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차반이 두고 간 닭들이 계사마다 가득했다. 죄인들은 계사 모서리에 모여서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견디고 있었다. 닭들에겐 이 모든것이 낯설 것이다. 계사 안 가득한 냉기도, 어둠도, 굶주림도, 목마름도. 닭들에게 유일하게 익숙한 존재는 나였을 거다. 매일 아침마다 동료들의 목을 부러뜨리며 돌아다니던 커다란 인간. 이제는 미뤄왔던 일을 끝내야 했다. 먼저 패자부활전이 있었다. 사장이 몸집이 큰 놈들로만 30마리 정도 골라놓으라고 지시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줄 거라고 했다. 나머지는 전부 비활성화시켰다. 무리와 떨어져 있던 놈들은 지난번처럼 빗자루를 들고 뛰어다니며 붙잡아야 했다. 구석에 몰린 닭은 도망가지 못하게 주위에 상자를 쌓아둔 다음 한 마리씩 한 마리씩 목을 부러뜨렸다. 배가 고파선지 얼이 빠져선지 닭들은 바로 옆에서 목이 떨어져 나간 닭이 푸드덕대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무감각한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10동에서부터 차례대로 작업했는데 얼마나 많은 닭을 죽였는지 모르겠다. 수백 마리는 될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정말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손에 ‘투두둑‘ 하고 닭의 명줄이 끊어지는 느낌이 전해져도 정말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다.
나무젓가락을 부러뜨릴 때만큼의 감정도 소모하지 않고 닭의 목을 비틀었다. 내 발 주위는 무도병에 걸린 것처럼 사지를 흔들어대는 닭으로 가득했다. 잠깐, 정말 찰나의 100분의 1 정도의 순간 동안 예전의 일기에 적어놓은 그런 감정들, 미안함, 불편함, 찝찝함 같은 것들이 느껴질 것 같았지만 금세 짜증과 피로에 묻혔다. 이런 식이면 사람도 죽일수 있을 것 같았다. - P154