 싸우기도 하고 펄쩍펄쩍 뛰어오르기도 했다.
그에 비하면 모돈들은 갇혀 있다기보다는 온몸을 꽁꽁 묶인 채로 3년을 보내는거나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스톨을 사용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필요 이상으로 잔인해서가 아니라(때로는 잔인함의 다른 이름이기도 한) 효율성 때문이었다. 모돈은 자돈이나 비육돈과 달리 집단으로 다룰 수가 없었다. 모돈을 작업하려면 한마리 한 마리를 개별적으로 다뤄야 했다. 고기용 돼지에겐 개별적인 이력이란 게 별다른 의미가 없다. 태어나서 6개월이 지난 후까지살아 있으면 도축장으로 보낼 뿐이다. 반면 모돈은 각각의 품종에서부터 시작해서 사용한 약품, 건강 상태, 출산 횟수, 그동안의 산자수, 유산 유무, 마지막 출산일, 임신 확인 날짜, 분만 예정일 등등까지 확인할 수 있어야 했다.
스톨은 돼지에게 주사를 놓아야 할 때 굉장히 편리했다. 돈방에서주사를 놓을 때는 몇 사람이 돼지를 몰고 관리자가 돼지 엉덩이를 쫓아다니며 주사바늘을 꽂았다. 스톨에서는 그냥 일으켜 세우기만 하면됐다. 무엇보다도 임신사의 가장 중요한 업무인 인공수정을 하려면 돼지를 한참 동안 꼼짝 못하게 만들어야 했다.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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